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전라북도가 128년 만에 전북특별자치도로 출범하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별자치도는 기능적으로는 이전의 도와 별 차이가 없지만 법에 의해 자치권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전라북도로서는 재도약을 위한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린 셈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반기는 것은 필자가 전북을 사랑하는 출향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당면한 위기를 낭비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새로운 슬로건과 디자인을 개발하는 브랜드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참여한 바 있다.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전라북도가 과거 호남평야를 기반으로 천년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축적한 농경사회의 핵심적인 거점 공간이자 뿌리 깊은 정체성의 기반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전북은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물결 속에서 인구 유출과 산업구조의 취약성으로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에 직면한 지 오래다. 디지털 사회의 진전으로 현대인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 변하고 산업의 근간이었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게 되자, 우리의 미래인 청년세대의 취업 기회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국가나 지자체들은 앞다퉈 미래 신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소이다. 전라북도도 예외가 아니다.
새만금과 신산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전라북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새 시대를 상징하는 브랜드 개발이 필요했다. 오랜 역사와 문화를 보유한 정체성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미래 비전을 담아야 하고 독창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 간담회, 도민 참여단 원탁회의, 전 국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 토론회, 공청회, 후보안 선호도 조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두려움은 사라졌다. 16세기 어느 정치철학자의 말처럼, 리더의 의지와 그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크고 강하면 다가오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었다.
민주적 과정과 치열한 숙의를 거쳐 탄생한 슬로건은 ‘새로운 전북, 특별한 기회’이다. 이 슬로건은 정체성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전북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전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전북 그 자체’를 내세움으로써 천년 역사를 가진 전북의 정체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새로운 전북은 특별자치도 출범을 계기로 전북의 새 변화를 알리고 새 시대, 새 지평을 열어갈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를 표방하는 전북의 미래 비전을 암시하고 있다. 특별한 기회는 슬로건 중앙에 창(窓)을 시각화하여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창의 이미지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선도적으로 열어가고자 하는 전북의 열망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작의 기술이다. 아무리 정성 들여 만든 도시브랜드라 할지라도 잘 활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고 새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와 캠페인을 벌이는 등 브랜드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전략적인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자주 하는 말과 생각은 삶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자주하는 생각이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꾼다는 신경가소성 이론에 근거한다. 새로운 미래를 여는 해답은 타인이나 환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더 나은 전북의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전 총장
△서순탁 교수는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에 재직 중이며 서울시립대학교 제9대 총장을 지냈다. 한국도시행정학회장, 경실련 정책위원장, 서울시 출연기관 경영평가단장,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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