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3 11:27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전체기사

이낙연 신당 선언 이번주 가시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4일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민주당과 결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 '원칙과 상식' 4인을 비롯한 비명계 거취에 변화가 생기면서 분당 역시 초읽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 측은 1일 "이날(4일) 창당 선언, 1월 중순 창당 발기인대회, 2월 초 창당대회를 목표로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기간 이준석 신당까지 창당 절차를 마무리하면 총선 구도 역시 크게 변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깃발만 세우면 당선된다는 공식을 가진 전북에선 신당의 파급력에 한계가 있지만, 신당에서 불거져 나오는 쇄신론이 '호남 정치개혁론'에 불을 지필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낙연 전 대표는 1일 경기도 고양시 행주산성에서 신년인사회를 열고 “국민께 양자택일이 아닌, 새로운 선택지를 드려야 한다”며 신당 창당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같은 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하는 가칭 '개혁신당'의 윤곽도 드러났다.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혁신당 신년하례회에서 "서울, 인천, 경기,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5개 시도당 창당 준비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1월 중순까지 5개 시도당 창당을 완료해 1월 안에 저희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을 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 국회·정당
  • 김윤정
  • 2024.01.01 18:40

바이오 특화단지 공모 돌입, 전북도 도전장

전북도가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이어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 지정이 목표다. 바이오는 지난 5월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신규 지정됐다. 기존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가 7월 지정된데 이어 이번에는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전북도는 청주시, 포항시, 울산시와 함께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된 바 있다. 바이오 특화단지 지정을 희망하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광역 시·도지사, 전략산업 등 관련 기업은 다음 달 29일까지 특화단지 육성계획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 신청할 수 있다. 최종 지정은 국무총리 주재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전망이다. 산업부는 올해 1월 2차례 설명회를 열어 특화단지 지정 요건 및 절차, 육성계획서 작성 지침 등을 안내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이번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로 지역의 강점인 그린바이오(농업·식품)에 이어 레드바이오(의료·제약)까지 바이오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 중심의 레드바이오로 타 지자체와 차별화하겠다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북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기관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며 바이오 특화단지 전략 수립에 나선 상태다. 전북형 전주기 레드바이오산업 발전 체계 조성 방안, 전북형 디지털 헬스케어산업 특성화 방안 수립 등 관련 연구용역도 추진했다. 다만 포항도 바이오 특화단지 공모에서 오가노이드 분야 지정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이 밖에 경기도(수원시, 고양시, 성남시 등), 강원도, 인천시, 안동시 등이 공모 계획을 밝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 자치·의회
  • 문민주
  • 2024.01.01 18:39

[신년사 - 김관영 전북도지사] "전북특별자치도 원년, 특별한 전북 준비"

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원년이 시작됩니다. 128년을 이어 온 전라북도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특별한 전북의 시대를 도민과 함께 열게 됐습니다. 우직한 사람이 심은 한 그루의 나무가 산을 물들이는 숲이 되는 법입니다. 우리 도는 나무를 심는 사람의 마음으로 특별한 전북을 향한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준비합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과 해내야 할 일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책임의 무게는 더해지고 역할의 범위도 넓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도민과 함께라면, 도민을 위해서라면 우리 도는 어떤 일이든 할 것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꽃망울을 터뜨리는 데에 온 힘을 쏟을 것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특별한 전북은 ‘대한민국 미래 테스트베드’입니다. 특별한 전북에서 우리의 강점을 기회로,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우리의 도전을 전북특별자치도와 대한민국의 성공으로 키워나갈 것입니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되게 할 것입니다. 앞으로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통해 기업을 불러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입니다. 농도 전북의 역사와 경험은 농생명식품바이오산업의 동력이 될 것입니다. 예향의 전통은 세계 청소년들이 찾아오는 국제케이팝학교로 새롭게 재창조될 것입니다. 특별한 도전의 무대가 될 특구와 단지, 지구에는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외국인 특례 등 창의적인 생각들이 시도될 것입니다. 이차전지‧바이오‧방위산업 등 신산업 육성으로 기업 유치의 신화를 이어가고, 전북형 스마트제조혁신으로 도내 기업들이 함께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도와 기업, 대학이 협력해 우리의 아들, 딸을 전북의 주역으로 키우겠습니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성공 개최로 전북특별자치도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겠습니다. 특별한 전북의 힘찬 기운이 도민들의 삶 구석구석을 풍요롭게 만들도록 할 것입니다. 올 한 해는 그 꿈을 향해 바쁘게 뛰는 해가 될 것입니다. 푸른 용의 해, 우리 도는 비바람과 고난을 견디고 하늘로 승천하는 등용문(登龍門)의 설화처럼 성장통을 이겨내고 힘차게 비상할 것입니다. 도전경성(挑戰竟成). 우리의 도전은 새해에도 계속됩니다. 도민 여러분께서도 힘과 지혜를 모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 도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 정치일반
  • 이강모
  • 2024.01.01 18:38

[신년사 - 국주영은 도의장] "전북에서 자치분권 제대로 실현될 수 있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전북특별자치도민 여러분,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도민 여러분, 올해는 전북이 더욱 새롭고 특별해지는 해입니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 이름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우리 의회도 ‘전북특별자치도의회’로 거듭납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전북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로부터 제도적으로 특별한 지원을 받는 것입니다. 다양한 특례를 통해 그동안의 지방차별 지역차별에서 기인한 소외와 낙후를 만회하고 전북만의 발전 전략을 마련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특별자치도의 성패여부는 오롯이 우리에게 달렸습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 333개의 특례가 반영된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이 마련됐습니다. 농생명산업지구·금융산업·외국인특례 등 유일하게 전북에만 주어진 특례도 있고, 농생명·문화관광·고령친화·미래첨단·민생특화 등 5대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와 인력·제도 특례도 확보했습니다. 이를 성과로 이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도의회는 자치법규 정비를 서둘러 새롭게 부여받은 권한이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또한 전북도와 적극 협력해 지역발전과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특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습니다. 전북에서 자치분권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홍역을 치른 새만금사업 안정화에도 힘쓰겠습니다. 공항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구축이 속도를 내고 지속가능한 미래산업 중심으로 밑그림이 구체화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새해에도 도민 여러분께서 의회에 부여한 사명을 잊지 않고, 도민의 신뢰를 얻는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치일반
  • 이강모
  • 2024.01.01 18:37

['지방소멸' 줄어드는 전북 사람들] 지방소멸 위기 극복 선례 - 과거보단 미래를 보는 충남 천안과 아산

저출산 고령화와 낙후된 인프라로 인해 지방소멸 위험 전국 1, 2위를 다투는 전북의 시군들과 달리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는 지역적 특성과 입지를 적극 활용해 인구 유출 방지를 넘어 오히려 인구 유입으로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두 지역의 사례를 통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본다. "언제적 호두과자?"…지역이 가진 장점을 적극 활용한 천안 충남 천안시는 저출산 고령화로 전국적인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오히려 매년 인구가 증가해 70만 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에 따르면, 천안시의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11월 기준 65만 6583명으로 10년 전 2013년의 59만 707명에 비해 무려 6만 5876명(11%) 늘었다. 전주시가 10년동안 인구 65만 명 선에서 머무르다 최근에는 이 인구선까지 붕괴된 것과 달리 천안시는 오히려 같은 기간 10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천안시는 이 같은 인구 증가추세를 발판 삼아 2035년에 인구 100만의 광역도시 달성을 목표로 인구 유입을 위한 도시개발에 시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인구가 늘고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10년 전만 해도 호두과자로 대표되던 천안시의 이미지는 현재 수도권 지하철이 다니고 백화점 2곳이 입점한 충남 제1의 중심도시로 탈바꿈했다. 천안시의 인구가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도시가 가진 지리적 입지를 활용한 인프라 확충과 꾸준히 추진되는 도시개발사업이 주된 원동력으로 꼽힌다. 천안시는 조선시대 수도인 한양과 삼남지방(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지로서 성장한 도시다. 오늘날에도 천안시는 수도권과 지방을 잇는 중심에 위치한 데다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도(KTX, 전철 1호선) 등 그에 적합한 교통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근 충북 청주시의 항공과 경기 평택시의 항만 등 다른 교통수단과도 연계할 수 있어 최적의 물류 이동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렇게 지리적 이점과 교통 인프라를 갖춘 천안시를 매력적인 사업 장소로 여긴 대규모 기업들이 입점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지역에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인구도 증가하게 됐다. 현재 천안시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천안산업단지, 풍세일반산업단지, 천안테크토파크 등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여러 산업단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로 인해 경제 소비력도 증가하면서 갤러리아와 신세계 백화점,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대규모 쇼핑시설도 다수 입점해있다. 같은 인구 65만 명 규모인데도 롯데백화점 한 곳을 제외하면 대형 쇼핑몰이 전무한 전주시와 상반된 상황이다. 천안시는 이 같은 영광에 취하지 않고 높은 경제 수준의 자족도시로서 탄탄한 수요를 기반으로 도시개발 및 재생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청과 시외버스터미널이 위치한 동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권을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을 바탕으로 최근 서북구 부대동 일대와 업성호수타운, 성성지구 등 각종 산업단지 개발 등을 통해 도시 외연을 확장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천안시의 노력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지난해 천안 북부권의 경우 17.83%의 상승률을 보여 천안 동남구(14.69%)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천안시 기획경제국 관계자는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대기업 유치와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통한 도시 발전을 위해 기업 수요를 반영한 인허가 및 민원 해결 등 행정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작정 오라고 하면 오겠나"…20대 청년이 살기 좋은 충남 아산시 충남 아산시는 지난 2013년 28만 6613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11월 기준 34만 3978명까지 늘었다. 특히 인구가 가장 많이 늘었던 2008년 한 해 동안 1만 9452명이 증가할 정도로 1993년 이후 30년이 넘도록 매년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다. 충남도가 2022년 12월 발표한 '충청남도 시·군 장래인구추계(2020~2040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증가세가 지속되면 2040년 아산시의 인구는 38만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산시의 인구 증가에서 주목할 부분은 최근 신규 유입된 인구 대다수가 20~30대 청년층에 속한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청년인구 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충남 전 시군 청년인구가 감소했음에도 오히려 아산시는 청년인구 수가 1289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증가세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청년 친화도시 조성 등 청년들의 지역 정착에 역점을 둔 아산시의 전방위적 정책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아산시는 앞선 천안시와 마찬가지로 비수도권 지역이지만, 수도권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아산시는 KTX 천안아산역에 이어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세밀한 철도망과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등 고속도로 교통망까지 갖춰져 서울과 불과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등 수도권과 같은 생활권으로 묶일 만큼 접근성이 좋다. 이를 통해 아산시는 경쟁력 있는 대기업 유치를 연속 성공시켰고,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메카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산디스플레이시티에 자리잡고 있다. 또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 코닝사가 수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아산시의 경제 규모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게다가 아산시는 매년 청년층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데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시는 2027년까지 3659세대의 청년주택을 특별공급할 예정이며, 청년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 이자 지원과 1인 청년 가구에 월세를 지원하는 청년 월세 한시 특별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일자리를 찾아 전주시에서 아산시로 이사왔다는 강 모씨(30)는 "수도권과 인근 천안, 대전 등에 생산 기업들이 몰려 있어 경쟁이 치열하긴 하지만 그 만큼 일자리도 많고 이직도 쉽다"며 "집값도 저렴해 부동산 투자도 시도해볼 만 한 것 같다. 갈수록 도시가 발전해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지역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31일 펴낸 ‘인구감소시대 지역발전을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에서 “각 지자체가 지역 내 인구수를 조사할 때 수치만 보는 것을 넘어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현상유지를 위해 주변 군소 도시의 인구 유입을 노릴 것이 아니라 활발한 경제 활동을 통해 소비력을 갖춘 경제인구가 모여들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자족도시를 목표로 미래지향적 도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 기획
  • 이준서
  • 2024.01.01 18:32

