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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도시 지는 국가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신은 자연을 만들었고 인간은 도시를 만들었다‘ 는 영국의 시인 윌리엄 쿠퍼의 말처럼 도시는 인간의 창조물이자 주된 정주 공간이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는 약 90%의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다. 정치적 그리고 공간적 의미로 볼 때 도시는 국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사회에는 도시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뜨는 도시 지는 국가’는 2014년도에 국내에 출간된 사회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벤자민 R. 바버의 저서 제목이다. 벤자민 R. 바버는 도시가 국가를 넘어서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말은 도시는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활력이 있다는 것과 시간이 지나고 국가가 바뀌어도 도시는 그대로 있다는 것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는 이탈리아의 로마, 중국의 시안 등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나라는 망해도 그곳에 사람이 살고 도시도 계속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활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 전염병, 테러 등 초국경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현재와 같이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국가는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렵다. 오히려 도시는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국가를 넘어서고 있다. 실제로 1997년 180여 개국이 맺은 교토 기후협약은 지금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지만 2010년 207개 도시가 참여한 멕시코시티 협약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지금도 전 세계 곳곳의 도시를 중심으로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직면한 전 세계적 문제들은 국가가 다루기엔 한계가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보다 민첩하고 실용적인 공간 단위인 도시가 움직일 때 지금보다 다양한 역할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초광역 메가시티 등 최근 지역을 중심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만 보더라도 지역, 즉 도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의무와 권리와 시민의 의무와 권리는 분명히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도시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보았을 때, 국민보다는 시민으로서 필요로 하는 체감형 정책들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다양한 모습의 도시에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 공동체와 거버넌스에 있어 핵심주체는 국민이 아닌 시민이다. 국가가 ‘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바라볼 때 도시는 행정과 시민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등 실용적 업무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의 경쟁력이 모여 국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도시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국가와 그 국가의 법은 더 높은 자리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도시와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과감한 실행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아젠다인 국가균형발전은 주민체감도를 주요지표로 중앙정부의 역할 축소와 지방정부의 역할 중시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에 있어 지방정부의 자율성 확대와 재정분권의 실현이다. 시냇물이 모여 강이 되고 바다로 흐르듯이 살기 좋은 도시가 모여 살기 좋은 국가가 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김재구 전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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