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눈
하나는 눈앞의 현실을 보고
또 하나는 가려진 진실을 본다
두 귀
하나는 어두운 소리를 듣고
또 하나는 빛나는 소리를 듣는다
두 손
하나는 나를 위해서 쓰고
또 하나는 너를 위해서 쓴다
Dr는
불붙은 몸 가로등으로 섰나니
너와 나의 길 태극이 환하다
이 시대를 선도하고, 고치는 박사에게 바치는 헌시-목천(沐川)
△시에 대한 단평
주역에서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 하여 음양이 번갈아 되는 것을 도라 한다고 했다. 한편, 태극(太極)이란 말은 우주 만물 근원의 실체로서 하늘과 땅이라거나 역시 음양의 이치를 암유한 말일 것이다. 우주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이 없지만, 추측하여 대칭과 조화의 총체적 섭리라 일컬어 말하고 있을 것이다. 대칭은 반대 개념의 대립만을 뜻한다기보다는, 대척의 지점에 서로 놓임이니, 둘의 사이는 다시 합으로 가는 교응의 첫 단계인 셈이다.
이 시에서도, 눈, 귀, 손으로 인간 체위를 논하여 그 대칭의 상반됨에서 합일로 건너가 정(正)에 귀의함을 강조함이니, 철학적 사유(思惟)를 내포하며, 한편 이 혼돈의 세상을 정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깊은 의도를 담고 있는 주지시로써, 올바른 지성인 또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로서 밝은 쪽만 보지 말고, 이면도 샅샅이 보라는 랭보의 견자(見者)로서의 이론도 숨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동시에, 어둠을 밝음으로 영도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다시 주역에서, 천존지비(天尊地卑)라 하여 하늘과 땅은 위 아래로 존재하나, 천지는 동등하게 교섭하며 그 위에 인간 삶의 세계가 형성된다고 이른다. 이 시에서 ‘가로등’은 매우 상징성을 띤다. 천지운행의 섭리도 마침내, 인간으로 인해 태극의 세계가 구현된다는 암시를 담지한다. 당면한 시대상의 풍자를 철리(哲理)로 풀어낸 지성적 주지시임을 감응하는 바다. 소재호(시인, 문학평론가)
△목천 정병렬 시인은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중등 영어과 교원(교감)으로 정년을 마쳤고 두리문학회·강천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다수의 시집을 냈고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전북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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