[새해특집] 혁신성장 거점, 전주 ‘곳곳에’

민선8기 전주시는 전주 발전을 열망하는 시민들과 함께 전주 대변혁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 받는다. 특히 2024년 새해부터는 전주 곳곳에 도시성장을 위한 핵심 공간이 속속 들어설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전주 전역을 후백제와 조선시대 왕이 거닐던 궁원처럼 시민 공간으로 만드는 ‘왕의궁원 프로젝트’부터 ‘종합경기장 MICE 복합단지’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변화될 전주의 모습을 미리 들여다본다. / 편집자주 △전주의 중심부, 새로운 혁신성장 거점으로 전주는 최근 민간 사업자인 롯데쇼핑(주)과 함께 향후 5년 6개월 안에 1조 300억 원을 투자해 전주종합경기장 부지를 전주 경제의 심장부가 될 마이스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키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협약체결 이후 10여 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전주종합경기장 부지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시가 종합경기장 일대를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 중심의 마이스산업 복합단지로 개발키로 한 것은 지리적으로 중심부에 위치한 이곳을 전주 경제의 심장부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기업 유치와 지역 특화산업 발전, 고용 창출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손꼽히는 마이스산업을 육성해 전주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와 4성급 이상의 고급 호텔, 판매시설 등 마이스 관련 인프라와 문화·예술공간, 청년 창업기지가 될 스타트업 공간 등이 집적화돼 사람이 모이고 경제가 꿈틀거리는 공간으로 재창조된다. 본격적인 변화는 종합경기장 철거가 시작되는 오는 4월에 시작된다. 기존 경기장 시설 철거에는 약 1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종합경기장 철거와 맞물려 기철거된 야구장 부지에서는 문화시설 건립이 시작된다. 시는 올해 하반기부터 시립미술관과 한국 문화원형 콘텐츠 체험전시관 건립공사에 착수한 후 오는 2026년까지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메타버스 관련 창업지원시설은 오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공사가 예정돼 있다. 시는 핵심 시설인 전시컨벤션센터에 대해서는 관련 행정절차를 거쳐 오는 2025년 하반기에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8년까지 준공한다는 구상이다. 호텔과 판매시설은 전시컨벤션센터 개관 시기에 맞춰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동시에 지어지게 된다. 시는 이와 더불어 종합경기장 부지와 가까운 덕진공원에 대해서는 오는 2028년까지 약 550억 원을 투입해 △호수 수질 개선 △열린 광장 조성 △시설 정비 △야간경관 조성 등을 위한 총 22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시는 이를 토대로 시민들의 오랜 휴식처였던 덕진공원을 대표적인 호수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어, 국가대표 여행지인 전주한옥마을과 새로운 관광명소로 재창조되는 아중호수와 더불어 전주 관광을 이끌어갈 삼각축을 완성, 체류형 관광도시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이다. △북부권, 대변혁 위한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 전주종합경기장 부지가 마이스산업 복합단지로 개발되는 동안 전주 북부권 호남제일문 일대는 복합스포츠타운과 문화광장, 복합리조트 등을 갖춘 전주의 대표 관광명소로 재창조될 준비기간을 갖는다. 호남제일문 일대가 관광명소로 재창조되면 전주는 연간 1500만 명이 찾는 전주한옥마을 외에도 체류형 관광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관광거점을 갖게된다. 이를 위해 시는 가장 먼저 기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야구장과 육상경기장, 실내체육관, 국제수영장 등 8개 체육시설을 한 곳으로 모아 1년 내내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나아가 경기장 시설 주변에는 다채로운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 문화광장과 복합리조트, 친수 여가 공간, 가족 캠핑장 등을 하나 둘씩 확충해 사람이 머물고 돈이 모이는 곳으로 만들기로 했다. 호남제일문 복합스포츠타운 대표관광지 조성계획은 크게 오는 2030년까지 추진되는 ‘스포츠시설 집적화 사업’과 이후 오는 2040년을 목표로 한 ‘스포츠 연계 관광 인프라 조성사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스포츠시설 집적화는 국비 462억 원 등 총 4348억 원을 투입해 이 일대에 기존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비롯해 장애인체육복지센터, 드론스포츠센터, 전주실내체육관, 전주육상경기장, 전주야구장, 국제수영장 등의 각종 체육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327면 규모의 스포츠타운 공영주차장도 계획하고 있다. 시는 현재 추진 중인 야구장과 육상경기장, 실내체육관 등의 체육시설 조성사업을 오는 2026년까지 조속히 완료하고,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수립용역 등의 절차를 거쳐 국제경기와 전국대회가 가능한 국제수영장도 확충할 계획이다. 시는 각종 체육시설이 집적화된 이후에는 많은 사람이 즐겨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전주나들목으로 들어와 잠시 거쳐 갔던 이곳에 다양한 관광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호남제일문을 관통하는 기린대로를 지하화하고, 지난 1994년 시멘트로 재건립된 호남제일문을 전통 양식으로 재축조해 전주를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호남제일문과 맞닿은 월드컵경기장 동측에는 ‘빛의 광장’을 조성하고, 기존 주차장은 지하화함으로써 다양한 체류형 관광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다. 또, 복합스포츠타운 내 소중한 생태자산인 조촌천 1.8㎞ 구간을 활용해 물길을 따라 음식과 문화, 휴식이 가능한 친수 복합문화공간도 조성하기로 했다. △전주 곳곳에 매력적인 관광거점 ‘속속’ 이미 전주에는 연간 1500만 명 이상이 찾는 국가대표 여행지인 남부권 전주한옥마을과 MZ세대 등 젊음의 문화로 가득한 서부권 서부신시가지, 덕진공원 등 다양한 관광거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시는 전주시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친수공간이자 관광지인 아중호수의 매력을 배가시키고, 다채로운 관광인프라를 확충하는 동부권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에 착수했다. 동부권 아중호수 일대의 경우 전주 도심에 산재한 문화유산을 한데 엮어 미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민선8기 우범기 전주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인 ‘왕의 궁원(宮苑) 프로젝트’의 3개 권역 중 관광객이 휴양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왕의 정원’의 핵심 공간이기도 하다. 오는 2032년까지 10년간 약 2480억 원이 투입되는 아중호수 관광명소화 사업은 6개 핵심사업과 12개 연계사업, 3개 진흥사업 등 총 21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아중호수 재창조를 위한 6개 핵심사업에는 오는 2029년까지 총 1180억 5800만 원이 투입돼 △아중호수 바람터널 조성 △전주 관광 케이블카 설치 △전주 지방정원 조성사업 △아중호수 공공도서관 조성 △후백제 역사공원 조성 △아중호수길 도로 확장 등이 추진된다. 전주 천년 역사의 중심지인 완산동 일대도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조성된다. 시는 완산공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관광시설을 구축하고, 구도심 관광에 디지털 미디어와 치유 콘텐츠를 더하는 ‘완산칠봉 관광 명소화 사업’을 추진해 전주 관광의 외연 확장과 경제 회복을 이룬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시는 총사업비 530억여 원을 투입해 △완산벙커 더 스페이스 구축 △완산칠봉 한빛마루 공원 조성 △관광 수용 태세 개선의 3개 핵심과제를 추진키로 했다. 전주 동부권에 위치해 지어진 지 40여 년이 경과한 전주역사(驛舍)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한옥 지붕 양식으로 지어진 전주역사는 오랫동안 전주를 찾는 관광객이 만나는 전주의 첫 번째 풍경이자, 전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기억돼왔다. 하지만 지난 1981년 건립돼 42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전라선 KTX 개통 이후 꾸준히 증가해온 이용객을 수용하기에는 낡고 비좁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시와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은 오는 2025년까지 총 450억 원을 투입해 전국 역사 중 최초로 실시한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탄생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아름답고 편리한 공간으로의 변화에 나섰다. 현재 추진중인 전주역사 개선사업이 완공되면 지상 1층짜리 역사는 지상 3층, 지하 1층에 연면적은 1만 1120㎡로 현재의 4배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전주역 바로 옆 옛 농심부지에도 시내·고속버스 복합환승장과 108면 규모의 주차장, 관광기능 등을 갖춘 혁신관광소셜플랫폼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교통편의 향상은 물론, 전주 여행도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전주 발전을 열망하는 시민들과 함께 전주 대변혁에 대한 꿈을 꾸고 도전하면서 우리는 젊고 강한 도시 전주를 만들기 위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면서 “전주시는 2024년 희망찬 새해를 맞아 도시성장을 위한 거점별 핵심 공간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전주의 큰 꿈을 실행에 옮기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기획
  • 백세종
  • 2024.01.01 18:32

