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 교동미술관 학예사
Restart(다시 시작하다)=Rest(안식)+Art(예술)
코로나19 이후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있는 일상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
이에 전국 곳곳의 박물관·미술관에서는 급변한 사회에 대응함과 동시에, 멈추어버린 생활과 제한된 일상 속 만남 등으로 지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새로운 문화예술 향유의 방식과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5월 18일, 대한민국을 포함 한 150개 이상의 국가들이 ‘세계 박물관의 날’을 맞아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박물관·미술관의 회복과 이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행사가 개최되었다.
2021 박물관·미술관 주간 ‘박물관의 미래 : 회복과 재구상’
문화체육관광부와 ICOM한국위원회(위원장 장인경)가 주최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김용삼)이 주관한 박·미주간은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다양한 온·오프라인 참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집콕 뮤지엄 여행 ‘뮤궁뮤진’, 일상에서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거리로 나온 뮤지엄’, ‘박물관의미래 : 회복과 재구상’ 주제 연계 프로그램, 전국의 박물관·미술관 명소를 찾아다니는 스탬프 투어 ‘뮤지엄 꾹’ 등이 있으며, 도내에서는 교동미술관(전주), 어진박물관(전주)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완주) 등 다수의 박물관·미술관이 참여해 5월 1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치유와 회복을 체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진행한다.
2021 교동미술관 기획전시 <경기전에 온 미술가들-리스타트 rest+art> 展 경기전에>
교동미술관에서 준비한 전시·특강·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로, 5월 11일부터 5월 16일까지 진행 된 이번 전시에서는 강현덕, 고보연, 김수진, 김영란, 이일순, 정하영 미술가를 초대해,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예술을 통해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 30여 점을 선보였다.
-미술가 강현덕(독일 브레멘/함부르크 예술대학 졸업, 추계예술대 문화예술학 박사 졸업, 전북대 미술학과 졸업)
강 작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고 말한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QR코드 체크와 명부를 작성 하고 체온을 재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고 언제부터인지 그러한 일상에 익숙해져 갔다. 36.5˚. 항상 우리는 유지하고 있지만 열이 나거나 추위를 느껴야 소중함을 인지한다. 온도, 관계 모두 그렇게 일정한 거리나 온도를 유지해야한다. 어쩌면 우리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했지만 실은 항상 온도나 인간의 관계 등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었고, 저온과 고온사이를 팽팽하게 유지해야만 이 세상을 더불어 순리대로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미술가 고보연(독일 드레스덴 미술대학 입체, 설치 Diplom, Meister, 전북대학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고 작가는 ‘여성에게서 나오는 신체 언어’를 버려지는 천과 재료들을 이용해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선보였다. 작가의 이번 작품에서 보이는 기다란 천 뭉치는 ‘어머니의 탯줄’을 의미한다. 일차적으로는 ‘어머니’와 ‘나’와의 관계이고, 이차적으로는 ‘나’와 ‘수많은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어머니와 내가 정신적, 심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듯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음을 수많은 탯줄의 선을 통해 말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작품은 최재희(더 몸 대표) 안무가와 협업작업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여성이 경험하는 삶의 일련의 감정을 온몸으로 담아내었다.
-김수진(전북대 교육대학원 졸업, 전북대 미술학과 졸업)
김 작가의 작품 속 ‘우편의 그늘’은 가장 안전한 곳이다. 동시에 피난처이며 도피성이기도 하다. 도망 갈 길 없는 요즘 날 온전히, 오로지 피할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열심과 노력으로도 피할 수 없다. 일곱 개의 피할 길을 찾고 있다. 분명히 일곱 개의 피할 길이 있는데 그 길을 찾고 있는 과정중이다. 그런 곳이 바로 우편의 그늘이다. 반복되고 곳곳에 있는 형태는 항상 반복되며 치우지만 잠깐 안 치워도 순식간에 무질서가 쌓이는 일상과 같다. 안하면 안 되는, 꼭 있어야 되는, 있는 것 이다. 우편의 그늘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평안을 바라는 자가 쉴 곳인 것이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평안.’ 이는 지금 우리 모두의 바람이 아닐까? 작가의 두 점의 판화 작품 속 명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평범함의 자유’,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김영란(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졸업, 이화여대 서양화과 졸업)
“나의 작업은 끊임없이 교차되는 자연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들은 서두르지 않으며 조용히 색을 변화 시키고, 모양을 변화시키며, 나아가 그것을 보는 나를 변화시킨다. 내 발바닥을 땅에 닿게 하고, 그들을 바라보게 하며, 조급함을 반사시켜 공중에 흩뿌리게 한다. 그리하여 그들의 시간을 나에게 보여주고 내 작업과 내 삶에 관하여 느리게 사는 연습을 시킨다.”
김 작가의 작업은 마치 현재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서두르지 않고 너무 조급하지 않게 현재를 받아들이고 이에 맞추어 조금씩 변화해간다면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제 자리로 돌아와 있지 않을까.
-미술가 이일순(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 수료, 전북대 미술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이상을 좇으며 오랜 시간을 달려 발걸음이 더욱 더뎌질 즈음 만난 그 사람들. 이 작가의 작품 ‘아는 사람’은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 존재들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 안으로 조여들며 극도의 긴장으로 뾰족해진 나를 그들의 길고 짧은 견인의 힘이 더 이상 조여들지 않게 잡아주었다. 아니, 이미 그들의 견고한 결속이 이렇게 온전하게 존재하도록 붙들고 있음을 느꼈다.” 이어 “과거에는 먼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의 나를 무한 단련시키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요즘은 아픈 상처의 치료를 미루지 않고 수고와 노력에 작은 보상을 하며, 지나면 다시 올 수 없는 현재를 잘 살아내자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작품을 통해 매일 매일의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미술가 정하영(전북대 미술학과 한국화전공 및 동 대학원 조소전공 졸업)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해먹’에 대해 떠올리면 보통 편안한 쉼과 잠을 연상시키는 것이 대부분의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정 미술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 노란 해먹은 밝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가시가 돋친 듯 왠지 모를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다. 이 해먹에 쉽게 몸을 맡기기엔, 설령 누워도 쉽게 잠을 청하지는 못할 것 같다. 작가는 말한다. “‘여성의 삶’ 또한 보이는 것과 깊이 들여다봤을 때가 다르듯이 보이는 모습은 각기 다 다르지만 서로 소통하다 보면 공감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팬데믹 시대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코로나 19, 팬데믹(Pandemic) 이후를 바라보는 예술가들의 시선을 바라보다.
예술가들의 시선이야말로 동시대를 살아감과 동시에 이를 기록할 수 있는 역사적인 시선들이 아닐까. 코로나19 이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편안하지만 편안하지 않은 우리네 일상을 바라보는 여섯 명의 예술가들의 시선을 만나보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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