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직접 수업하는 학교’…17년 최소 경력 ‘마령초 노남숙 교장’
음대 나와 음악학원 운영하다 교대 편입해 2004년 37살 늦깎이 임용
올 3월 공모제 교장된 후 음악·창체수업, 부진아 지도 등 직접 수업 진행
삶 속에 교육이 들어있다는 철학으로 교육농 교과목 개발 지원
“학교가 달라지고 있어요.”
교육을 단순히 사회로 나가기 위한 통로로 보지 않고 삶과 교육을 하나로 묶어 철학이 있는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있다. 교장이 직접 학생 수업을 진행하고, 전체 학생의 이름을 외우고 가정사까지 알 정도다. 주인공은 바로 진안 마령초등학교 노남숙(54·여) 교장.
노 교장은 평교사 출신으로 교장자격을 미소지한채 지난 3월 1일 마령초 교장으로 임명됐다. 학생과 학부모·교사가 교장을 뽑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교장이 된 것이다. 교장이 되려면 통상 30년이 소요되지만 노 교장은 17년차 교사 경력을 보유, 전북 교육계의 최소 ‘교사경력 교장’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다가 다시 전문대에 들어가 음악(피아노)을 전공한 뒤 교육대학교(음악교육학과)로 편입해 졸업한 후 2004년(37살) 교사로 임용됐다.임용 당시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사설 음악학원도 잠시 운영했었다.
노 교장은 ‘학교는 마을과 함께해야 완성된다’는 신념으로 아이들이 사회를 공부하는 과정은 이웃→지역→나라→세계로 확장되는데 초등학생이 마을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마을로 나가는 것이라는 철학을 전파했다. 호기심이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에 학교는 협소하고 교사의 능력은 한계가 있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학교와 마을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 교장은 1~2학년 창체수업, 3~6학년 음악수업, 1학년 부진아를 지도하고 있으며, 방과후 돌봄, 교육복지, 교과서 주문 등 학생지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를 하며 교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마령초는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학교가 하나되는 변화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장공모제로 뽑은 교장이 학교 내 수직적 구조에 변화를 주고, 학교 내 혁신을 주도하자 학생,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적극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며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마령초는 마령중학교와 함께하는 공동교육과정의 하나인 ‘자전거로 떠나는 마을여행’ 행사를 진행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직접 진안의 구석구석을 돌며, ‘내 고향 바로 알기’를 실천하자는 취지다. 교사들도 몰랐던 마을의 지형을 익히고, 내가 살고 있는 곳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익히며 삶과 연관된 배움을 실천하고 있다.
마령초는 진안이 가진 특색을 살리기 위해 교육농(農) 교과목을 개발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가르쳐 농사의 철학을 배우게 하기 위함이다.
노 교장은 “마령초가 추구하는 삶과 연관된 배움, 교육農을 통한 생태적 삶의 추구,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등은 제 교육의 지향점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다”며 “작은학교에서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많은 사람이 듣고 마령으로 찾아와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생태적 삶으로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활발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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