[새해특집 - 용띠들 새해소망] "승천하는 청룡의 기운담아 높이 비상하기를"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지나고 '푸른 용의 해'인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갑진년은 육십갑자 중 41번째 용의 해다. 푸른색의 '갑'과 용을 뜻하는 '진'이 만나 청룡을 의미한다. 우리 민속과 전통에서 청룡은 물을 관장하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힘차고 진취적인 성향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전북일보는 갑진년을 맞아 용띠 도민들(1964년생, 1976년생, 1988년생, 2000년생)을 찾아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1964년생 직장인 정진숙 씨 올해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는 유독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이 많고 물가 걱정, 나라 걱정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새해가 밝은 만큼 올해는 부디 모든 사람이 먹고사는데 무리 없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도 바랍니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주변에 아픈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고 저 역시도 여기저기 아픈 것을 보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건강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가족부터 주변 사람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들들에게 항상 좋은 일, 기쁜 소식만 따르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지금까지 항상 웃음 잃지 않고 행복한 생각 가지고 살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행복하자! 새해를 맞아 세운 목표가 있고 각오가 있다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내서 이루길 바란다. 우리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자. 사랑한다, 아들들아. △1976년생 대한적십자사 구호팀장 이정훈 씨 2023년은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습니다. 집중호우로 인한 많은 농가 피해가 있었고,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에서 많은 참가자들이 폭염으로 고생했습니다. 새만금 잼버리 논란 속에 적십자사 노란조끼 봉사원을 비롯한 봉사원들과 도민들의 따뜻한 마음과 손길로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낸 것이 기억이 남고 저도 그 한가운데에서 힘을 보탰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 전라북도는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 역사를 쓰게됩니다. 모든 도민들의 소통과 화합으로 새로운 도약과 발전을 이루길 기대합니다. 용띠인 저의 해이자 전북의 해가 되는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저도 제 자리에서 특별자치도에 걸맡는 자세와 노력으로 특자도의 정착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그리고 2024년 한해는 나 자신과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도민이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길 빕니다. △1988년생 서비스업 이영재 씨 새해 소망은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할 수 있도록 발전하며 비상하는 청룡의 해가 됐으면 합니다. 8년간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 빵을 굽고 오후 10시에 오븐을 닫았습니다. 비록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한 번도 제빵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올해 갑진년에는 제 이름의 간판을 단 개인 빵집을 열고 싶습니다. 제가 나고 자란 서신동에 자그마한 빵집을 차리고 동네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재밌는 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웃들에게 아침마다 빵을 나눠드리면서 따뜻한 온정을 나누고도 싶습니다. 방송에서 실제로 수십 년 동안 빵을 무료로 나눠주시는 한 자영업자분을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처럼 멋진 삶을 살 수 있도록, 날로 팍팍해져만 가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번지게 하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2000년생 취업준비생 고예나 씨 잔잔하게 흘러간 2023년이라 생각돼 아쉬운 점이 없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도전하는 용기가 부족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올해 무탈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해가 되길 바라며 더불어 도전하는 용기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두가 자신을 더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전북에서 대학을 마치고 고향인 제주에 내려와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현재. 아직도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지 못한 채 취업 준비로 하루하루 지내고 있지만, 여러 동물 중에서도 신비한 존재인 2024년 푸른 청룡의 해를 맞이한 만큼 올해는 용의 기운을 이어받아 부지런히 앞날을 개척해 나갈 것을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비롯해 사랑스러운 조카들, 할머니, 할아버지 제 주위 사람의 건강과 무탈함을 기원합니다.

  • 사회일반
  • 이준서
  • 2024.01.01 18:31

['지방소멸' 줄어드는 전북 사람들] 현주소 - 전북도의 지방소멸 위기 현주소 '심각'

과거부터 나라가 흔들릴 때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았다. 전국 각 지방마다 줄어드는 인구에 지방 소멸을 걱정하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방에는 인구가 뭉치지 않고 갈수록 흩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살던 지역을 떠나 저마다의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타지역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양질의 일자리가 많고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모이는 상황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격언은 이제 지방소멸의 현실과 이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하는 격언이 됐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소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지방소멸 폭풍을 맞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동시에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조금이나마 지방소멸이 해소될 것이라는 시선이 공존한다. 전주시 제외 모든 시·군 소멸위험 비상 전북지역에서 소멸위험으로 분류되지 않은 시·군은 전주시 한 곳 뿐이다. 그러나 전주시마저도 지방소멸위험 '주의' 단계로 분류됐다. 전북지역의 참담하고 암울한 현실을 증명하는 수치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전북도 14개 시·군 중 임실·장수·진안·고창·무주·순창·부안군 등 7곳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김제·남원·정읍·군산·익산시와 완주군 등 6곳은 소멸위험 진입단계에 해당된다. '지방소멸위험지수' 지도의 경우 초록색은 소멸위험 매우 낮음, 연두색은 소멸위험 보통, 노란색은 주의단계, 주황색은 소멸위험 진입 단계, 빨간색은 소멸 고위험 진입을 의미하는데 전북은 대부분 붉은색이다.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 한 곳도 소멸위험 매우 낮음·보통으로 분류되지 않은 전북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격자통계로 보는 호남권 지방소멸 변화상' 자료만 봐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2000년과 2021년을 비교해 보면 군산·익산·전주시는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낮음에 해당했지만 2021년에 들어서는 주의 단계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북 인구는 크게 줄었다. 한때 통계상 최고치인 252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전북지역 인구는 200만 명 선이 무너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190만 명, 180만 명까지 감소했다. 지금은 175만 명 선까지 내려앉았다.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까지 짙어진 전북 전국적인 현상인 저출산 고령화, 청년인구 유출뿐만 아니라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까지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의 시도·시군구별 출생아·사망자 수는 지난 2016년에 뒤집혔다. 2016년 이후 계속해서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3∼2015년에는 1000명 내외(출생아 수-사망자 수)로 차이를 보였지만 2016년부터는 적게는 1300여 명에서 많게는 1만 여 명(사망자 수-출생아 수)까지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기준 전북지역 합계출산율은 0.817명을 기록했다. 자녀를 1명만 낳거나 아예 출산 계획이 없는 부부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인구 절벽과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전북지역의 심각한 상황을 증명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도인 만큼 도민들 사이에서는 전북특자도가 되면 조금이나마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진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도내 정계·학계 등도 전북특자도 시대 지방소멸 대응에 관해 관심을 보인다. 전북특자도 출범 코앞, 지방소멸 대응 '분주' 지난해 11월 20일에 열린 전북도의회 제405회 정례회 5분 발언에서는 지방소멸 출구 전략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강태창 전북특별자치도 지원특별위원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이한 만큼 지방소멸 출구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창 위원장은 "수도권 집중화로 초래된 지방소멸이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이대로 가면 우리 전라북도가 가장 먼저 소멸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많은 도민이 노심초사한다"면서 "있는 그대로 지방소멸을 맞이할 것인지, 이제라도 차별화된 전략 수립과 실행으로 이를 타개해 나갈 것인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소멸 위기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전북도부터 14개 시·군까지 외국인 유치에 힘쓰고 있다. 전북도는 법무부와 외국인 이민정책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이민정책 테스트베드 업무협약까지 체결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각은 복잡하다. 농촌 주민의 경우 일손 부족 문제 해소를 기대하면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도심 주민의 경우 문화 차이에 의한 사회적 갈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외국인 이민자를 대거 받아들이기로 한 전북도의 결정이 실질적인 대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행안부도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도모하기 위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쳐 16개 부처 합동으로 '제1차 인구감소 대응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지방이 먼저 주도적으로 발전 계획을 세우고 정부가 뒷받침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가 이를 토대로 계획을 수립하는 하향식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감소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수립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전국 89개 시군구가 대상으로 선정된 가운데 전북에서도 10곳(고창·무주·부안·순창·임실·장수·진안군, 김제·남원·정읍시)이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지자체 할 것 없이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시대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북도가 지방소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칠지 관심이 모인다. 강태창 위원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소멸에 순응하면 되는 것인지 다가오는 전북특별자치도 시대에 지방소멸이라는 오명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 땅에 남아 있는 도민에게 알려 줬으면 한다.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실현되길 바란다"면서 인구 이동 관련 실태조사, 핀셋 정책 수립 등을 촉구했다.

