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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중함 깨우치는 아름다운 마음들⋯박성우 시인,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발간

정읍 출신 박 시인이 7년 만에 펴내는 다섯 번째 작품
편안하고 아름다운 시어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시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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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표지/사진=교보문고 재공

“거실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고 보니/ 티브이는 꺼져 있고/ 내 몸에는 이불이 덮여 있다/ 아내는 연수받으러 가고 없는데/ 누구지?/ 유정란을 휴지에 싸서 부화시키려다/ 깨뜨리고 말던 유치원생 딸애는 그새/ 중학생이 되었다./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시 ‘잠깐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전문)

박성우의 시는 언제나 쉽고 편안하다. 시를 처음 접하는 이들도 그 아름다움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런 박 시인이 5번째 시집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창비)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시인에게 백석문학상을 안겨준 <웃는 연습> 이후 7년 만에 펴낸 책으로 더욱 주목을 끈다.

7년의 세월 동안 백석의 향토성과 서정성을 계승하면서도 세심한 감수성을 동원해 다양한 공동체적 양식을 살피는 시인의 눈길은 한층 넓고 깊어졌다.

실제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되살려 도시살이와 시골살이를 오가는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덕분에 전통적 서정의 아름다움이라는 미덕을 지니면서도 무한경쟁의 쳇바퀴를 살아가는 지금 시대를 날카롭게 묘파해 냄으로써 전 세대를 아울러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들로 풍성하게 채워내고 있다.

“호박 줄기가 길 안쪽으로 성큼성큼 들어와 있다/ 느릿느릿 길을 밀고 나온 송앵순 할매가/ 호박 줄기 머리를 들어 길 바깥으로 놓아주고는/ 짱짱한 초가을 볕 앞세우고 깐닥깐닥 가던 길 간다”(시‘매우 중요한 참견’ 전문)

이처럼 시인의 시에는 사람살이의 온기가 흐르고 언젠가 살아본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또 가족으로 국한되지 않은 이웃, 길 가다 스친 사람 등과 같은 사람 간의 관계를 박 시인 특유의 자연스러운 입말로 그려내며, 시 한 편 한편을 마치 드라마처럼 독자들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이창동 영화감독은 책의 추천사를 통해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에 담긴 박성우의 시들은 더 쉽고 편안하고 낮아졌다”며 “그 흔한 상징도 비유도 찾기 어렵다. 애써 새로움과 낯섦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시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그의 시를 읽으면 절로 마음이 환해지고 미소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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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시인/사진=전북일보 DB

박 시인은 “그간 나는 생각지 않던 길을 걸었다. 다섯 시 이십 분에 일어나 출근하는 생활을 했고 지방으로 가서는 이십 분을 더 잘 수 있었다”며 “나를 중심에 두고 살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며 깊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상하리만큼 시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커졌고 적요한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시를 만나곤 했다”며 “오래 간직하고 싶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과 기쁨이 돼 주었다”고 덧붙였다.

박성우 시인은 정읍 출생으로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웃는 연습> 등이 있다. 박 시인은 백석문학상과 신동엽문학상, 윤동주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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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관계 #시어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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