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이 늙어간다. 유엔 기준으로 고령의 기준은 65세다. 고령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는 '고령화사회', 14% 이상인 사회는 '고령사회', 20% 이상인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분류된다.
전북은 6월 말 현재 고령인구 비율이 22.7%에 이른다. 초고령사회로 이미 접어들었다. 전남 24.7%, 경북 23.3%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다. 고령인구 비율이 높을 것 같은 강원도도 22.2%로 전북보다 한 단계 낮다. 전국 17개 시·도 중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역은 부산광역시 (20.9%), 충남 (20.2%)를 포함, 모두 6개 지역이다. 옆 동네 광주광역시는 15.1%로 전국에서 가장 고령화율이 늦게 진행되고 있다. 비결이 궁금하다.
전국 평균 고령인구 비율은 17.5%다. 현재 추세로 2025년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2018년 고령사회로 진입한 후 7년 만에 최단기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OECD 국가 중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합계 출산율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북은 0.909명(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10번째다. 신생아는 적게 태어나고 노인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재정부담은 늘어난다. 지방 정부 힘만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타향살이하며 가장 큰 걱정은 아무래도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 안부다. 6.25 참전용사로 구순이 되신 부친은 초기 치매를 앓고 계셔서 이른바 ‘노치원’에 다니시고 연로하신 모친은 힘에 부치신다. 데이케어 센터분들과 아파트 이웃분들 덕분에 서울 사는 불효자들은 죄스러운 마음을 조금은 덜고 고향에 빚을 지며 살아간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연령차별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탐구’라는 기사에서 3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나이 차별이 사람의 수명을 몇 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연령차별’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초대 소장을 지낸 로버트 닐 버틀러(Robert Neil Butler, 1927년~ 2010년) 박사다. 조부모와 함께 뉴저지에서 자란 버틀러는 의과대학 내에서조차 의료진들이 노인과 그들의 질병에 대해 경멸하고 노인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 존재함에 충격을 받아 1969년 ‘성차별(sexism)’과 ‘인종차별(racism)’을 본떠 ‘연령차별(Ageism)’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노쇠가 노화와 함께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결과라는 사실을 밝혀낸 그는 평생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제도적 관행을 바꾸고 미국 정부의 노인정책 수립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때로는 사회를 바꾸는데 다수가 아닌 신념을 가진 단 한 명의 노력이 더 빛을 발할 때도 있다.
민선 8기 제36대 전라북도 김관영 지사는 취임사에서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전북을 위해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늙어가는 전북과 달리 김 지사는 전국 17명의 시·도 지사 중 가장 나이가 젊은 50대 초반의 리더다. 변혁적 리더십으로 중앙정치에서 제 목소리를 냈던 그가 ‘젊은 전북’으로 만들어 주길 멀리서나마 응원하며 기대해 본다.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
△민경중 전 방송통신심의위 사무총장은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법무법인 제이피 고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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