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문화사학자, 서해 바닷길 답사기 엮어 ‘서해랑길 인문기행’ 펴내
해남 땅끝부터 영광 백수해안도로, 고창, 김제 지나 강화해협까지
길에서 마주한 역사와 삶에 대한 이야기 엮어
장소에는 시간이 쌓인다. 수십 년 전의 오늘이 쌓이고 오늘의 기억이 쌓여 차례로 포개진다. 그게 역사다.
‘현대판 김정호’라 불리는 대한민국 도보 여행가 신정일이 서해 바닷길에서 만난 역사 이야기를 엮어 <서해랑길 인문 기행>(상상출판)으로 펴냈다.
<신정일의 신 택리지> <왕릉 가는 길> <길 위에서 만나는 쇼펜하우어> 등과 같은 인문서를 써 온 작가답게 야무진 취재력과 인문학적 시선이 빛난다. 서해 바다 도보 여행기로도, 문화사학자의 에세이로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해남 땅끝에서 시작해 태안의 안흥곶을 지나 강화도의 강화평화전망대까지 걸어가는 서해랑길은 103개 코스에 1804km에 이르는 길고도 긴 길”이라며 “해파랑길을 걷고 2014년에는 서해랑길로 명명된 서해 바닷가 길을 걸으면서 매 순간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했었기에 늦게나마 이 책을 바친다”며 출간 배경에 대해 밝혔다.
책은 서해랑길을 네 구간으로 나눠 답사의 궤적을 쫓는다. 해남 땅끝부터 진도와 영암, 무안과 신안, 영광 백수해안도로까지가 서해랑길의 첫 번째 구간이다. 저자가 묵묵히 두 발을 걸으며 마주한 서해 바닷길에는 시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고인돌과 갯벌의 고장 고창과 지평선이 보이는 김제, 변산마실길을 지나는 부안과 근현대가 어우러진 군산까지 서해랑길 두 번째 구간에서는 지역의 문화를 녹여내 정겹다.
서해랑길 세 번째 구간에서는 이지함, 무학대사 등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해 사고의 확장을 시도한다. 서천군, 보령시, 태안반도, 서산, 당진, 아산까지 옛사람들이 걸었던 길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되짚는다.
경기도의 초입 평택시와 화성, 시화방조제를 지나 인천시, 강화해협까지를 아우르는 서해랑길 네 번째 구간은 서해 바닷길 여정의 끝에서 발견한 새로움과 미래에 대한 저자의 다짐이 녹아있다.
이덕일 역사학자는 “그에게 우리 국토는 이 나라의 역사이자 민중들의 삶이었던 것”이라며 “호사가들이 그를 현대판 김정호, 현대판 이중환, 현대판 김삿갓으로 부르는 이유는 그가 바로 길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 신정일은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는 문화사학자다. 또 우리나라 옛길인 영남대로와 성남대로 관동대로 등을 도보로 답사한 도보 여행가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홀로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모든 것은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가슴 설레는 걷기 여행> <조선의 천재 허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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