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도시의 견제와 정치적 이해득실로 성장 침체
교통허브 기능과 산업 미약, 배후도시도 없어
전주서 출퇴근 하는 인구 많지만, 전주 성장담론 실종
인근 지자체와 함께 전북과 전주 발전 연계 필요
전국의 광역자치단체 거점도시들이 인구 60만을 넘기고 100만을 향해 가는 동안 전주는 전북 안에서도 주변 도시의 견제와 정치인들의 이해득실로 성장이 멈춰섰다.
전주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와 총선, 대통령 선거에서까지 제대로 된 청사진이 하나도 제시되지 못했다. 전주는 이제 한옥마을과 전통문화를 앞세우는 ‘관광도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각종 선거공약에서 전주는 새만금에 치여 30년 이상 이슈 밖으로 완전히 밀려나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지역은 대전이나 광주 등 인근 광역시와 50만 이상 대도시에 주요 대형 공약이나 사업이 몰리는 것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전주와 관련한 대형 공약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전주에서는 아직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되는 사업이 구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500억원 이상 국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전주역 개선사업 역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이유로 400억 원대 사업에 그쳤다. 당시 정치권은 착공한 이후 설계변경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으나 지역구 정치인 간의 책임 공방으로만 비화했을 뿐 현재는 그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전주는 거점도시의 필수조건인 주변 도시와의 발전 연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들 도시를 지역구로 하는 정치인들이 전주에 교통과 생활 여건 등을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나 전주 중심의 발전 담론을 굉장히 경계해서다. 그 결과는 고스란히 시민·군민들의 생활 불편으로 가중되고 있다.
전주 외 다른 시·군의 인구는 공무원이나 학계, 교사들이 채우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대부분은 주소를 근무지로 하고 실제 거주지는 전주인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를 기점으로 생활인구가 전북 전역에 퍼진 만큼 이와 연계한 발전 담론으로 다른 기초자치단체와 동반 성장이 가능한 구조라는 뜻이다.
이 같은 사례는 수도권은 물론 대전·광주·대구·부산·천안·창원·수원이 팽창하는 과정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이들 대도시는 거점도시 기능을 하고, 인근 지자체들이 배후도시 기능을 하면서 함께 인구를 늘려왔다. 화성시의 경우 동북쪽으로 수원시, 동쪽으로 용인시, 남쪽으로는 오산시와 평택시, 북쪽으로는 안산시와 접했던 배후도시였다.
화성시 인구는 지난 2000년 기준 18만 명에 불과했으나 배후 산업도시로 자리를 공고히 하면서 2023년 12월 인구 100만 명(외국인 포함)을 돌파했다. 올해 1월부터는 특례시로 지정됐다.
전주가 익산, 김제, 완주 등 인근 지자체와 작은 몫을 가지고 싸우는 동안 이뤄낸 성과다.
전주의 특징 중 하나는 전북의 핵이나 마찬가지인 도시임에도 교통 허브 역할이 점점 미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의 교통 허브 기능은 익산이 가지고 있는데, 전주와 연계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 대도시 광역 교통망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을 두고 전주갑 김윤덕 의원과 익산갑 이춘석 의원 등이 사활을 거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대광법 통과가 두 도시가 제대로 된 거점도시와 교통 허브도시 역할을 할 필수조건 이라는 것. 전주와 완주 등 혁신도시 일대를 금융도시로 만들어 경제 집적 효과를 거둘 수 있던 기회였던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약도 지켜지지 못하면서 이렇다 할 성장 동력을 꾀하기 어렵게 됐다.
거주도시와 소비도시로 고착한 전주는 산단 등이 적어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어, 주변 도시들과의 협력을 통한 연계발전 방안이 더욱 절실하다.
하지만 전북 내 균형발전론을 명분으로 전주에 돌아올 기회를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현실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전주을 이성윤 의원은 ‘외부인의 시선에서 전북과 전주를 바라보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전북과 전주에 급한 일은 단연 ‘양질의 일자리’다. 전주에 관심있는 기업도 적지 않은데 중요한 건 큰 기업을 유치할 땅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우리가 얼마나 뒤처지고 있는지 시민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얼마나 불편을 겪고 사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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