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마을 한가운데 옛 마을회관 갈색 건물, 주민들 '소통 공간'으로 탈바꿈
시골 어르신들 교육프로그램 장소 활용⋯ 마을주민과 추억 쌓을 준비 완료
화정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빈집이 시끌벅적합니다. 굳게 닫혀 있던 문은 활짝 열려 있고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마을 가득 퍼집니다. 빈집 주변에 사는 마을 주민들은 인기척에 슬리퍼만 신고 나와 빈집 창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요리조리 살핍니다.
"아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하나 했더니 우리 청년 이장님들이었어?"
맞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아지트를 만드는 사람들, 바로 '청년 이장' 저희들입니다. 어떻게 저희가 아지트를 만들게 됐냐고요?
한 달여 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본격적인 <청년 이장이 떴다> 기획 취재에 앞서 화정마을을 답사하던 중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문을 열어보니 냉기가 돌았습니다. 보일러도 안 되고 낡은 곳도 많지만 쓰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이곳은 옛 마을회관입니다. 바로 옆 경로당이 생기면서 마을회관 대신 귀농·귀촌인 등이 잠시 머무는 거처 역할을 해 왔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도 사람이 살았지만 다시 빈집이 됐습니다. 이장님 말에 '청년 이장' 취재진은 귀가 솔깃했습니다. 고민 끝에 이곳에 아지트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저희의 집(?), 마을 아지트가 생겼습니다. 지역 소멸을 겪는 시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우리의 색깔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아직 아지트는 가구도 없고 휑한 공간입니다. 일단 이곳저곳 있었던 거미줄을 치우고 먼지 가득 쌓인 창틀을 닦으니 금새 사람 사는 집이 됐습니다. 이번주부터는 쓸 수 있도록 인테리어 등에 속도를 내면서 손님 맞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감사히도 고산면사무소는 책상·의자를, 이웃 마을인 용진읍에 사는 주민은 블라인드를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당분간 화정마을에는 "버스가 없어서", "다리가 아파서"라는 말은 없습니다. 읍내에 나가기 어려웠던 마을 주민들은 그동안 매일 경로당에 모여 화투 치고 이야기 나누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수십 년 잡고 있었던 화투 패는 잠시 내려놓고 이제는 붓·펜·아령을 드는 날이 올 것입니다.
첫 날 말했듯 청년 이장이 온 이상 안 되는 것은 없습니다. 농번기가 오면 오전에는 같이 작업복 입은 채소 밭을 매고 오후에는 이곳에 모여 새로운 추억을 쌓게 되겠지요.
쉽지 않겠지만 평소 경로당에 나오지 않던 마을 주민부터 경로당 할머니들·게이트볼 할아버지들과 차 한 잔 마시고 여러 프로그램도 하는 '따뜻한 아지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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