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주시 서신동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여성 사건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현주소를 응축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선정, 위기 가구의 발굴, 그림자 아이(미등록 아동), 급증하는 1인 가구, 고독사, 빈곤 문제 등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발견된 이 여성 사망사건은 정부와 지자체의 사회복지정책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위기가구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문제는 사건이 터져 누군가 죽어야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 벼랑 끝 위기가구를 돕는 복지 행정이 늘 한발짝 늦는다는 뜻이다. 이번 사망사건으로 전주시는 1만 여명의 위기가구에 대한 전수조사를 착수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하나의 위기가구라도 구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다만 이 일로 복지관련 인원 전체를 동원하다 다른 업무에 구멍이 뚫리면 안될 일이다.
사실 전주시는 이 여성이 생활고로 시달린다는 것을 숨지기 전에 알고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에 행복e음을 통해 파악한 위기가구로 통보해줬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체납이나 단전·단수 등 39가지 위기 정보를 토대로 위기의심 가구를 발굴한다. 이중 3가지 이상을 내지 못해 고위험군으로 보이는 20만 명을 가려 조사대상자로 지자체에 통보한다. 이 여성은 건강보험료 56개월 치를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6350원에 달했고, 공동주택관리비나 가스비·통신비도 내지 못했다. 전주시는 통보를 받고 3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다만 문자메시지를 남기거나 집주인에게 확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현 전달체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사건이 발생한 서신동 주민센터의 경우 위기가구 대상자는 550명인데 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단 1명이다. 몇 달간 발품을 팔아도 이들을 만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은 주민센터와 경찰, 소방, 가족센터, 사회복지관 등 다양한 기관과 우유나 요구르트 배달자, 각종 봉사단체 등 지역사회를 네트워크로 엮어 활용했으면 한다. 또 진짜 취약계층은 복지제도를 신청할 의지도, 정보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역을 잘 아는 사람 중심으로 ‘찾아가는 복지사업’을 내실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증원 또는 재배치와 지역사회 활용으로 눈을 돌리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