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나섰습니다. 발길 가는 대로 걸었습니다. 걸어 걸어 삼십 분쯤, 어느 작은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씽씽 그냥 지나치던 마을이었습니다. 컹 컹 개가 짖었지요. 개는 내가 낯설었을 테지만 나는 또 그런 풍경이 낯설었지요. 어느 집 앞에 멈춰 섰습니다. 꽃등이 환했습니다.
파란 대문집, 빨강 노랑 덩굴장미가 확 달아올랐더군요. 메꽃도 한창이었고요. 망종(芒種) 무렵 들녘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그런데 꽃은 내가 보려 가꾸는 걸까요? 다른 사람 보여주려 가꾸는 걸까요? 담장에 장미를 올리고 대문간에 메꽃을 피운 걸 보아, 그 집 주인은 지나는 이들을 위해 피운 게 확실했습니다. 내 집 앞 지나는 사람 모두 환해지라고 피워둔 게 틀림없었습니다. 마음 어두워 행여 돌부리에 걸리지 말라고 꽃등 환하게 켜둔 거였습니다. 날개 없어 울안 넘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대문 활짝 열어둔 거였습니다. 마당귀 감잎이 반짝거렸지요. 포도 넝쿨도 꽃을 달고 있었고요. 나비처럼 훨훨 마당을 넘봤습니다. ‘그 집 앞’, 자주 서성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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