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영국의 한낮 최고 기온은 기상 관측 사상 360여 년 만에 처음으로 40도를 넘었는데, 이로 인해 철도가 휘어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고압 전력선이 처져 내려오면서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지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또한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에 기록적 한파가 발생하여 항공, 철도, 도로교통이 전부 마비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가 코로나19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고 언급한 기후 위기의 단면이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가 수십억 년 동안 태양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열적 평형에 이른 결과, 지구는 줄곧 일정한 평균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후 줄곧 상승일로에 있다. 최신 기후 예측 모델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가 2040년이면 산업화 이전에 견줘 1.5도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고작 1.5도 오르는 것이 뭐가 그리 심각할까 싶겠지만, 넓은 해수면을 포함한 지구 표면 전체 온도를 1.5도 상승시키는데 필요한 열량은 가공할 만한 규모의 에너지임이 틀림없다. 관측 대상을 대한민국으로만 좁히더라도 이러한 상승 추세는 뚜렷하다. 지난 2021년 기상청이 발표한 199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0년간 우리나라 기후 평년값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기온이 이전보다 상승하였고, 전라북도에도 바나나 등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 정도로 우리나라의 온대성 기후가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은 지역적으로는 기록적 폭서,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초래하며, 점증하는 온난화로 인해 이러한 재해는 해를 거듭할수록 빈번히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이에 세계 각국의 대기, 해양, 환경 분야 과학자들은 UN IPCC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가 인간 활동에서 기인했음을 명시하였고, 2018년 인천에서 열린 IPCC 총회가 채택한 특별보고서에는 2030년까지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이산화 탄소의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세계적 분위기에 호응하듯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약칭 〈탄소중립기본법〉을 2022년 9월 시행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4번째로 2050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국가가 되었다. 전라북도 역시 이러한 범국가적 추세를 반영하여, 최근 〈기후변화 대비 작물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당장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사회 기반 시설 확충에 총력을 다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을 통해 환경 경영을 장려하고 기후 위기를 기회로 삼는 새로운 산업 및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예측할 수 있거나 예측 불가능한 기후변화를 경제와 관련지어 연구하는 학문을 기후경제학이라고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함과 동시에 글로벌 무대에서 기후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분주하다.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혁신 생태계 조성 등 국가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과 더불어 전 국민이 체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기후 기술 산업 활성화, 넷 제로를 추구하는 생활 확산, 산업구조 전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이 기후경제학의 세계 리더가 되길 바란다.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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