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 문화 확산 속 고령층 어플 등 사용법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 호소
전주시내 점자 블록 없는 버스 정류장 많아 시각장애인들 이용 불편 호소
노인, 장애인 등의 교통 취약계층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 등의 발달로 대중교통 또한 바뀌고 있다. 그러나 편리함을 위한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불편함을 키우는가 하면, 기술의 발달에 외면된 계층들은 여전히 대중교통 이용 자체를 못하고 있다. 전북은 지하철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버스와 택시 두가지의 대중교통만을 이용할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 인해 이 같은 교통 취약계층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택시 잡기 힘든 노인들
“택시 한 대만 불러줘∼”
전주시 효자동에 사는 박영숙(70·여) 씨는 요즘 외출할 때마다 고심이 크다. 지난해 운전면허를 반납한 이후 외출 시 택시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운행 중인 택시 대부분은 예약등이 켜져있고, 수십분을 기다려야 간신히 택시를 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그 뒤로 박 씨는 택시가 필요할 때면 대학교에 다니는 손자에게 콜택시를 부탁하고 있다. 하지만 손자가 연락이 안 될 때는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박 씨는 “몸이 좋지 않아 버스를 타고, 다니기는 힘이 들고 노선도 자주 바뀌어서 잘 모른다”며 “길가에서 아무리 택시에 손을 들어도 차들이 멈추지 않았다. 요즘 사람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서 다닌다는데, 손자에게 배웠지만, 혼자서 해보려고 했더니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화로 택시를 불러보려고도 했지만, 주소를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몰라 전화를 걸기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대중교통의 이용법이 수요·응답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 등 교통 취약계층들의 불편함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특히 도심지역의 노인 등이 택시 이용에서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이용법 홍보 및 교육 강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카카오 택시가 운영 중인 지자체는 전주, 익산, 김제, 완주 등 4개 지자체다. 해당 지역들에서 운영 중인 카카오택시는 도내 전체 택시 약 8000대 중 약 1950대로 조사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택시업자들이 지역콜과 카카오택시를 중복 가입하고 있는 실정으로, 운행되고 있는 카카오 택시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카카오택시는 운행 방침에서 빈 차로 운행 중인 택시 인근에서 이용객이 어플리케이션으로 콜택시를 부를 시 자동으로 배차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택시 기사들이 길가에 대기 중인 손님을 태우고 싶어도 자동 배차되는 시스템으로 인해 콜택시를 부른 손님을 태우러 이동하게 된다.
이날 전주시 중앙시장에서 만난 택시 기사 김모 씨(60대)는 “병원 같은 곳을 지날 때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는 노인분들을 많이 보지만, 요즘엔 대부분의 영업이 콜택시로 이뤄지기 때문에 마음은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콜이 온 곳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문제는 시골보다는 오히려 도심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인구 감소로 인해 택시 이용객 자체가 적은 시골은 이러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이용이 익숙하지만, 많은 공급으로 인해 그동안 대중교통 이용 방식이 달랐던 전주 등 도심지역 시민들이 더욱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전북대학교 교통공학과 장태연 교수는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고 운전면허 반납제도가 시행되면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해 지자체에서의 정책 발굴이 필요하다”며 “콜택시 같은 경우는 농촌지역에서는 많이 보편화가 되어 있지만, 도시 지역에서는 오히려 활발하지 않은 상태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주시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주사랑콜을 만들어 운영을 하고 있는데, 홍보 등이 아직은 부족한 모습이다. 주민센터나 아파트 경로당 등을 찾아 실제 콜택시 호출을 경험시켜준다면 이 분들의 이용률도 올라갈 것이다. 앞으로 고령층과 운전면허 반납층이 늘어나는 만큼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버스 이용 어려운 시각장애인
전주시 대다수의 버스 정류장 내부에 점자 블록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경고와 굴절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점용 블록과 직선 방향을 알려주는 선형 블록 등으로 구성된 점자 블록은 시각 장애인들의 보행 안정성과 안전을 위해 설치되고 있다. 점자 블록이 없는 경우 시각 장애인의 정확한 방향 잡기와 안정감 있는 보행이 어려우며, 도로 단차 등 장애물 회피가 곤란해져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21일 전주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실제 버스 승차 지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점자 블록을 설치한 버스 정류장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찾은 20개의 시내버스 정류장 가운데 실제 버스 승차 지점에 점자 블록이 설치되어 있는 정류장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또 버스 정류장에서 실제 탑승 지점까지 안내하는 점자 블록도 없어 시각 장애인의 원활한 버스 탑승 및 이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에 시각 장애인들은 현재 시각 장애인의 전주 시내버스 탑승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토로했다.
노창옥 전주 시각장애인협회장은 “전주시의 장애인 관련 복지는 아직 섬세하지 못한 편이라고 생각한다”며 “버스 정류장 점자 블록 설치를 의무화하고 시각 장애인 모두가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세심한 조치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버스 정류장 상태로는 절대 시각 장애인들이 버스를 탈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에 전주시는 교통약자 저상버스 승강장을 확대하고 버스 정류장 내부 점자 블록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교통약자 저상버스 승강장을 현재까지 100곳 정도 설치했으며 매년 7개소 정도 추가 설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시내버스 승차 위치 점자 블록 설치 등은 아직 고려하지 못한 사항으로, 이후 도로 여건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시각 장애인들의 원활한 버스 이용을 위해서는 버스 정류장 점자 블록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홍서준 연구원은 “현 상황은 시각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지 않는 것이 아니고, 애초에 버스 이용이 불가능한 것이다”며 “점용 블록이 없다면 시각 장애인들이 정확한 버스 탑승 위치와 안전한 경로를 파악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에는 점자 블록 설치를 통해 인도 단차와 버스 탈 수 있는 곳을 안내하라는 근거가 있다“며 “시각 장애인들이 안전하게 버스 이용을 하기 위해서는 점자 블록 설치가 필수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통약자 편의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김경수·김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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