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좋은 작가들 전시 참여 큰 힘
공간 자체에 대한 지원없어 부담도
“전주와 서울, 광주 또 다른 지역 간 문화적 소통이 핵심가치입니다.”
2006년 어느 봄날, 진안 마령면 산간마을 낡은 정미소를 고쳐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 빗장을 올렸던 주인공, 김지연 관장.
김 관장은 근대유산과 공동체의 소중한 가치를 접목하기 위해 계남정미소에 매달렸지만, 혼자 운영하기에는 해가 갈수록 어려움이 많아 2012년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를 했다.
그리고 그가 우연히, 또 운명처럼 전주 서학동 골목에서 다시 시작한 ‘허튼짓’이 바로 ‘서학동사진관’이다. 서학동사진관은 상업갤러리가 아니라 초대전을 주로하는 문화커뮤니티 공간.
김 관장은 1972년에 지어진 한옥을 고쳐 6개월가량 공사를 했고, 2013년 5월 개관전 ‘우리 동네’를 시작으로 전시공간에 온기를 채워왔다.
그간 1년에 많게는 여섯 차례 기획전을 마련하는가 하면 매달 한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지와 열정, 기획자들의 땀과 노력, 그리고 그들 모두의 호흡은 환희가 됐다.
지난 19일, 일곱 번째 봄을 준비하고 있는 서학동사진관을 찾아 김 관장을 만났다.
“전국적으로 지명도 있는 작가들이 이곳에서 전시하고 싶어해요. 곳곳에서 소문을 듣고 관람하러 오는 분들이 적지 않죠. 그래서 용기를 냅니다.”
김 관장은 전북지역에서는 전시공간 자체에 대한 지원금이 없어 인건비 등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점이 큰 부담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모사업을 신청하지만 집행과 정산 과정이 너무 어려워 인력 한 명이 있어야하니 악순환”이라고 했다.
그는 팍팍한 여건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버티고 있는 것은, “좋은 작가들의 참여와 뜻 깊은 지인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지역 갤러리들이 공간 운영을 위해서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여는 실정에서, 김 관장은 또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공간 운영 방향을 묻자 “좋은 작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거의 초대전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이루고자 하는 점 보다는 계속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며 살포시 웃었다.
이제 70세를 슬쩍 넘겼고 그간 삶의 여정은 지독하게 고단했을 터이지만, 그의 소녀 같은 미소는 마주앉는 사람의 마음 문을 열게 했다.
사진작가이자 수필가인 김 관장은 광주가 고향이지만 이젠 전주 사람이 다 됐다. 전주로 시집와 아이들을 키웠고, 지천명, 50세에 ‘사진’을 시작했다.
그는 농촌의 오래된 공간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나름 성실한 다큐멘터리를 고수해왔다. 2002년 ‘정미소’, 2004년 ‘나는 이발소에 간다’, 2008년 ‘우리 동네 이장님은 출근중’, 2010년 ‘근대화상회’, 2014년 ‘삼천 원의 식사’, 2015년 ‘빈방에 서다’ 등 개인전을 열었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사진집도 <정미소> 등 9권을 펴냈다.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에서 십여 차례, 서학동사진관에서 세 차례 전시회를 기획해 열었다. 정미소>
한편 서학동사진관은 오는 3월 7일부터 29일까지 ‘서학동사진관 어제와 오늘’전을 연다. 품위와 우아함을 지키며 변화해 온 서학동사진관의 모습을 만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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