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을을 보면 문밖을 나서지 말라 했지요. 그러나 사람의 하루가 그리 한가하던가요? 하루쯤 문밖출입 안 해도 되던가요? 잘 다녀오겠노라, 어제와 같은 인사를 뒤로 길 나섭니다. 옛말 그르지 않은 법, 아침나절 내내 마파람이 붑니다. 비라도 묻어오면 어쩌나, 어찌어찌 피합니다. 바람에 묻어온 모래알이 자꾸 씹힙니다.
바람 앞에 생각이 다 다른 듯합니다. 엎드려 피하든, 맞서서 맞든, 각자도생이 답인가 봅니다. 그래요, 언제부턴가 아메리카노지요. 자꾸만 쓰디쓴 커피를 마셔 대니 사람도, 생각도 미국식이 되어갑니다. 오후 나절이 길고 멉니다. 퇴근길 한잔은 이미 옛일이 되었고요.
어스름 녘, 집으로 돌아가던 걸음 세웁니다. 무언가 뭉클 치고 올라옵니다. 저녁노을을 보면 천 리라도 가라 했지요. 그래요, 노을이 저리 붉으니 내일은 더 멀어도 좋겠습니다. 애쓰셨네! 하늘도 빨간 펜으로 느낌표를 써줍니다. “올감자를 캐어 지고 오는 사람은/ 서쪽 하늘을 자주 보면서 바쁜 걸음을 친다”(한용운 <산촌의 여름 저녁> ) 했지요. 산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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