  • 기획
  • 박현우
  • 2024.01.01 18:31

['지방소멸' 줄어드는 전북 사람들] 전북특자도 출범, 지방소멸 출구 될까

2024년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앞둔 전북이 가장 먼저 지방소멸의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동시에 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라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평균 연령은 2019년부터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2019년 12월 기준 평균 연령은 44.9세, 2020년 12월은 45.6세, 2021년 12월은 46.2세, 2022년 12월은 46.8세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연령(42.6세∼44.2세)에 비해 2세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시에 전북지역 청년인구는 지난 20년 간 20만 명이 떠났다. 열악한 산업구조와 고용 문제가 심각한 탓에 다수의 청년이 고향을 떠나고 있다. 전북은 타지역에 비해 저출산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 등 인구 절벽 위기로 인해 지방소멸 위험이 높다. 일찍이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대책을 강구해 왔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추진 중인 일자리, 출산율 제고, 인프라 조성 등과 관련된 정책은 대부분 다른 지자체에서도 공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소멸은 자치단체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지방이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북만의 특색 있는 차별화된 정책으로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역으로 묶여 권역별 정부 지원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렸던 전북이 독자적인 권역을 갖게 되는 만큼 기대가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지난해 발표한 현장 리포트 '전북, 소멸위험지역 진입 원인·대응'을 통해 "지방소멸 위험은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 노력이 긴요해 보인다"면서도 "현재 시행 중인 각종 정책의 실효성 점검과 함께 지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한 보다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기획
  • 박현우
  • 2024.01.01 18:31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 골프장 예약취소시 과다학 위약금 청구

골프가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골프장 내장객 수가 증가하면서 예약 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 청구 등 골프장 관련 소비자불만도 많아져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3년 8월까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골프장 이용 관련 소비자불만은 총 2,170건으로, 매년 4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불만 사유로는 ’예약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 부과 및 미사용 요금 환급 거부‘가 33.9%(736건)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계약불이행‘ 15.5%(336건), ’이용료 부당·과다 청구‘ 14.8%(321건) 등의 순이었다. ’예약취소 시 과도한 위약금 부과 및 미사용 요금 환급 거부‘(736건) 유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예약취소 시 사업자가 자체 약관을 이유로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고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용·예약을 제한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한, 예약 시 이용료를 선입금한 경우 환급을 거부‧지연하거나, 기상 악화에도 예약 취소를 거부하는 사례도 다수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호남지역 골프장 운영 실태조사 결과, 지역 내 대다수(96.8%) 골프장이 표준약관보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자체 약관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소비자불만 증가율도 전국 평균 0.9%에 비해 호남지역은 14.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에 각 골프장에 표준약관 사용을 권고하였고, 호남지역의 66개 비회원제 골프장 중 65개(98.5%) 골프장이 표준약관 사용 권고를 수용하기도 했다. 소비자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골프장 이용 예약전, 대중형 골프장 예약 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시한 금액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는지, 표준약관을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약취소 시에는 위약금, 이용정지 등의 패널티가 부과될 수 있으므로 예약하기 전에 이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상 악화로 인한 취소 조건이 골프장마다 다르므로 예약 시 이를 확인하고 예약할 필요가 있다. 이용 중 안전사고 및 사업자(캐디 포함) 과실로 인해 이용이 중단될 경우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 녹취기록 등을 확보해야 하며, 기상 악화에 따른 중단 시, 기상 조건에 따라 사업자가 환급을 거부할 수 있으므로 당시의 기상 상황에 대해 동영상 등의 자료와 기상청 자료 등을 확보한다.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전북지역 소비자 상담은(282-9898)국번없이 1372로 문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4.01.01 18:07

['지방소멸' 줄어드는 전북 사람들] 특별자치도 전북, 살아나갈 방법은?

지난 2020년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가 50.1%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초월했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하면서 총인구 수는 절대적인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처럼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로 전환된 지방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인구·사회·경제·기술·환경·정치·행정 체제 등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토대로 한 새로운 균형발전 등 근본적인 개선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지역의 실정에 맞고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산율 증가, 청년인구 유입 등 특정 세대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보다는 전 연령대 인구가 머무르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사라지는 전북의 맛과 멋, 해법은 지역 간의 연대와 협력 전북은 맛과 멋의 고장으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최근 전북은 각각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전북을 대표해 온 지역 특산물이 기후적 변화와 교통과 미디어의 발전으로 지역의 특수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과 지역의 특수성 만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어려워지면서 일각에서는 지역 내 거점도시 설립 등 광역단위 행정체계 개편이 지방소멸의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처럼 독자권역을 통해 생존 전략을 마련하거나 주변 시·도와 연대 및 파트너십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생존 전략도 모색되고 있다. 이웃 지역인 충남은 이미 경기도와 4차 산업 글로벌 거점 베이밸리 메카시티 조성에 도전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역시 지역간의 연대를 통해 오랜 시간 메가시티 구상을 꾀하고 있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타 지역의 경우 지역 특산물을 지역축제와 결합해 지역특산물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이천 쌀, 나주 배, 청도 반시 등 소비자의 브랜드 지식 구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특산물 구매와 관광지 재방문을 유도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북의 정체성 확립’을 지방소멸에 대한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 어느 한 지역에 집중하는 거점도시 구축이 아닌, 14개 시·군 각각의 개성과 경쟁력을 살려 다원화 체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정 세대 중심이 아닌, 전 연령대 머무르게 할 정책 발굴 시급 전문가들은 지방소멸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해답으로 출산율 장려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층의 지역 노동시장 유입을 꼽는다. 여기에 지방소멸의 본질적인 문제점으로 낮은 출산율을 제시한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2월 기준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121명인 세종특별자치시였던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0.4명을 기록한 서울시 관악구였다. 이는 지방소멸과 출산율이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국가균형발전 3.0 패러다임 구축과 실천전략 연구’에 따르면 출생지 거주자 비중이 높은 지자체는 제주(63.3%), 전남(60.4%), 전북(58.8%), 경북(55.1%)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회는 지방에서 태어난 이들이 학령인구, 생산인구가 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 역시 지방소멸을 대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지원을 제외한 자체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인구 늘리기에 매진했다. 더 나아가 각종 일자리 지원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지역의 출산 장려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보다는 '지역민을 머무르게 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출산율에 급급한 정책과 일시적인 청년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은 지역에서 합계 출산율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서울, 부산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특히 차 전문연구위원은 “현재 청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일시적인 지원 정책 역시 인구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지낼 정착까지 이어주지 못하고 있는 일시적인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소멸은 지방의 문제로 현재 지역에서 살고있는 인구와 앞으로 그 지역으로 유입될 인구가 머무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짝’ 관계인구 유입보다는 지속성 담보될 경제활동 인구에 집중 전주시는 지난 2020년 관광거점 도시로 선정된 이후 도내 시·군과 연계한 여행상품을 출시하는 등 관광도시로 입지를 다져오고 있다.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있는 특색 있는 관광 프로그램과 숙박시설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주시 관광이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서 체류형 관광객을 붙잡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 명의 지역 청년의 이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충원하기 위해선 40여 명의 숙박 관광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일 관광이 아닌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일반 관광객보다 많은 측면에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섬세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석이다. 일부는 지방소멸 대안으로 ‘경제활동인구 유입’을 제안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인구 유입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북연구원 이성재 박사(연구기획부장)는 “현재 전북의 동부권 인구는 자연 감소 비율이 월등하게 큰 상태이지만, 반면 군산∙익산∙김제∙정읍 등은 사회 감소 비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처럼 지역별로 인구 감소의 원인을 파악한 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해결책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방소멸을 막기위해 전북도가 펼치고 있는 정책은 대부분 사업 진행과 관리가 비교적 쉬운 문화관광 분야에 치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박사는 “현재 지역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지역 축제가 난립하는 등 진행과 관리가 비교적 쉬운 문화·관광 분야의 사업이 가장 많은 추세”라며 “하지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는 일자리, 둘째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진안의 전북산림환경연구소를 비롯한 임실군의 보건의료원, 장수군의 농업기술센터 등 해당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지속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 기획
  • 전현아
  • 2024.01.01 16:48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소설] 미지의 여행 - 신가람

