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호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사람을 포함한 양서류나 포유류 등 동물의 체내에 있는 다양한 노폐물들은 물에 녹아 오줌으로 체외에 배출된다. 인체 내에서 단백질의 분해 및 합성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암모니아는 요소로 변환되어 오줌에 섞여 배출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암모니아의 강한 독성이 인체에 주는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많은 건강 검사가 소변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오줌은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시험지와 같은 기능도 한다.
오줌은 일찍부터 약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기원전 2세기경의 중국 백과사전인 회남자(淮南子)에는 오줌을 정제하여 얻은 뇌하수체 호르몬 결정인 추석(秋石)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추석은 양생(養生)을 위한 처방에 주로 쓰였으며 당나라 때 대 시인 백거이는 친구 원진이 추석약(秋石藥)을 먹고도 늙기 전에 세상을 떠났음을 안타까워하였다. 이 밖에도 오줌은 일상생활의 여러 상황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왔고, 발효시킨 오줌은 오랫동안 농업용 액비(液肥)로 사용되어왔다.
오줌의 성분 중 95%는 물이며 그다음으로 많은 것은 요소(尿素, Urea)로 소변 속 고형물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요소는 1828년 독일사람 프리드리히 뵐러가 시안산 암모늄으로부터 합성에 성공함으로써 유기화합물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당시의 통념을 깨고 유기화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일반인들에게 요소는 농작물에 질소를 공급하는 요소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디젤엔진의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의 양을 줄이기 위한 촉매로 사용되면서 좀 더 친숙한 이름이 되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디젤엔진의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유럽연합이 제안한 오염물질 배출 규격인 유로(EURO) 규격을 채택하고 있고, 특히 2014년 이후 적용되고 있는 유로-6에서는 요구되는 배출 기준이 한 층 강화되었다. 이 기준에 대응하는 기술적 대안 중 하나인 ‘촉매에 의한 선택적 환원(SCR)’ 방식에서는 요소를 증류수에 약 30% 농도로 희석한 요소수를 촉매로 사용한다.
지금 온 나라 안이 ‘요소수 대란’에 휩싸여 있다. 요소를 얻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석탄 원석을 정제하는 것인데 방대한 석탄 매장량과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하는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우리나라에서는 직접 생산을 접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였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자국 내 석탄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 지면서 중국 내 요소의 생산 및 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요소수 부족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황이 낯설지 않은 것은 바로 2년 전 일본이 일부 품목의 수출을 규제하였을 때 반도체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던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시장을 교란했던 그때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는 다른 나라의 일방적 조치가 우리의 경제와 생활에 얼마든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상기시킨다는 면에서 유사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자원 부족국가로 에너지 자원, 희토류 등 특수 광물 자원, 그리고 주요 공업 원료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 수입 거래선 다변화, 해외 자원 개발, 비상시를 대비한 국내 관련 산업 육성 등이 그나마 평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양현호 군산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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