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선언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 이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도 공염불이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가 목전에 왔다고 생각했더니, 지금은 그야말로 여당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을, 야당을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하는 몸부림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이번 총선은 야당에게 윤석열 정부의 일방주의 국정운영방식에 맞서고 엉망진창 폭정을 타파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된 선거다. 하다못해 부산 엑스포 유치에 잼버리 예산의 몇 배를 써놓고 터무니없는 숫자로 유치실패했는데, 새만금 잼버리 때와 달리 감사원에서는 감사의 ㄱ(기역)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부인의 명백한 부정청탁방지법 위배 소지 있는 행동은 덮고 언론사의 함정취재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기준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막무가내 국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 민주당은 분열의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적정하게 거리만 유지한다면 사람들은 다들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회색 코뿔소가 점점 가까이 와 눈앞에 닥쳤을 때,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상황도 이와 같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도 큰데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정작 대처가 미비하여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 지금 민주당에는 ‘여당의 혁신’이라는 회색 코뿔소가 계속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우리 민주당은 지금 그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분열 일보직전에 다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겐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분열은 여당과 이 정부의 엉망진창 폭정, 일방주의 국정운영을 막아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중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새만금은 감사하면서 부산 엑스포는 감사하지 않는 비일관성만해도, 이 정부가 호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드러내는 한 단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모으지 못하고, 총선조차 지게 된다면, 이것은 호남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민주당의 분열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야당의 지도부는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단과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없이 이렇게 “다 잘될거야”라는 식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일방주의적 운영이면서 국민의힘의 변화라는 ‘회색 코뿔소’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뒤처지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당의 통합을 위한 지도부의 결단, 비상한 각오와 계획을 한시바삐 발표할 때다. 야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 그 동력은 결국 당의 지도부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에 민주당의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고, 그 어느 때보다 절절히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염원한다. 그래서 절절하게 계속 말씀드린다. 당의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비상한 혁신과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통합,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위한 지도부의 비상한 결단을 촉구한다. 혁신의 가운데에서 당이 단합되고 통합될 수 있도록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이야말로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호남,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다.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