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사제 관계를 상징하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교육 현장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사랑의 매’는 학생에 대한 교사의 폭력행위가 됐고, 학생 인권과 교권의 충돌로 교육 현장에서 사제 간의 정은 물론 교육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식어가고 있다. 어제 전북교사노조가 발표한 교육 현장의 교권 침해 사례는 백년 대계인 교육 정책을 되돌아보게 한다.
전북교사노조가 도내 14개 시군에서 근무하는 유초중등 교원 8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21일 밝힌 교권 침해 사례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교사들이 직접 적은 최근 10년간 교권 침해 사례 154건에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욕설과 폭언은 다반사로 꼽혔다. 교사에게 집기를 집어던지거나 성희롱을 하고, 전화 협박과 욕설을 넘어 학교 교실에까지 찾아와 폭언을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로 부터 교권을 침해당한 교사들은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운 것은 물론 정신과 치료와 휴직까지 해야 할 정도로 고통받고 있지만 학교 측의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학부모의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달래며 대충 넘어가자는 식으로 무마시키려 하는 관리자에게 더 충격을 받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교권 침해에 대한 구제가 이 정도라면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전북교사노조의 설문에 응답한 교사들의 99.4%는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생활지도법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밝혔고, 응답자의 99.6%는 교권 침해 구제 과정에서 소요되는 변호사 비용을 전북교육청이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전북교사노조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교권 침해 사례 등을 종합해 학생생활지도법 법제화, 교사인권센터 설치, 교권 침해 사례시 3심 변호사 비용 전액 지원 등을 전북교육청에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4년 8월 전북 학생인권 조례와 전북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각각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교육의 3주체다. 학생 인권과 함께 교권과 교사의 인권 보호도 소홀히 취급돼선 안된다. 교사들이 자존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