동의 없이 찾아오는 황량한 새벽에 잠에서 깨면 먼저 어디에 누워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둠 속에서 헤매는 시선들로 창밖의 희미한 불빛들과 귀신의 형상처럼 걸려있는 신문배달 유니폼을 찾아내면 절반은 온 것이다.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하는 방법도 어렵지 않다. 막으려 해도 비집고 새어나오는 입김이 결마다 갈라진 입술을 거쳐 코끝까지 서리를 맺히게 하니 아마 꿈속에서 이렇게 시린 계절은 없으리라. 어쩌면 그 새벽에 눈을 뜨게 되는 건 서서히 몸이 굳으며 동사가 되기 직전 발악하는 한 생명의 마지막 배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데도 절벽에서 뛰어내릴 만큼의 결단이 필요하다. 침낭 덕분에 몸 곳곳에 어설픈 온기를 품고 있는데 여기서 나가는 순간부터는 온몸이 떨리는 추위에 마치 내 안에 꿈틀거리는 모든 신경세포들이 내게 역정을 내는 느낌이다. 그 때문인지 살 끝 곳곳이 더 찌릿찌릿하면서 따가워진다. 새벽 2시 15분.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팔을 올리며 귀에서 귀마개를 빼면 창 밖에서 철로를 지나다니는 기차들의 소리가 벌써부터 야단법석이다. 그나마 지하철은 유난떨지 않고 얌전하게 지나가는 편이지만 가장 고약한 녀석은 주기적으로 석탄을 나르는 열차다. 지나갈 때마다 박자가 맞지 않는 온갖 신호음으로 생색을 내며 열차의 길이는 또 얼마나 긴지 30초 남짓의 시간동안 도시 전체를 흔드는 소음이 이어진다. 언제쯤 익숙해질까. 익숙해지긴 할까. 2평 남짓의 기숙사에 처음 발을 디딜 때 엄지손가락만한 바퀴벌레 다음으로 나를 반겨주던 게 8줄의 철로들이었다. 오랫동안 잠겨있던 듯 먼지 가득한 창틀의 창문을 열자마자 철로들이 격하게 환영하는 것처럼 뿌연 먼지바람이 내 안면을 가득 매웠다. 그러고는 쓸데없이 우수에 젖어 감성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철로에는 삶과 죽음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비단구렁이처럼 철로를 따라 꿈틀거리는 열차들이 생생한 도시의 삶을 비춘다면 또 한편엔 나오기 힘든 쇠창살 같은 철로들 위로 확 뛰어내려 죽어버리기 딱 알맞은 배경이었으니까. 저 철로들은 어디에 더 가까울까. 동적인 삶, 정적인 죽음. 철로들은 찰나에 생긴 고요함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머릿속에서 서성거리는 생각들과 어색한 인사를 하고 있으면 문이 부서질 듯 세 번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굵직한 목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오키테!” 며칠 전에 어학원에서 배운 단어다. 오키루. 일어나다. 명령어에는 루를 지우고 테를 붙이니 일어나라는 말일 것이다. 방에서는 귀찮은 듯 “하이!(네)”라고 대답하고는 그제서야 애벌레처럼 침낭 밖으로 몸을 뺀 뒤 부랴부랴 배달유니폼과 헬맷을 집어 들고 한기로 가득 채워진 방안을 벗어난다. 신발을 꺾어 신은 채로 쥐구멍 같은 계단 통로를 내려와 중앙거실로 나오면 이미 오타군이 따듯한 우롱차를 마시고 있다. 만화로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19살 학생인데 저 나이에 신문배달을 하는 것만으로도 철이 일찍 든 편이다. 일을 시작한 지 2주 정도 되었을까. 다른 직원들과 조금씩 안면도 트고 일본어로 간단한 안부 인사정도의 소통이 가능하기 시작한 때에 오타군은 거실 한 쪽에 있는 내게 본인이 만든 파스타를 조심스럽게 건네주었다. 아무 야채가 들어가 있지 않고 소금과 오일만 들어가 있는 파스타였는데 이미 오타군이 자주 저렇게 해 먹는 걸 곁눈질로 봐서 알고 있었다. 나는 한국식으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는 표현을 전했고 오타군은 별 거 아니라며 나이와 어울린 쑥스러움을 눈가의 주름에 내비치며 먹어보라고 권했다. 겉보기에는 파스타면만 삶은 모양을 취하고 있지만 포크로 면을 살짝 비벼주니 그 안에 있던 올리브오일이 흘러나오며 슬며시 오일파스타의 윤기를 뽐냈다. 먹고 싶지 않은 비주얼이긴 했지만 오타군의 오랜 연습의 결과인지 간도 잘 배어있고 보기보단 훨씬 괜찮은 음식이었다. 그동안 배운 단어들과 문장들을 겨우 조합해서 어설픈 발음으로 오타군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정말 맛있네요. 근데 오타군은 왜 매일 이것만 먹습니까?” 문장으로 된 일본어가 내 입에서 나온 게 처음이었는지 오타군은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내 말을 곧장 이해하고선 나조차도 알아듣기 쉬운 단어를 선택해 대답했다. 어쩌면 나를 위한 배려였을까. “야스이까라.(싸니까). 저거 하나에 90엔이에요.” 그는 손짓으로 주방 선반에 있는 파스타면 봉지를 가리키며 쌀보다 싼 음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의도치 않게 선명한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몸을 녹이며 차를 마시고 있는 오타군과 잘 잤냐는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으면 뒤이어 다나카, 요시다, 그리고 창 위엔이라는 22살 중국인 유학생까지 줄줄이 이어 나온다. 전부 잠이 덜 깬 채로 까치집 머리를 하고선 기계처럼 인사를 주고받는다. 다들 무언가를 원망하는 표정들이지만 원망해야하는 대상이 이 암흑같이 깜깜한 새벽의 현실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라는 걸 깨닫고선 찬물 세수로 잡생각들까지 겨우 씻어낸다. 출근카드를 넣을 때면 이제 잠은 다 깬 상태다. 신문사에 무료로 배급되는 짠맛 섞인 물 한 통을 챙기고선 오토바이 안장에 넣고 서로 약속된 것처럼 각자의 위치로 오토바이를 옮겨놓는다. 그러면 저 멀리 도로 한복판에 대형트럭이 멈춰 서는 게 보이고 그때부터 우리 지사에 할당되는 신문 2800부를 전부 나르기 시작한다. 한 뭉치마다 100부씩 묶여있으니 대여섯 명의 직원들이 두, 세 번씩 나르면 금방 끝나는 일이다. 조간신문의 경우 330부, 석간신문의 경우 180부를 배달해야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새벽에는 4시간 안에 300곳을, 오후에는 2시간 안에 150곳이 넘는 장소들을 들락날락해야하니 일이 끝나고 나면 잠에서 깼을 때 설한의 고통이 그리워질 만큼 온 몸이 땀에 젖어있다. 새벽 배달 업무는 5시간 안에만 마무리하면 되지만 서둘러 오전 6시 30분까지 맞춰 끝내면 숙소 근처의 철교에서 다채로운 경치가 어우러진 주황빛 일출을 간신히 볼 수 있다. 온통 검은색뿐인 내 하루 중 일상에서 유일하게 색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색을 느낄 수 있는 시선들을 눈에 자주 담으면 내 안에 있는 시커먼 먼지같은 것들이 벗겨질 수 있다는 마지막 발악인 것일까. 세상의 색깔이 어두워 보이는 것도 이젠 나만의 불치병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거울 속에 보이는 한 인간의 얼굴부터 사계절 내내 우기를 알리듯 폭우에 지친 우중충한 장마의 모습을 띄고 있고 표정이라고는 무표정 말고는 미세한 다른 어떤 표정도 가늠할 수 없다. 손가락으로 입가 양 쪽을 찢어 억지로 미소라는 것을 만들어보아도 그 어색하고 불편한 기색에 오히려 더 거부감이 생기게 되고 안색마저 죽어가고 있는 짐승들의 표본이다. 미소를 지어 본 적이 언제였을까. 그때였을까 생각해내면 너무 멀리 돌아가 버리고 아니면 그때인가 싶으면 그때는 행복해서 지은 미소가 아니었다. 한 때는 눈부신 일상을 그리기도 했고 마주하기도 했다. 햇빛이 온 몸에 닿으면 서서히 스며들어 피부결의 일부가 된 듯 서로 한 몸을 이루며 어쩌면 그 온기들로 인간의 혈색과 세상의 색들이 갖춰지는 것일까. 어느새 조금씩 피어오르는 해가 억지로 기지개를 키고 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어차피 사랑이란 건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알 수 없는 기대감과 어리석음으로 스스로를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사랑에는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있어야 두 사람의 미래가 있을 수 있었다. 풋내기 때의 연애에서는 하룻밤 사랑만으로도 사랑이 되기도 하지만 30대 때의 사랑은 물질주의에 틀어박혀 버리고 서로의 보폭만 눈치보며 주변을 맴돌기만 한다. 내가 변한 것일까. 그 사람을 원망할 자격도 없다. 원망이 늘어나면 오히려 더 비참해지는 신세한탄으로 이어지며 그 때의 순간들을 안주삼아 술을 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마시는 술은 술맛이야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전화를 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하찮고 창피한 순간들. 적적한 고요를 즐기며 잠에 드려 할 때쯤 누군가 방문을 두드린다. 정직원인 요시다였다. 요시다가 내 방에 온 건 처음이었다. “점장이 찾아요.” 일본인들은 왜 저렇게 다 친절할까. 저 간단한 말을 하면서도 내게 보이는 찰나의 웃음들과 정성껏 안내하려는 손의 움직임들. 어쩌면 일본이라는 나라의 인식을 좋게 심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한국인이라는 생각으로 돌아오며 정신을 차린다. 1층에 있는 사무실로 내려가자 혼자 업무를 보고 있는 점장이 나를 보자마자 사무실 한 쪽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앉으라고 손짓했다. 머릿속은 복잡했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배달오류라면 쪽지를 붙여놓았을 것이고 배달지가 새로 생겼다면 그것도 쪽지를 붙여놓았을 것이다. 사무실의 한 구석에서 점장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영락없이 교무실에 끌려온 중학생의 모습이었다. 만약에 큰 잘못이라도 저질러 쫓겨나게라도 된다면 당장 내일부터 거리에 나앉게 된다.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일은 괜찮죠?” 점장은 아직 내가 일본어가 짧은 것을 알고 쉬운 단어만 골라 물었다. 아마 일 적응에 대한 안부인사 정도가 될 것이다. “네. 좋습니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이 정도는 쉽게 견딜 수 있다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더듬거리며 단어를 떠올리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당신에게 충성하고 있다는 태도와 눈빛을 보여주니 점장도 옅은 웃음기를 보이며 긴장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별 건 아니에요. 김 상. 혹시 수금 업무도 해보는 건 어때요?” 수금에 관해서는 직원들과 넌지시 얘기했던 적이 있었다. 오타군이 점장의 지시를 받고 부랴부랴 외출을 하길래 어디가냐고 물었더니 수금을 간다고 했었다. 떠나버리는 오타군 뒤로 얌전히 있던 다나카가 수금을 하면 수금한 금액 10%의 인센티브가 있다며 한 달에 50곳 정도만 수금해도 보너스로 쏠쏠하다는 얘기가 불현 듯 떠올랐다. “어려운 건 없어요. 그냥 지로용지 가지고 가서 수금하러 왔다고 하고 돈만 받아오면 돼요. 영수증도 그 자리에서 손으로 써서 주면 되고.” 어차피 오후 배달이 끝나면 할 일도 없었다. 읽을 책도 바닥난 상태였고 일본어 공부만 하기에는 따분함이 몰려오던 시기일 뿐더러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도 이제 지긋지긋한 상태였다. 돈이 급한 건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들을 지워주기 위한 활동으로 적합할 것 같았다. “네. 좋습니다. 점장님. 혹시 하다가 힘들면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언제든지요.” 일을 막 시작할 무렵, 점장은 신문배달 업무와 숙소생활에 관해 유의사항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씩 일러주곤 했다. 출근시간 새벽 2시 20분은 반드시 지킬 것, 비가 올 때는 무조건 우비를 입을 것, 월급은 매월 24일에 지급, 숙소에 외부인 출입은 금지, 저녁 8시 이후에는 숙소에서 소란피우지 말 것, 공용주방 설거지는 곧바로 할 것 등 다양한 규칙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일반적인 상식과 매너 비슷한 것들이었다. “아. 그리고 배달하는 집에 신문이 3개정도 쌓였으면 사무실에 보고해야 해요.” 배달지의 오류거나 집주인이 여행을 갔을 수도 있으니 그 단순한 뜻을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점장은 내가 그 말의 숨은 뜻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요즘 혼자사시는 분들 중에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신문사가 일본 경찰청과 자살방지 협약을 맺었다고 했다. 대강의 내용들은 배달원들이 수금이나 배달 때문에 날마다 가정집에 들락날락하며 자살에 대한 징조나 이미 자살한 사람에 대한 초기 발견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으니 경찰은 배달원들에게 일종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다. 점장의 얘기를 듣고 나니 괜히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눈앞에 시체를 마주하는 것이 태연하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은 아닐 테니까. 점장과 얘기를 마치고선 그 다음날부터 곧바로 수금 업무에 투입됐다. 말이라도 걸거나 모르는 업무에 대해 요청하면 어떡해야하는지 걱정의 마음도 앞섰지만 점장 말대로 수금만 금방 끝내버리는 단순한 일이었다. 방문 전 매니저가 먼저 전화를 걸어 수금하러 방문해도 되겠냐는 허락을 받아놓고 가기 때문에 허탕을 치는 일도 없었다. 자동이체 하는 방법을 알려드리면 되지 않냐고 단순한 궁금증을 물어보자 그렇게 되면 서서히 밥줄이 끊기게 되니 알아서 하라는 매니저의 핀잔을 듣고 말았다. 이노우에를 처음 만난 것도 수금 업무 때문이었다. 어두운 새벽에는 신문을 넣을 우편함 찾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집집마다의 분간은 하지 않는데 알고 보니 이노우에의 집은 내가 조간신문을 직접 배달하고 있는 집이었다. 족히 50년은 되었을까. 대문 앞에는 이미 사람의 손길을 떠난 지 오래된 자전거가 문지기처럼 문을 지키고 있었고 그 옆에는 이노우에(井上) 한자가 써있는 철제 재질의 우편함이 성인 가슴팍 높이에 걸려있었다. 사람 양팔 길이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도심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담한 정원이 눈에 들어왔고 그 다음에는 손님들을 언제라도 환영하겠다는 듯 활짝 열린 거실 사이로 이노우에가 슬리퍼를 신으며 부랴부랴 사람을 맞이한다. 정원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수국들은 이미 수명을 다한 상태였다. 꽃이 핀 형체는 어렴풋이 드러난 걸 보니 아마 잎 정리에 손을 뗀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한국인?” 70대 노인이라기엔 잔잔한 호수같은 평온함이 첫인상에 가득했다. 수많은 순간들을 거쳐 이제는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놀랍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듯한 그 평온함. 아마 이노우에는 누군가 그의 목에 칼을 대도 살려달라 목 놓아 애원하지도 않을 것이다. “네. 어떻게 아셨어요?” “한국인들은 특징이 있지. 웃음기가 없는 얼굴과 단정한 머리.”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피곤해도 세면대에서 머리는 꼭 감는, 이유 없이 밝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 되레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한국인들. 어쩌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남에 대한 시선이 강박처럼 자리 잡고 도저히 행복할 수 없는 세상에서 얼굴에 띄는 미소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곳인 걸까. 생각해보니 우울한 말이었다. 대화가 길어지면 문장 곳곳마다 못 알아듣는 말들이 늘어날 테니 서둘러 수금하러 왔다며 둘러댔다. 하지만 이노우에는 대뜸 내게 따듯한 차를 한잔 하고 가라며 권했다. 어색한 상황이 이어질 것 같은 느낌에 처음 한 번은 사양했지만 이미 준비를 하고 있는 이노우에를 보며 발걸음을 무겁게 옮겼다. 