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체포된 피의자가 유치장 안에서 독극물을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들이 법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행 규칙상 피의자가 유치장에 입감될 경우 신체 수색 등의 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북경찰은 과거 피의자가 순찰차 안에서 독극물을 마시고 사망하거나, 유치장 안에서 자해를 시도하는 등의 전례가 있어 더욱 강한 비판이 나온다.

31일 정읍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10분께 정읍서 유치장에서 살인 혐의로 입감됐던 A씨(70대)가 독극물을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지난 27일 정읍시에 거주하던 한 양봉업자 B씨(70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인근 야산에 사체를 암매장한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된 상태였다.

당시 A씨는 자신의 속옷 안에 독극물이 담긴 100㎖ 유리병을 숨겨뒀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치장에 입감된 A씨의 얼굴색 등의 변화 상태를 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 119구급대에 의뢰해 전주의 한 병원으로 그를 이송했다. 이후 CC(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한 경찰은 A씨가 소지 중이던 독극물을 흡입한 것을 확인했다. 현재 A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훈령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자해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물건을 맡아 보관해야 한다. 또 자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당시 정읍서 유치장에는 정읍서 소속 간부 경찰관(경감) 2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경찰의 절차 무시로 피의자가 자해한 경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7월 전주완산경찰서 삼천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자신의 아들을 때린 혐의로 C씨(70대)를 체포해 순찰차로 호송했다. 당시 순찰차 뒷자리에 혼자 타고 있던 C씨는 자신의 품 안에 있던 독극물을 흡입한 뒤 정신을 잃었다. 경찰은 지구대에 도착한 뒤 C씨가 정신을 잃은 것을 확인했다. C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또 지난 2020년에는 여성의 금품을 빼앗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D씨(40대)가 전주 덕진경찰서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을 벌였다. 당시 D씨는 "편지를 쓰고 싶다"며 유치장 관리 직원에게 볼펜을 요구했다. 이후 D씨는 받은 볼펜으로 자신의 목을 찌르는 등 자해 행위를 벌였다. 이밖에도 2021년에도 전주덕진서 유치장에 입감된 강도상해 혐의의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신구를 깬 뒤 자해를 시도하는 등 다수의 사건이 발생했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면서 전북경찰의 안일한 기강 상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관련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며 “유치장 입감 과정에서 수색 절차 등 직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며 "이후 관련 감찰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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