호남오페라단 정기공연 ‘일 트로바토레’ 막바지 연습
11월 1~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서 3회 공연
전주시립교향악단·합창단 협연에 배우들 열연 눈길
15세기 스페인을 배경으로 베르디의 음악이 흐른다. 전쟁과 사랑을 둘러싼 두 형제의 비극을 어떻게 그려낼까.
호남오페라단 제48회 정기공연으로 오는 11월 1~3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막을 올리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공연을 앞두고 29일 연습이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모악당 지하 1층 연습실에서 진행된 이날 연습에는 ‘레오노라’역의 소프라노 조현애, ‘만리코’역의 테너 이동명을 비롯해 ‘아주체나’역의 최종현, ‘루나백작’역의 김동식 등 2일 공연을 앞둔 한국배우들이 참여했다.
이번 공연에서 협연하는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전주시립합창단 단원들도 자리해 막바지 호흡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초청한 제작진도 배우들과 극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실전과도 같은 진지한 눈빛으로 연습에 임했다.
극이 2막에 접어들자 사랑과 전쟁이 빚어낸 두 형제의 비극을 그린 만큼 주연 배우들의 몸짓과 목소리는 고통과 증오 같은 무거운 감정으로 물들었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아주체나의 절규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연적이 되어 만난 두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이 벼랑 끝으로 내달리며 극은 절정을 그린다.
2막 아리아 중 ‘대장간의 합창’에서는 새벽을 깨우는 집시들의 합창으로 가득 찬 무대를 선보인다. 합창이 끝나면 가르치아가 만리코가 된 과정과 아주체나의 들끓는 복수심이 드러나면서 비극의 실마리가 하나둘 밝혀진다.
이탈리아 초청 지휘자인 ‘로렌쪼 카스트리오타’는 전주공연을 통한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미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세계 오페라무대에서 한국가수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오리지널 가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탈리아 가수와 한국 가수의 무대를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이번 공연 또한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훌륭한 무대로 관객들을 기쁘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에 대해서도 “이번 공연을 위해 전주시립교향악단을 만나면서 지난 공연에 대해 들었다”며 “시벨리우스 등 굉장히 어렵고 수준 높은 곡을 선보여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오페라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세계적인 연출가로서 이번 공연을 함께 하게 된 ‘마르코 푸치 카데나’는 “공연을 준비하는데 더욱 많은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연출가는 항상 ‘조금 더’를 원하기에 어쩔 수 없지만 출연진과 제작진들이 잘 따라와줘서 멋진 작품이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해마다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한다는 그는 “조장남 단장은 좋은 소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호남오페라단 공연에 오면 좋은 오페라 가수를 만날 수 있다”며 출연진 캐스팅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에 덧붙여 이번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에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여러 인물의 감정으로 드러나는 데 집중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모든 역의 아리아가 전부 아름답지만 2막과 3막으로 이어지는 ‘불길’의 이미지가 극의 주제를 드러내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어머니의 사랑, 사랑하는 여인을 그리는 마음, 사랑을 뒤로 하고 수녀원에 가려했던 여인의 심정 등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에 주목해보세요.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든 극을 선사할 것입니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세계적인 거장으로 칭송받는 지휘자, 연출자와 이번 무대를 함께 만들 수 있어 무척 보람이 크다”며 “1일과 3일 두 번 공연하는 이탈리아팀과 2일 선보이는 한국팀의 다른 매력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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