실례하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신을 벗으며 밖에서 처음 보았던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연한 살색의 다다미가 간격을 맞춰 다소곳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노우에는 중앙에 있는 좌식형 테이블에 앉아있으라는 듯 그의 허리처럼 꾸부정한 손짓을 건넸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코타츠 안에 다리를 넣으니 온 몸이 녹아버릴 듯한 따듯함에 긴장이 풀려버렸고 시선은 자연스럽게 집의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시선들 사이에 가장 오래 머문 시선은 아마 거실 구석에 깔끔히 자리잡고 있는 제사상이 될 것이다. 때깔 좋은 원목 수납장 사이에 그의 부인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여인의 사진이 중앙에 놓여있었고 그 아래 바닥에는 몇 개의 향과 바로 먹어도 이상하지 않은 과일, 정갈한 식사까지 정성스레 준비돼있었다. 도둑질을 하듯 조심스럽게 살피던 내 눈길들을 이노우에도 금방 눈치챘다. “내 아내야. 두 달 전에 죽었지. 그래서 매일 오마이리 하는 중이야.” “오마이리요?” 오마이리를 이해하지 못하자 이노우에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하며 몸으로 단어의 뜻을 알려주었다. 매일 아내를 기리며 기도를 하는 모양이었다. 음식도 매일 준비하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같이 먹으면 심심하지 않다며 쑥스러운 듯 의미 담긴 웃음을 지어보이며 끓인 차를 내어왔다. 잔에 차를 따라주는데 이노우에의 손이 덜덜 떨려 하마터면 내게 쏟아버릴 것 같은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 별 문제없이 잔이 채워졌다. 걸러지는 찻잎 사이로 쏟아지는 선명한 초록빛 물줄기가 파도를 일렁이며 잔이 채워졌고 일본의 다도문화를 몰라 그래도 예의를 차리겠다는 모습을 위해 무릎을 꿇고 앉아있으니 이노우에는 손사레치면서 편하게 앉으라며 내 자세를 다시 바로 잡았다. “옛날에 선물 받은 녹차야. 뜨거우니 천천히 마셔봐.” 두 손을 모아 잔을 들어 먼저 향을 맡아보니 녹차의 쓴 향보다는 산 속 곳곳에 담겨있는 피톤치드처럼 상쾌한 내음이 코 속으로 들어와 정신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천천히 입술 끝에 녹차를 적셔 온도를 확인하고 조금씩 들이키자 코로 맡았던 향이 다시 퍼지며 부드러운 녹차의 맛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뜨거운 물에 티백을 담가 마시던 싸구려 녹차와는 아예 다른 차의 종류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차는 잘 모르지만 이게 좋은 차인 건 알겠습니다.” 이노우에는 그의 나이와 어울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선 나도 모르게 그가 아내를 위해 차린 상에 시선이 멈추었다. 노인의 얼굴과 주름에서는 생기 넘치는 감정을 읽기 어렵지만 그가 겪고 있는 상실감이라는 감정에 대해서는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의 아내가 죽었다고 했을 때부터 그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공허한 무언가가 공간에 있는 모든 공기의 무게를 더 탁하게 만드는 듯 했다. 언젠가의 이별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는지 일생동안 함께한 사람을 한순간에 잃은 것에 비해서는 초연해보이기도 했지만 멋쩍게 건네는 미소 사이로 그 쓸쓸하고 외로움이 사무치는 감정들마저 숨기지는 못했다. 짐작해보려도 했지만 이건 찰나적으로도 짐작이 가능한 게 아니었다.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이 힘껏 담겨있는 서로의 사랑과 이별에 대한 소중한 감정들을 이제 사회에서 발버둥치는 풋내기가 느끼기엔 넘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랬기에 내 안에서 어떤 위로의 표현을 써야할지 헷갈리고 말았다. 마당에 있는 수국을 보며 쓸쓸하진 않냐고, 집 곳곳에 깃들어있는 아내의 흔적들 때문에 외롭진 않냐고, 이제 아내를 보지 못하는 것이 눈물을 참아야 할 만큼 힘들진 않냐고 선뜻 오지랖을 건넬 말들도 생각했지만 괜한 위로가 될 것 같았다. 다른 수금 업무가 있다고 뻔한 거짓말을 둘러대며 천천히 나갈 채비를 하니 이노우에는 시간을 많이 뺏어 미안하다며 가는 발걸음을 하는 내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기운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때문인지 다음에는 더 오래 있어도 괜찮냐는 말을 건네자 이노우에는 선뜻 그러라며 언제든 차를 끓여놓고 기다리겠다는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그와 헤어지고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울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기 때문일 것이다. “참 오랜만이구만. 누군가와의 대화.” 기숙사에 들어서자마자 항상 그랬듯 답답한 헬맷을 벗어 서랍장 위에 올려놓고 구겨져있는 침낭에 쓰러질 듯 뻗어버렸다. 그리고 잠자코 천장을 바라보며 머릿속에서 가져온 생각들은 이노우에와의 대화와 그가 느끼고 있는, 아니 느끼고 있을 거라 추측하는 감정들에 대해 회상하기 시작했다. 도달하는 결론은 결국 한 가지뿐이었다. 그의 하루하루는 얼마나 쓸쓸하고 외로울까. 고타츠의 온기가 몸에 남아있었는지 누워있던 기숙사의 바닥은 그날따라 유독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이노우에를 처음 만나고 그 이듬달부터 수금을 위해 다시 그를 찾아갔을 때부터 아마 우리는 친구가 될 준비를 하고 있던 것 같다. 나는 한인시장에만 있는 태양초 고추장과 신라면을 사들고 첫날 마신 차에 대한 답례를 했고 이노우에는 내 선물을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형적인 일본인들의 가식적인 연기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은 건 내 쪽이었다. 두 번째 방문부터는 처음 그와 나 사이에 있던 어색한 교류마저 떨쳐버릴 수 있었다. 어쩌면 나 혼자 가지고 있던 외국인 울렁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와의 대화에서 어려운 말이 오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노우에 집에 있는 고타츠가 내 모든 살결들을 부드럽게 보듬어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그의 친구가 될 수 있는 명분이 충분했다. “자네는 내가 따분하지 않나보군. 다른 젊은 사람들은 나를 전염병 걸린 사람처럼 취급하고 도망가던데. 아니면 그 고타츠 때문인 건가?” 이노우에는 한국 노인들한테는 경험해보지 못한 센스있는 농담을 잘했다. 그만의 특별한 능력인건지 일본 노인들의 유머감각이 뛰어난 건지 헷갈렸지만 누군가의 농담에 아주 오랜만에 미소를 지어보았다. “고타츠 때문인 것도 있습니다.” 고작 두 번째뿐이지만 오래된 습관이 몸에 밴 것처럼 한쪽 구석에 있는 그의 아내 제사상을 살펴보니 지난번과는 다르게 상차림이 조촐해졌다. 오래돼 보이는 사진들과 편지들, 그녀의 장식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상의 대부분 자리를 차지했고 외로운 향초만 홀로 기운을 차리고 있었다. “내가 아내하고 50년을 넘게 같이 살면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도 모르더라고. 그래도 매일 일어나자마자 기도는 해.” 상차림을 보고 있던 내게 이노우에는 거실너머 주방에서 과일을 깎으며 혼자 떠들어댔다. 어쩌면 아내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과 미안함을 내게 대신 하소연하는 듯 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그와 있는 시간에서 그의 아내 얘기만 나오면 이노우에는 급격하게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는 내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짓고 농담을 건네고 활기찬 대화를 이어갔지만 그 모든 게 아무렇지 않지 않았다. 그러고선 정적을 깰 무언가가 생각이 났는지 이노우에는 안방에 들어가 기초한국어 책을 가져와 고타츠 위에 펼쳤다. “치매에 바둑이랑 언어 배우는 게 좋다는 데 바둑에는 영 흥미가 없어가지고 말이야. 그래도 언어는 외우기만 하면 될 거 아닌가?” 오랜만에 활자로 된 한국어를 책에서 보니 괜스레 반갑기도 했다. 책 사이에 껴있는 노트에는 안녕이라는 글자만 몇장씩 적혀 있고 그 다음에는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 반갑습니다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삐뚤삐뚤 쓰여 있긴 했지만 똑같은 그림을 베껴서 그리려는 것처럼 펜을 정성껏 다루는 이노우에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엄청 열심히 하셨네요. 글씨도 잘 쓰셨어요.” 이노우에는 오른손 중지 한쪽에 생긴 굳은살을 보여주며 어린 아이처럼 자랑했다. 그러고선 책의 접힌 부분을 펼치며 이상한 부분이 있다며 내게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아이시떼루는 보통 한국말로 뭐라고 하나?” “‘사랑해’라고 합니다.” “근데 그거는 명령어 아닌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가 이노우에가 말을 천천히 해준 덕에 겨우 이해할 수 있었다. 이노우에가 받아들인 뜻은 결국 간단했다. 어떤 행동을 하라고 하는 ‘해’라는 말의 명령어를 글자로만 외우고 있었기에 그 말이 왜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단어 옆에 있냐는 말이었다. “그러면 일반적으로 한국말로는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야 되지 않겠나? 영어도 I LOVE YOU는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일본어도 아이시떼루도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이니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사랑해’라는 말보다 ‘사랑하고 있어’라는 말이 사랑과 더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한국어로 ‘해’라는 말에는 ‘하고 있다’는 말의 줄임말 격으로도 사용된다는 말을 설명하자 이노우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말 하나 때문에 사랑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보여 지는군. 마치 부모가 어린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말이야.” 어쩌면 이노우에의 말대로 은혜와의 관계는 무언가의 힘에 이끌리는 강요의 관계처럼 돼있었을까. 그간 잠잠히 스쳐지나간 마음 속 메아리들이 귓가에 하나둘 울리기 시작했다. 사랑은 행복이라 배웠으니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사랑과 결혼의 비극을 선명히 보았기에 그 결말을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특별해서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하나같이 정확한 이유 없이 우리의 사랑은 꼭 그럴거라는, 꼭 그래야만 한다는 말들. 그렇게 현실에서 혼자 비틀거리니 은혜는 주저없이 떠났을 것이다. 도망친 것은 은혜였을까. 나였을까. 이노우에와의 마지막 만남은 그의 집에 네 번째 방문했을 때였다. 세 번째 방문에는 그와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3시간씩이나 흘러 뻔뻔하게 저녁식사까지 신세를 지고 말았다. 그래서 수금을 위한 네 번째 방문 때는 간단히 김밥과 제육볶음을 준비해 지난 저녁신세를 갚을 심산이었다. “곧 여행을 떠날 생각이야. 아주 오랫동안. 더 이상 여기에 있기 좀 힘들거든.” 돌이켜보면 이별은 항상 갑작스러웠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그와의 만남이 이제 없을 거라는 확신을 했고 이럴 줄 알았으면 그가 먹어보고 싶다는 잡채를 좀 만들어 올 걸 하는 아쉬움이 내 미간에 어렴풋이 묻어났다. 여기에 있기 힘들다는 말은 이미 거실 한쪽에 자리잡고 있던 그의 아내 사진들이 사라진 흔적들을 보며 짐작할 수 있었고 집안 곳곳도 짐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여행지는 정하셨어요?” “아직은. 한국을 가볼까? 내가 한국어를 좀 하잖아.” 유일한 일본인 친구와 그간에 생긴 정 때문인지 이별 소식을 듣고 나서는 그의 농담에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주 한 때, 감성적인 인간이라면 많은 감정들을 진심으로 흐느끼니 삶에 더 활력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기도 했지만 이때만큼은 살아 숨 쉬는 수많은 감정 속에 어두운 감정만 잘 느끼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삶이 더 불행할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결국 인간의 삶속에 행복과 불행은 같이 머무는 것이다. “네. 가셔서 한국인 애인이라도 만들어 보세요.” 이노우에는 인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크게 웃음소리를 내며 내게 한 방 먹었다는 듯 엄지를 내밀었다. “좋은 생각이야. 죽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나름 정성스레 싸온 음식들을 그와 같이 먹으며 고타츠의 온기가 잘 느껴지지 않을 무렵부터는 서서히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내 신문사의 주소로 종종 편지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진심으로 믿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일본인이라도 된 듯 당신이 편지를 보내주면 정말로 반갑고 기쁠 것이라며 과장된 연기를 하고 말았다. 아마 그 어색한 연기는 이노우에도 눈치를 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되돌아가는 발걸음 속에도 마당 한 쪽에 이미 시들대로 시들어버린 수국만 덩그러니 눈에 들어왔다. 그 후로 일주일 쯤 지났을까. 이노우에의 집 우편함에 신문이 하나 둘 쌓이자 그가 말한 여행이 시작됐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신문함에 신문이 세 개가 쌓이는 날이 되고선 문득 그가 죽어버린 건 아닌지 직업병이 섞인 걱정이 되기도 했다.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나란히 겹쳐있는 신문 3개의 모습은 나같은 사람들에겐 이미 상징적인 장면이 되어버렸으니까. 이노우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안타까운 죽음이라 할 수 있을까. 이생에 남은 미련이 없으니 이만하면 됐다는 삶과의 안녕은 깔끔한 작별인사가 아닌가. 이노우에라면 죽음이 있기에 고귀한 삶이 완성된다는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과 여행, 어느 쪽을 더 응원해야 하는 걸까. 무엇이 되건 어차피 이별이었지만 어느 쪽이든 가슴에 사무친 은밀한 응원이 될 것이다. 조간 배달이 끝나고선 이노우에가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말하러 사무실에 들어서니 매니저가 기다렸다는 듯이 택배가 왔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날 아는 사람이 없을 텐데 택배라니. 커다란 택배상자에 적혀있는 보낸 이를 살펴보니 이노우에였다. 곧장 그 무거운 택배상자를 낑낑거리며 숙소로 가져와 열어보니 손바닥만한 편지와 그의 집에 있던 고타츠가 담겨있었다. ‘미안하네. 김 군. 오늘은 고타츠를 미리 데워놓지 못했어.’ 마지막까지 이노우에다운 농담이 담긴 편지를 읽고선 편지를 덮으려 하자 편지지 끝자락에 한글로 쓰여져 있던 문구를 미처 보지 못할 뻔했다. 이제는 한결 깔끔해진 글씨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01.01 16:35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수필] 움쑥 - 김서연

