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주시의 주거 상업용지의 용적률 대폭 상향과 한옥마을과 역사도심 대규모 개발허용 등 원도심 규제 완화를 두고 찬반 의견이 뜨겁다. 한쪽에서는 도시의 정체성과 난개발로 인해 망가지는 도시의 모습을 우려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규제완화로 각종 개발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어느 방향이 되었든 우리가 살아갈 도시를 위해서, 미래세대를 위해서 올바른 방향이 어디인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건폐율과 용적률이란
이번 전주시 도시계획 이슈에 대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개념들이 있다. 바로 건폐율과 용적률이다. 건축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일반 시민들에게는 다소 낯선 단어이다. 간단하게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면 건폐율이란 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즉 대지 위에 얼마나 많은 면적의 건축물이 들어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100평짜리 대지에 50평짜리 건물을 짓는다면 건폐율은 50%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건폐율 규제를 통해 대지 안에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여 건축물의 과밀을 방지하여 일조, 채광, 통풍 등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화재나 재해 발생시에 불길을 차단하거나 피난등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데도 목적이 있다.
용적률이란 대지 면적에 대한 연면적의 비율을 말한다. 여기서 연면적은 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의 합계(지하층 제외)를 말한다. 즉, 용적률은 대지 위에 얼마나 높은 층수의 건축물이 들어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100평짜리 대지에 바닥면적이 50평인 건물을 4층으로 짓는다면 연면적은 200평이고 용적률은 200%가 되는것이다. 이러한 용적률의 규제를 통해 도시 내 인구 밀도와 교통량 등을 조절하고 도시 경관과 조망권 등을 보호한다.
이러한 도시의 건폐율과 용적률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 특성과 상황에 맞게 조례로 정해놓았다.
△ 전주시의 도시계획 조례는 어떠한가?
전주시는 지난 3월 '주거지역, 상업지역용적률을 상향 정비하여 재개발·재건축 등의 활성화를 통한 도시정비 및 발전 도모'를 이유로 주거지역은 법정 최고치로, 상업지역의 용적률은 대도시 수준으로 대폭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전주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전주시 주거·상업지역 용적률 대폭 상향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도시의 환경과 경관 훼손, 주거 불평등 심화 등 도시난개발을 우려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에 전주시 건축사협회와 재개발 재건축조합은 상업지역 용적률 상향에 따른 주거시설 확대를 규제하기 위한 장치인 '용도용적제' 신설에 반발하고있다.
△개발 규제 완화 정말 필요한 일인가?
이번 '전주시 도시계획조례 일부개정(안)'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 5월11일 전북환경운동연합과 한승우 전주시의원 주최로 '전주시 도시계획 이슈와 지속 가능한 도시관리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주거·
상업지역의 용적률 대폭 상향과 원도심 규제 완화를 중심으로하는 개발 정책이 주거환경과 경관, 도시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 발제에는 도시설계와 도시 재생 분야에서 연구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서울 시립대 도시공학부 정석 교수가 맡았다. 정석 교수는 미국 시애틀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혁신 사례를 들면서 "아름다운 도시경관은 엄격한 용적률 규제와 공공 기여에 따른 용적률 보너스로 사업자를 유도하고, 아래로부터의 시민 참여를 통해 만들어졌다"라며 "도시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는 도시가 제대로 된 도시이고 아름다운 경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주제발표는 전주지속협 도시계획협의회 박정원 위원장과 장우연 독립연구자가 맡아 각각 '주거환경을 고려한 용적률 관리방안'과 '전주 한옥마을과 역사도심의 도시관리 이슈와 과제'에 대하여 발표하며 도시계획의 방향성과 도시의 정체성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지정토론이 이어지며 각 토론자들은 섣부른 도시의 규제 완화가 불러올 여러 문제점들을 이야기했다. 좌장을 맡은 원광대 이양재 명예교수는 "도시의 용도 변화와 높이를 올리는 도시계획은 기후위기, 인구 감소 등 시대의 변화에 부합해야 하고, 규제완화와 개발 위주의 정책이 전주시의 바람직한 미래상과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전주'라는 도시
오래된 역사문화 도시라는 정체성을 살리며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천만 관광도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획적인 도시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묻지마식 상향', '획일적인 상향'보다는 심도 있는 논의와 토론 등 투명한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도시의 모든 공간에서 높이와 경관을 규제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도시를 지탱하는 다양한 기능에 맞춰 개발과 보존이 조화롭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도시전체를 저층 빌딩으로 규제할 필요가 없듯이 도시 전체가 고층 빌딩으로 덮여 빌딩숲을 만들 이유 또한 없는것이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다른 도시와 다를바 없는 건물과 빌딩을 보러 오는것은 아닐것이다. 전주만의 멋과 맛,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전주다움'을 보고, 느끼기 위해 찾아 오는것이라 생각한다. 1500만 관광객 유치가 목표라면 도시의 규제 완화와 개발중심의 도시계획이 아닌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전주만의 도시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장진호 전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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