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합법 사이, 용어 선택 '알쏭달쏭'
동등 국가 관계라면 '도청 의혹'이 마땅
미국 CIA의 한국 정부 용산청사 '도·감청' 의혹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이번 논란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가 '유출된 미국 펜타곤 비밀문서'를 보도하면서 촉발됐다. 비밀문서에는 한국·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미국의 '도·감청'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돼 있으며, 비밀문서 유출은 소셜미디어인 '디스코드(Discord)' 마인크래프트 채널에서 유저간 논쟁 중 발생했다는 글이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퍼진 상황.
이와 관련 대통령실을 비롯해 일부 언론 등은 '도청'과 '감청'을 혼용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도대체 미 정부가 '도청을 했다'는 것인지, '감청을 했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도청과 감청은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으로 도청과 감청을 구분하는 기준은 적법성이다. 도둑처럼 몰래 엿듣는 것을 말하는 도청은 불법행위, 법원의 허가영장을 받아야 하는 감청은 합법적 수단으로 본다. 하지만 감청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면 '불법'이며 통상 '불법 감청'이라고 말해야 한다.
이는 국가정보원법 제14조(불법 감청 및 불법위치추적 등의 금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장·차장·기획조정실장 및 그 밖의 직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 등에서 정한 적법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거나 위치정보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수집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
또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벌칙)에서는 불법 감청과 관련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내법 상으로 봤을 때, 이번 '도감청 의혹'은 '도청 의혹'으로 고쳐 표현하는 게 마땅하다. 적어도 한국과 미국이 우방국가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다면 그렇다.
이와 관련 이덕춘 변호사는 "미국이 한국의 허가 없이 대통령실의 이야기를 녹취했다면 '도청'이자 주권을 침탈한 불법행위이다"며 "동맹은 결국 자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만들고 유지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굴욕적인 대미 외교를 하고 있으면 '도청'을 '도청'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있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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