새 살처럼 연한 쑥을 쓰다듬는다. 여름이 되면 수수깡처럼 속이 비어버리는 터라 봄이 다 지나기 전에 살찐 쑥 우듬지를 뚝뚝 잘라 저장해 두었는데, 추석을 며칠 앞두고 산적을 할 요량으로 양하밭을 더듬다가 뜻밖에 우북한 쑥 무더기를 보았다. 사위어가는 불땀처럼 흔적을 지우고 재만 남았던 자리여서 더욱이 놀랐다. 장례를 치르고 어머니 옷을 태웠다. 요양병원에서 하루 날을 잡고 나와 당신 살림을 미리 정리했던 터라 유품이랄 것도 없었다. 병원 생활에 꼭 필요할 물건만 챙겼으니 옷가지 몇과 전화기가 전부였다. 잘 마른 쑥을 불쏘시개 삼아 작은 보따리를 던졌다. 그 안에는 입어보지도 못한 외투도 있었다. 물색이 너무 곱다고 저어했지만 상점주인과 내가 우측 좌측 밀어붙여 장만한 옷이었다. 영 내키지 않으면 나중에라도 바꾸자고 했을 터인데 날 따뜻해지면 나들이옷을 하겠다고 두었다. 기껏 딸 집에 한 번씩 다녀가는 어머니다. 시골살이하는 내 집 뜰에서 새싹 보는 것을 좋아했다. 잡초 사이에서 올라오는 머위나물이며 쑥을 한주먹 뜯어 와서는 먹기도 아깝게 이쁘다며 웃었다. 꽃 밴 수선화를 보고도 그랬다. 어디에 있다가 작년 모습 그대로 얼굴을 내미는지 신기해했는데 환절기 때면 한 차례씩 앓았던 당신에겐 어린 싹들이 더없이 대견했을 것이다. 그마저 오래 보지 못했다. 다음 해에는 입원을 하고 말았다. 병실에 있는 동안 꽃철은 두 번이나 지나갔지만, 외투는 나들이 한 번 못 해보고 결국 불더미 속에서 사그라졌다. 전화기만 가져와 서랍에 넣어 두었다. 이제는 소리도 없는 껍데기지만 어머니의 전화기는 내게도 특별한 물건이다. 아파트에서 혼자 사셨는데 가까이 지내던 내가 수시로 전화를 하며 시시콜콜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때로 받지 않을 때가 있었다. 외출했을 것을 가정해 어림한 시간까지 기다리다 끝내 연락이 되지 않을 때는 쭈뼛쭈뼛 머리카락이 섰다. 번번이 전화선이 빠져 있거나 전화기가 잘못 놓여 있었다. 이렇게 한번씩 소동이 나는 것을 친가나 외가도 알게 돼 외갓집에 가시면 외삼촌이, 큰집에 가면 사촌 오빠가 어머니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줬다. 하지만 시장이나 병원같이 예고 없는 출타가 문제였다. 협박도 하고 사정도 해가며 어머니의 목에 걸리게 된 전화기였다. 병원에서도 침대 난간에 걸어두고 자식들의 전화를 받았는데 딸네 뜰을 생각하는지 쌉싸름한 머위나물이며 연한 파나물, 된장 풀어 끓인 쑥국 이야기를 자주 했다. 어머니 가시고 흑백사진처럼 어두운 나날이 갔다. 당신과 연락이 안 되면 사색이 되어 뛰어다니던 나를 아시면서. 잘 도착했노라고, 여긴 날마다 봄날이고, 지천에 나물과 꽃이 가득하다고 전화 한 번 주면 안 되는 것인지. 겨우 연락이 닿은 어머니를 붙들고 어린아이처럼 울던 나를 떠올리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나뿐인 건지. 얼마나 먼 길이길래 아직도 도착을 못 한 걸까. 한살이 마친 꽃자리처럼 어머니 떠난 자리가 허전해질 때면 무시로 전화기를 뒤적였다. 전화기 속에서 친구들은 손주 자랑으로 앞다툰다. 나 역시 꼬물거리는 손짓, 발짓이 귀여워 내 손주도 아닌데 몇 번이고 사진과 동영상을 돌려본다. 이집 저집 카톡 사진들을 훑는데 이게 웬일인가. ‘엄니 핸드폰’이 카톡에 떴다. 어머니가 쓸 때는 기능이 단순한 폴더폰이어서 카톡을 사용할 수 없었다. 가슴이 뛰었다. 액정을 뒤로 밀었다. 분명 어머니 번호가 맞았고 반갑기보다 무서웠다. 시아버지 초상을 치른 후 ‘아버님’ 이란 번호로 전화가 와서 놀란 적이 있다. 남편 명의로 해 드렸던 전화기를 받아와 다시 사용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그때 망자들의 세상도 어디에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 좋아졌으니 저세상에도 변화가 있어 전화기 하나씩은 손에 들려있을지도 모른다는 맹랑한 상상을 했었다. 조심스럽게 화면을 늘렸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앳된 여자의 진달래 빛 상의가 환했다. 손가락 사이로 눈, 코, 입이 선명해졌다. 피부가 희고 잇속 보이는 웃음이 언뜻 우리 자매들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전화번호를 반납했으니 새 주인을 만난 것이 당연했다. 번호 잃은 어머니의 전화기는 멍텅구리가 되어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음을 잘 알면서도 ‘엄니 핸드폰’ 속 그녀를 자주 훔쳐보았다. 대강의 일상을 읽으며 취향이나 성격까지 마음대로 가늠했다. 여행지에서의 거침없는 웃음이 화면 안에서 쏟아질 때는 나도 덩달아 입이 벙그러졌다. 요즘은 연애를 하는 모양이었다. 남자는 까무잡잡하고 이목구비가 반듯해 어디서 본 듯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 가시고 우리 형제는 한동안 대화가 없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잠잠한 형제들의 단체 톡 방에 그간 이야기들을 나열했다. 아버지처럼 안경을 꼈다는 얘기도 했지만 모두 아무 말이 없었다. 노을을 바라보듯 어머니를 보내고 제각기 가슴에 검게 타 들어간 구석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박완서 작가의 <움딸>이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시집간 딸이 죽고 사위가 새 장가를 가서 맞은 부인을 전처의 친정에서는 움딸이라고 부른단다. 불탄 쑥밭에서 새로 돋은 가을 쑥을 움쑥이라고 부르는 이치와 같았다. 딸을 잃은 친정어머니와 전처의 흔적을 보아야 하는 새 부인이 서로 편한 관계일 리 없다. 소설 속에서 새 부인은 절대 움이 틀 수 없는 불모지에 있다. 하지만 아이의 외할머니 마음에 딸 같은 정이 움트는 것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터무니없는 일이지만 가슴에 오래 남았었다. 뜬금없이 동생한테 문자가 왔다. “어머니 번호 쓰는 사람 행복한가 봐, 보기 좋네.” 풀숲을 헤매던 손이 움쑥을 쓰다듬으며 평온을 만났듯이 요즘도 한 번씩 전화기에 새 소식이 움트면 형제들과 대화를 엮는다. 서로의 불탄 마음 언덕을 어루만지며 보듬는다. 이렇게 어머니는 조금 더 우리를 돌보다 갈 모양이다. 열여덟 살에 시집을 왔다고 했다. 목화를 따다가 들녘 사람이 된 어머니는 솜털보다 순한 사람이었다. 쑥 향이 코 끝에 맴돌다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바람 닿는 그곳에도 쑥이 돋았는지 전화 걸고 싶다. 우리 형제들의 웃음이 만발한지 물어보고 싶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01.01 16:32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동화] 우주 보안관이 된 우리 엄마 - 정종균

