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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제도의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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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인사청문회를 두고 전북도의회와 전라북도의 갈등이 극에 이르고 있다. 지난달 31일, 도의회의 문화건설안전위원회의 8인과 의장 추천 4인으로 총 12명의 청문위원으로 구성된 인사청문회에서 전북개발공사 사장 서경석 후보가 부동산 구입 등과 관련한 금융자료 제출을 거부하자  인사청문회를 중단하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하지 않았다. 이는 오래전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민선 8기를 맞아 새롭게 구성된 전북도의회는 의장을 필두로 인사청문제도 개혁에 대해 열의를 보였다. 하지만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실패하여 청문대상기관을 4개 늘리고 청문위원, 청문 기간 및 청문 시간을 조정하는 선에서 그쳤다. 인사청문제도의 제도적 한계와 모순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협상이 용두사미로 된 것은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 공동 대책 기구를 구성하여 협상을 진행하거나 협상 과정을 모두 공개하여 공론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회는 밀실 협상을 통해 단독으로 청문회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에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도덕성 검증 공개 문제는 전혀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 강한 집행부에 끌려 다니는 의회의 모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초록이 동색이라고 같은 당 소속 집행부에 맞서 의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숱하게 보아 왔다. 강한 집행부와 맞서 약한 의회가 힘을 가지려면 당의 공천권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의회를 떠받치고 있는 전북 도민과 언론, 시민사회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임해야 한다. 그마저도 집행부가 끝까지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다면 강제성이 없는 협약이기에 불가능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덕성 검증이 청문회의 꽃이자 핵심인데 이를 비공개하며 그들만의 리그인 밀실에서 후보자의 자격과 능력을 검증하겠다는 것은 애당초불가능한 일이다. 지난 전북문화재단 대표이사 청문 과정에서부터 형식적이며 무기력한 청문회에 대한 무용론이 크게 증폭되었다. 청문회가 주먹구구이다 보니 여론은 말할 것도 없고 의회 내부에서도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은 집행부의 인사 추천의 흐름과 후보자의 태도이다. 주요 기관장 인선이 전북이외의 외부 인사 중심으로 이루어져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북도의 인사 기준이 ‘능력주의’라고 하지만 전북 인사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모습은 아무리 인사가 단체장의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전북개발공사 사장 청문회를 보아도 능력 있는 인사를 고르기 위한 집행부의 노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주요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틀에 갇혀 관련 분야의 전문성과 객관성 등을 간과한 측면이 크다. 후보자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명확한 설명과 자료 제공을 통해 여러 의문과 우려를 불식시켰어야 했다. 부동산이나 재산 형성 과정 등 제반 문제는 아무리 비공개라 하더라도 도덕성 검증의 핵심 사안이다. 이를 거부한다는 것은 의회에 대한 무시이며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이다. 온당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제도는 지속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며 협치와 상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사청문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입법화를 통해 법적 기구로 전환되어야 한다. 분권과 자치의 핵심은 지방자치의 내실화에 있다. 지역부터 시작하여 전국적인 연대 활동을 통해 인사청문제도를 비롯한 지방자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제반 법 개정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위한 활동에 의회가 앞장서야 한다. 

/김영기 객원논설위원(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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