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들의 전북 사랑이 시들고 있다
'장강의 뒤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 만물은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법. 개인이나 집단의 생각, 가치관은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지만 이것 역시 세월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전북도민들의 의식을 주기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그중에서 1992년, 2011년 조사 결과와 여기에 전북연구원의 ‘2022 전라북도민 의식구조조사’(이중섭, 최윤규, 성지효) 결과를 가지고서 30년의 의식 변화를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세월의 흐름에 따라 도민들의 의식과 기질도 적지 않게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북도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30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1992년 45.7%, 2011년 52.2%, 2022년 57.1%였다. 얼핏 겉으로 보면 희망적인 변화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2022년 조사를 연령별로 분석해보면 40대 이하 젊은 연령층에선 여전히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 의사가 절반을 넘는다(20대 59.2%, 30대 51.5%, 40대 58.0%). 대조적으로 50대 44.1%, 60대 이상은 22.7%만이 이주 의사를 보였다. 이렇게 젊은 층에서 이주 의사가 여전히 높음에도 지난 30년 동안 전체적으로 이주 의사가 줄어든 것은 전적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주 의사가 낮은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18세 이상 전체 인구의 56%를 차지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주 의사 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전북을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자 하는 이유도 세월 따라 달라졌다. 1992년에는 ‘자녀나 본인의 교육 문제’와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이 1, 2위를 차지했다. 2011년엔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 ‘직장이나 사업 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2022년엔 ‘문화시설과 혜택 부족’, ‘전북이 낙후되어서’가 가장 많았다. 30년 전에 가장 큰 이유였던 교육 문제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젊은 층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전북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라는 긍정 응답이 2011년 60.8%에서 2022년 45.0%로, ‘전북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는 74.6%에서 52.8%로 크게 줄었다. ‘전북인은 인심이 좋다’는 응답 역시 1992년 83.2%, 2012년 77.9%, 2022년 60.7%로 큰 변화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30여 년 동안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도민들이 전북을 떠나고자 하는 전체 비율은 줄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지역을 떠나고자 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또한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생활 여건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도민들의 의식 변화는 전북의 현재와 미래 삶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전북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 떠나려는 사람부터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 문화시설과 혜택 확충, 도민들 간의 신뢰와 유대 강화 등을 통해 전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한다. 긍정은 긍정을 낳고, 부정은 부정을 키운다. 일단 전북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긍정으로 바꿔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들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만이 희망의 홀씨가 될 수 있다. 희망의 홀씨가 널리 퍼져 긍정 에너지가 넘실대는 행복의 땅 전북에서 살아보고 싶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