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정치! 자기다움의 정치!
우리 아파트 정문 앞 화단에는 버스 승강장 비가림 시설과 탄소발열 의자가 있다. 어르신들이 걷다가 힘들어 화단에 종이 박스를 깔고 앉아 계신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구청에 제안해 설치한 의자다. 그 따뜻한 의자에 때로는 마실 나와 힘겨운 어머님들이 앉아계시기도 하고, 초등학생들이 학교 길에 신호등 바뀌기 전 까지 앉아 있기도 하고,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앉아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이 너무 행복스럽다. 그렇게 행복을 전해주고, 더불어 나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재선을 하고 3선을 하고, 의장이 되고, 도의원이 되고, 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되는 목표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출마를 접었다. 얼마 전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으로 사시다가 선생님의 표현처럼 생명의 출발점이었던 탄생의 그곳으로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님은 꿈은 이루는 게 아니라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나에게 질문을 하고 계신다. 자네는 “여행자가 될 텐가? 승객이 될 텐가? 승객은 프로세스가 생략되어 있어. 신념을 가진 사람은 인생 프로세스를 생략한 사람이야. 목표만 완성하면 끝이지.” “꿈이 이루어지면 꿈에서 깨어나는 것밖에 남지 않아. 꿈이라는 것은 빨리 이루고 끝내는 게 아니야. 그걸 지속하는 거야.” 우리의 정치는 당선이 유일한 목표여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그 길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가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에 펼쳐질 사람이 중심이 되고, 생명이 자본이 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능이 지배하던 세상에서 4차 산업혁명, AI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에 지식과 기술이 평등해지면 질수록, 인간의 가치가 빛을 발하는 시대가 다가온다고 한다. 그때 필요한 정치인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 덕이 있는 사람, 관용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비전을 세우고 도전하기보다는 정치공학 적으로 이합집산하고 편안히 줄 서는 사람,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이사람 저사람 추천하고 줄 세우는 사람, 비방과 흑색선전, 네거티브를 통해 상대방을 흠집 내서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겠다는 사람들에게서는 미래도, 꿈도, 따뜻함도, 덕도 보이지 않는다. 청산해야 할 과거일 뿐이다. 부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남의 신념대로 살지 않고, 자기가 좋아서 하는 자기다움의 정치를 실현할 사람, 따뜻한 마음과 덕으로 시민을 행복하게 할 생명의 정치를 실현할 사람, 오로지 당선이 목표가 아니라 정치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인생을 위해 기꺼이 도전할 용기, 실패해도 다시 길을 찾아 나설 용기가 있는 일꾼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진옥 전주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