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만 꽃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비통하다. 학교가, 교육이 무너져 내린다. 늦었다. 이미 늦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선생님들이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지속되는 악성민원에 교권이 침탈되고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한 고소 등으로 쌓여온 선생님들의 좌절과 분노가 전국에서 폭발하고 있다.
선생님과 학생·학부모 간 교육적 관계가 무너지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기대조차 사라져 간다. 학교공동체가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해서 안되는 것인지의 사회규범이 실종된 ‘아노미’ 상태이다.
교사가 무너지면 공교육이 무너진다. 교육이 붕괴하면 불행은 모든 국민에게 눈덩이가 되어 돌아간다. 이제 선생님들도 혼자 속앓이하면서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법적·제도적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학생의 수업방해, 폭행, 성희롱 등을 고스란히 당한 뒤 교권보호위원회를 여는 현행 제도는 교권과 수업권 구제에 지극히 제한적이다. 독일에서와 같이 교사는 수업방해에 대한 경고, 수업 배제, 학생·학부모 상담 등 징계권을 즉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행복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선생님에게 ‘교사자질이 부족하다’느니 ‘학생지도능력이 없다’느니 하는 막말·폭언을 일삼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악성민원이 학교 현장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악성민원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국에서와 같이 민원관련 학부모 방문일정은 미리 정하도록 하고, 일본에서와 같이 학부모의 위압적인 태도나 무례한 언행에는 시정을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의한 부당고소의 남발이 특히 현장 선생님들을 흔들고 있다. 사법기관의 소환·조사·재조사 등이 진행되는 동안 선생님들의 심신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다. 성장 및 임용 과정에서 모범생활을 해온 선생님들의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한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처벌법에 의한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을 즉각 마련하여야 한다.
교직은 어떤 전문직보다 창조적인 직업이다. 아무리 좋은 지도방법도 각기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최적일 수는 없으며, 항상 시행착오를 수반한다. 언제든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은 누군가 보호해줘야 한다. 동료교사와 교장·교감 등이 우선 보호해야 하지만 한계가 너무나 뚜렷하다. 누군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손을 놓게 되고 만다.
교육감이 나서야 한다. 교육감은 ‘나는 우리 선생님들을 믿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교육적 판단과 지도를 신뢰합니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교육감인 저의 책임입니다.’라고 공언할 수 있어야 한다. 민원이 발생하면 세심한 관심과 함께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을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
교육감이 나서서 선생님들을 지켜주면 학생과 학부모, 언론과 사회가 선생님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선생님들도 더 많이 연구하고 열성적으로 학생 지도에 임할 것이다. 선생님과 학생·학부모 간 신뢰가 쌓이고 교육적 관계는 복원될 것이다.
선생님들은 겪고 있는 아픔을 ‘선생님’이기에 외부로 표현하기도 어려웠다. 이제야 터질 것이 터졌다. 선생님들의 누적된 고통과 분노가 서울 선생님의 죽음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도 선생님들을 지켜주지 않았기에, 이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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