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필자는 어느 중앙지 칼럼으로 읽은 내용이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어 이를 이 지면에 소개하려 한다. 매우 인상 깊었던 연유이리라. 미국 거주 어떤 우리 교포 2세 대학교수가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인 가이드에게 부탁하여 한인 집성촌 한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었단다. 그 중국인이 말하기를 “그 민족은 이상합니다. 일과 후 저녁에 서로 모여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다가 싸움질하고는 흩어지는데, 다음 날도 또 다시 만나 그렇게 반복하곤 하는, 그런 좀 모자란 사람들입니다.”라고 하더란다. 중국인으로부터 부정적 평가를 듣게 되었지만 이 교수는 오히려 충격적 감동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술 잘 마시는 것은 낭만을 누리면서 감성적 정리적 즐김에 다름 아니고, 노래하고 춤추는 일은 풍류를 아름답게 누리는 미풍이라고 생각했으며, 문제는 싸움하는 일인데, 이는 의견의 극단의 차별성으로 인한 변증법적으로 논하자면 정반합으로 건너가는 치열한 공방이 아니겠는가 하고 긍정적 단정을 하게 되었노라고 술회하였다.
지금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K-팝의 경우 그것이 바로 노래하고 춤추는 놀이의 연장선상에서 승화된 성과가 아닌가? 우리 민족은 잘 놀고, 일은 재빠르게 잘하는 민족이라고들 자타가 공인한다. 잘 노는 일이 바로 예술하는 일로 변환하는 현대 문화 흐름을 볼 때 우리 민족성은 특히 예술 지향적 성향을 띤다고 불 수 있을 것이다. 최치원 선생이 말하길, 우리 민족은 풍류를 누릴 줄 아는 민족이라 평했다고 한다. 풍류란 그 개념이 오늘날 연예 장르의 예술인 것이다. 최치원 선생이 말한 풍류는 현대 개념의 풍류에다가 학문의 즐김까지를 포함시킨 확대된 개념이었다. 한반도 고대 역사상의 제천의식도 집단 가무에 천지신명께 제사 지내는 일이었다. 술과 노래와 춤추는 행위 조합의 행사가 그대로 엄숙한 국가적 의례였으니 오늘에 전해오는 풍속은 당연한 필연성을 지닌다. K-팝은 물론 K-드라마, K-무비, K-클래식, K-뮤직 등 예술 문화 전반에 걸친 융성은 세계 인류를 감동케 한다. 국악 부문은 또 어떠한가? 판소리며, 민요며, 시조창이며, 농악 등등 온 민족이 이에 따라 흥에 젖어 흥얼거리며 어깨를 들썩이는 것이다. 농악은 일하면서 함께 공연하는 풍악이다. 일과 놀이가 상생으로 융합한 것이다. 예술에 우리네 고유 정서를, 예기에 우리네 당찬 낭만을 담아냄은 가히 높은 수준인 것이다. 이때에 우리네 정한도 풀어내고, 희로애락의 만 기지 정서를 표상한 것이다.
사실 놀이나 일에 있어서 우리 민족은 ‘함께 함’에 방점을 두었다. 일할 때는 품앗이로 공동 작업을 했으며, 놀이나 예술 공연도 함께 굿을 쳤던 것이다. 이는 종합예술의 성격으로 그 예술성이 승화 확창 되었다. 예술만 그런 게 아니라 역사적 큰 행사도 함꼐 함으로써 그 위용을 높이 떨쳤던 것이다. 임진란 때의 민중 단합, 3.1운동 때의 집단 함성, 동학 동민 혁명 때의 단일 대오, 근래 축구 응원전 때의 붉는 악마 군집 등등 크게 이룬 것에서의 우리네 단합은 타민족 어디에서도 예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럴 때 우리는 큰 용기를 일으키고 신명이 표출되며 소기의 목적 달성은 효과적이었다.
근래 서울 중앙 박물관 관람객 수가 1년 평균 460여 만명이란다. 이 수는 세계 여섯 번 째라니, 우리 민족 문화 지수, 우리나라 국격이 세계 여섯 번째가 아니겠는가? 지고한 예술 지향의 민족성에 무한 자부심을 느낀다.
/소재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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