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주변을 둘러보면 대규모 신축 공사장에 지역 건설 업체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광주·전남의 업체들로 도배되어 있다. 간혹 충남 업체들도 눈에 띄고 있다. 대형 토목 공사는 모두 타지 대기업 건설업체 몫이다. 지역 건설사는 간혹 낮은 지분의 컨소시엄이나 하청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역에 1군 건설 업체가 없어 주요 공사 입찰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그나마 사업규모가 큰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나 대규모 아파트 건설 사업도 거의 대부분 외지 업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전북에서 도급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건설사를 비롯한 대부분 지역의 중견 건설 업체들도 2군에 턱걸이하거나 그 이하에 머물러 있는 참혹한 상황이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지역 경제가 몰락하여 시장 규모가 작고 어쩌다 시행되는 대규모 토목 사업은 외지의 1군 업체가 주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역의 중견 업체들은 일감이 없어 도급을 확대하지 못하고 서울 사무소를 내거나 수도권으로 진출하여 일감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GM이나 현대 중공업 군산 조선소 사태에서 보듯이 그나마 있는 몇 개의 대기업 공장들은 보완 관계에 머물러 있어 지속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불황으로 경기가 침체되거나 경쟁력 문제로 구조 조정이 필요하면 비중이 큰 본 공장의 위험 부담을 더는 역할로 인력을 축소하기 일쑤이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공장을 폐쇄하고 철수하며 본사 파견 인력들은 1 공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지역의 고용 인력은 대부분 실업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대기업 유치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핵심 공장이 오지 않으면 늘 불안정성으로 인한 자본과 공장 철수의 위험 부담을 지역이 고스란히 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와 안정적인 정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미래 먹을거리와 관련된 신기술로 승부하는 새로운 사업영역의 기업을 유치하여 공장을 설립하거나 틈새시장이나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강소 기업이 유치되어야만 성과를 지속하여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현재는 비록 규모가 대기업 군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신기술을 통한 미래의 먹을거리와 관련된 기업이라면 이후 충분히 거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전기 자동차 영역과 관련한 다양한 소재와 부품을 생산하거나 신기술을 적용한 자원 재활용에 특화된 강소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지역에도 미래에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강소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미 중권가나 경제계에서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새롭게 부각되며 떠오른 기업이지만 지역에는 경제계가 아니면 잘 알 수 없는 기업들이다. 미래에 더욱 중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작지만 강한 시장성을 가지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하며 사업을 확장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이후 상황 전개에 따라 일약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기업 유치와 더불어 지역의 강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지역의 많은 젊은이들이 지역을 등지지 않고도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것이다. 기업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과 소규모 자영업도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관이 나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윤 정부에서 소극적인 지역 화폐, 지역 플랫폼과 관련한 분야도 정치권과 연대하여 축소되거나 사장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전국적 명성을 떨치며 현지인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먹을거리인 군산 이성당. 전주 현대옥을 비롯한 다양한 지역 중소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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