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필라테스 수업에서 코어 운동 자세가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런데 운동을 지속해갈수록 선생님도 나도 의문이 생겼다. 건축전공의 특성상 하루 10~12시간 이상을 의자에 앉아있고, 20시간 이상 일하는 때도 많았다. 게다가 운동이라는 단어가 삶에 없던 나에게 단련된 근육이 있을 리 없었다. 2~3개월이 지나고 우리가 내린 결론은 잘 단련된 코어근육이 아니라 몸에 배어 있는 긴장하는 습관이 원인이었다. 또, 4~5년 전 도수치료 물리치료사가 ‘몸에 힘을 빼세요.’라고 말하면 그 말이 어찌나 어려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결국 선생님은 같은 말을 여러 번 다시 했다. 그럴 때면 의문이 생겼다. ‘응? 어떻게 힘을 빼는 거지?’ 힘을 빼라고 하면 다시 힘이 들어가는 거 같고 자세가 편안해지지 않았다. 사실은 내 몸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도 몰랐다. 힘을 빼라는 말에 ‘아~ 내가 힘이 들어가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이후에 몇 번의 유사한 경험이 이어지면서 알게 됐다. 긴장이 너무 익숙해서 스스로가 긴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긴장한 몸으로 살고 있었다. 놀라웠다. 경직되거나 긴장하는 경우가 곧잘 있다고만 생각했다. 긴장이 이미 숨 쉬듯이 당연해서 긴장한 줄도 몰랐다니 몹시 당황스러웠다. 나의 몸과 마음에 미안했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주인 때문에 지속해서 방치당해온 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내 몸의 상태를 알고 나니 돌아봐 지는 것들이 많았다. 소화가 잘되지 않아 체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밤에는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었다. 일이 과하거나 압박감이 클 때면 날카롭게 반응하는 일도 자주 있었다. 친구들에 비해 작은 일의 변화에도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긴장된 상태로부터 여유가 없어 벌어지는 일들이다. 긴장은 꼭 부정적인 발현만 있었던 건 아니다. 긴장은 나를 나태하지 않고, 보다 활력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어줬다.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 행동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됐다. 지속적인 긴장으로 주변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빠르게 인지했고, 그에 맞는 대응도 빨랐다.
심리학자 K.레빈의 심리학 표현에 따르면 인격은 중심영역과 여러 하위영역으로 분화되어 있는데, 각 영역은 긴장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어떤 욕구나 의도가 생겼을 때 특정한 하위영역의 긴장이 높아지면 중심영역에는 불균형이 생기고, 전체적으로 균형을 회복하려고 하는 경향 또는 힘이 생긴다. 그러나 행동함으로써 목적에 도달하고 욕구가 충족되면 다시 균형상태가 회복된다고 한다. (두산백과)
나의 상태와 긴장이 운용되는 원리를 이해하고, 생활에서 여유를 가지는 노하우가 생겼다. 긴장이 기본값이어서 경계하는 마음 20~30%와 나의 현상태를 유지하려는 마음 20~30%가 이미 차 있어서 쉽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많으니 한 번 더 듣고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또한, 팽팽하게 당겨져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상태가 곧잘 반복되기 때문에 일이나 관계에서 10~20% 정도의 여유를 항상 가져야 하는데, 이를 갖지 못해서 끊어지는 때가 생긴다면 주로 원인은 상대가 아닌 나로부터 비롯되는 때가 많았음을 되새기며 탓하는 마음을 먼저 내기보다는 내가 어디서 끊어지게 됐는지 살피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렇듯 스스로의 상태와 마음씀씀이를 알고부터는 마음의 여유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정은실 사회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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