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극단 114회 정기공연 ‘완장’ 일주일 앞으로
20일 오후 7시 전주시립극단 114회 정기공연 완장의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 극단 연출, 배우, 스태프를 비롯해 관객 평가단, 언론사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풀벌레 소리가 공간을 채우더니 어느 순간 야밤의 저수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도둑 고기잡이를 했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동창과 그의 어린 아들을 무지막지하게 때려 쫓아버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씩씩거리는 이 남자, 왼팔에 달고 있는 감독 완장이 달빛을 받아 일순간 번쩍 빛나는 듯하다.
니 눈에는 요게 안 봬냐? 요, 완장은 너 같은 놈들 눈요구나 허라고 백좨 똥폼으로 차고 댕기는 줄 아냔 말이여!
타지로 떠돌며 밑바닥 거친 일로 세월을 보내던 동네 한량 임종술은 47만 평이나 되는 저수지의 감시원이 되면서 완장에 홀리기라도 한듯 동네사람들 위에 군림하려고 발버둥 친다.
전주시립극단 114회 정기공연으로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덕진예술회관 무대에 오르는 완장의 시연회가 20일 열렸다.
임종술 역의 김영주, 김부월 역의 염정숙, 최익삼 역의 안세형, 운암댁 역의 서형화, 최사장 역의 최균, 태인댁 역의 정경림 등 주연배우를 비롯해 고조영, 서유정, 소종호, 이병옥, 전춘근, 안대원, 신유철, 정준모, 국영숙, 서주희, 홍지예, 송한슬 배우 등 전 출연진이 참석해 보통 사람들의 암울한 삶을 찬찬히 풀어나갔다.
이번 공연은 전북지역의 대표적인 현대소설 작가 윤흥길의 수작이자 권력의 피폐한 모습을 풍자와 해학으로 버무린 소설 완장을 원작으로 한다. 구수한 사투리와 언어유희를 통해 웃고 즐기는 동안 나는 누구인가 돌아볼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
특히 이번 공연은 관객이 무대를 올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내려다보도록 구성이다. 객석에 무대를 설치함으로써 관객들이 극의 주요 배경인 저수지에 직접 온듯한 느낌을 준다. 구태의연할 수 있는 소재와 줄거리를 넘어서 현대적인 무대장치로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각색을 맡은 최기우 극작가는 원고지 1200매에 달하는 대가의 작품을 재편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원작 소설이 가진 상징성부터 전라북도라는 지역성과 사투리에 주목했다면서 소설을 읽고 연극을 보면서 완장을 차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도록 외면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살펴볼 일이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올해 새롭게 구성된 관객 평가단의 첫 과제이기도 하다. 이날 시연회를 마치고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은 관객 평가단원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전주시립극단은 지난 1월 연극 등 공연 관람에 관심 있는 만 19세 이상 전주시민을 대상으로 관객평가단을 모집, 심사를 거쳐 지난달 20명을 선발했다.
이종훈 전주시립극단 예술감독은 전북의 대표 작가 윤흥길의 완장 속 주제인 세 인물을 통해 권력에 대한 증오와 집착, 허황됨을 해학이라는 남도 그릇에 담아내는 데 역점을 뒀다면서 2019년 시즌레퍼토리 첫 작품을 열며 새롭게 출발하는 전주시립극단의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