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분야의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동물을 치료하고 연구를 하면서 얻어지는 결과가 때로는 사람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보통 연구 한다고 하면, 동물 중에서 쥐와 같은 설치류 (실험동물)만 생각하게 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수의학 측면에서는 모든 동물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험동물 뿐 만 아니라 반려동물, 농장 동물 및 야생 동물 등도 각자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강조합니다. 본질적으로 수의사라는 직업이 농장 동물 (소)를 치료하는 사람에서 시작되었다는 문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동물 보다 인류의 문명의 발달에서 농장 동물 (소, 양, 염소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고기 및 우유와 같은 식량을 주는 중요한 동물이었다는 점에서 수의사들은 안정적으로 위생적인 식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식량을 주는 대표 동물로 ‘소’였다면, 지금은 동물의 종류가 소, 돼지, 양, 염소, 닭, 오리 등으로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고기는 비싸기 때문에 조금은 저렴하고 좋은 단백질을 제공해주는 돼지는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은 돼지는 삼겹살과 수육 등을 제공해주는 동물로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수의사들은 돼지가 식량을 제공해주는 동물 말고는 의생명공학적 의미로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돼지가 무슨 의생명공학적 의미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제목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실제 돼지의 심장을 이식 받아서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합니다. 2022년 1월 11일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메릴랜드 대학병원에서 유전자 편집(도입)된 돼지로부터 심장을 확보해서, 말기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이식을 실시한 것인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까지는 자료를 살펴보니, 그 환자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왜 여러 동물 중에서 돼지일까? 지면의 한계 상 많은 내용을 설명하기 어렵지만, 돼지의 여러 장기의 크기와 생리학적인 특성이 사람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 때문에 실험동물로서 중요성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그래서 유럽 및 미국과 같은 과학 선진국을 중심으로 의생명공학용 돼지를 개발하기 위하여 장기적인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번 심장을 이식하는데 사용된 의생명공학용 돼지가 태어나고 실제 사용 될 때까지 적어도 20년 이상이 걸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돼지가 아니라 무균 시설에서 자라고 있으며,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하여, 10개의 유전자가 편집 (변형)된 돼지입니다. 유전자 편집(변형)을 해본 사람을 알겠지만, 1개의 유전자 편집 (변형) 돼지 모델을 확립하는데, 적어도 2~3년 정도 소요됩니다. 10개의 유전자가 편집(변형) 되었다는게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연구를 했을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가 초기에 투자를 통해 이루어졌는데요. 그러나 점차 연구의 중심을 잃게 되었고, 단기 지원 중심의 국가 연구 과제 특성상 결국은 그 한계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관련 분야에서 이제 선두권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필자도 연구 초기에 돼지 연구를 수행하면서 느낀 점은 연구 디자인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지울 수 없습니다. 또한 정부도 단기적인 성과나 논문의 인용지수가 낮으면 지원이 어려운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학 기술은 미래를 이끄는 중요한 분야이며, 코로나19에서와 같은 상황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진짜 실력이 나옵니다. 기초과학을 꾸준히 연구하고 관련 연구가 누적이 되어, 응용분야에 적용 되며, 산업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한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자들이 국가의 연구 과제 평가를 할 때 학연, 지연에 연연해하지 말고, 좀 더 냉정하게 도전적인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박수 치고, 밀어 주었으면 합니다. 이제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단기적인 시선을 버리고, 장기적인 계획과 관련 연구자들에게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때입니다.
/장구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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