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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돌탑

축제가 끝난 뒤였습니다. 하늘 높이 떠올랐을 애드벌룬도 북적였을 인파도 온데간데없습니다. 활짝 피어났을 꽃도 향기도 희미합니다. 이미 지기 시작한 구절초 꽃쯤 관심 없다는 듯 누군가 돌탑 앞에 있네요. 산티아고 순례길에 집에서 가져간 돌을 놓고 오듯, 정화수 떠놓고 비나리 하듯, 돌멩이 하나 올려놓습니다. 필경 풀리지 않는 무엇에, 해결되지 않는 어떤 일에 쫓겨 온 성만 싶습니다.

마을 어귀에 서낭당이 있었지요. 돌무더기 위에 돌멩이 던져놓으며 그 앞을 지나곤 했지요. 소망 위에 소망을 올려놓는 돌탑 쌓기, 간절함이 하늘에 닿아 안식을 얻기 위한 기도겠지요. 돌탑 앞 저이, 진지하기 그지없습니다. 지극정성 쌓다 보면 행여 애간장 녹이는 일 잊기도 하겠습니다. 우리는 평생 기도하며 살지요. 쪼그려 호미로 김을 매는 농부의 일도, 구부려 노를 젓는 사공의 일도 다 기도입니다. 하늘에 고민을 고하는 게 아니라 하늘의 말씀을 듣는 것이 기도라 했던가요? 층 층 돌탑을 쌓습니다. 하늘의 말씀을 듣습니다. 그래요, 축제는 아주 잠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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