차가운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던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늘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엄마가 조심스럽게 수아를 불렀다. “수아야, 잠깐만 이리 와 볼래?” 근처 간이침대에 쪼그리고 앉아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던 수아는 그 말을 듣고 쪼르르 엄마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까치발을 들고 엄마에게 기댔다. “왜 엄마?” “우리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서 그래.” 엄마는 앙상한 팔을 들어 창문 너머를 가리켰다. 창문 너머에는 환하게 빛나는 동그란 달이 떠 있었다. 달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꽉 채울 것 같은 은은하면서도 포근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저기 봐, 달이 예쁘지?” “응. 예쁘다.” 엄마는 수아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사실 비밀인데, 지금 저 달에 몹시 나쁜 외계인이 몰래 숨어있다?” “정말?” 마침 스마트폰 게임 속에서 무시무시한 외계인이 반짝이며 화면을 가로질렀다.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래서 지구에서 외계인과 싸울 수 있는 우주 보안관을 보낼 계획을 세웠어. 외계인과 싸워서 지구를 지킬 수 있는 용감한 사람 말이야. 그런데 그 보안관으로 엄마가 뽑혔다지 뭐야?” 그 말을 들은 수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우주 보안관이면 나쁜 외계인들과 싸우는 거야?” “맞아.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커다란 로봇도 타고, 멋진 레이저 총도 쏘면서 외계인들과 싸우는 거야.”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이후, 매일 같이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복잡한 기계를 주렁주렁 매단 채 검사를 했었다. 그런데 설마 그게 우주 비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일 줄이야. “그런데 오늘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엄마가 이제 곧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갈 수 있다네?” “우와, 엄마 대단하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우주를 여행하는 만화영화를 본 적 있다. 우주는 지구와 달리 중력이 없어서 물건이 둥둥 떠오르고, 창밖으로는 언제나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다. “엄마, 나도 따라가도 돼? 응?” 수아는 신이 나서 엄마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엄마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 수아는 아직 어려서 못가. 달나라에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거든. 만약 수아까지 우주로 가면 아빠는 혼자 남잖아.” 수아는 엄마의 말에 아빠를 떠올렸다. 아빠는 엄마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부터 웃어 본 적이 없다. 매일 같이 어깨와 허리를 푹 숙이고 울상만 짓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엄마를 따라 자신까지 떠나 버리면 아빠는 외로워서 엉엉 울지도 몰랐다. “그럼 엄마는 언제 와?” “아주, 아아아주 나중에.”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창문 너머로 동그랗게 빛나고 있는 달을 가리켰다. “대신에 엄마는 아주 좋은 망원경을 가지고 갈 거야. 그 망원경으로 달에 앉아 우리 수아가 뭘 하고 있나, 항상 지켜볼 거란다. 그러니까 엄마가 우리 수아가 잘 있나 늘 확인할 수 있게 매일 달을 보면 손을 흔들어줘. 알았지?” 엄마는 수아를 꼭 안고 당부했다. 하지만 수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툴툴댔다. “칫, 나도 달에 가고 싶은데. 엄마만 좋은 데 가고.” “미안해. 엄마만, 우리 딸을 두고 엄마만 가서 미안해.” 엄마는 수아를 안고서 늦은 밤까지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렇게 미안하면 나도 데리고 가지. 수아는 엄마가 가리킨 창밖 너머의 달을 보면서 투덜거렸다. * * * * * 달나라로 떠날 날이 가까워지자, 엄마는 비쩍 말라갔다. 팔은 창밖 너머 나무처럼 앙상하게 말랐고 뺨은 홀쭉하게 들어갔다. “엄마는 로켓에 타려고 일부러 몸을 가볍게 만들고 있는 거야. 몸이 무거우면 로켓이 날아가다가 떨어질지도 모르잖아.” 엄마는 이렇게 말하면서 배시시 웃었다. 그런 와중에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언니들이 몇 번이나 엄마를 찾아왔다. 잘은 모르지만, 엄마가 곧 우주여행을 떠날 때가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어느 날 아침, 아빠가 수아를 깨웠다. 눈을 떠보니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엄마는 어디에도 없었다. 수아는 아빠 손을 잡고 병실 구석으로 향했다. 한 번 도 가본 적 없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몇 번이나 엄마를 검사하던 의사 선생님이 있었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 뒤로 하얀 천을 뒤집어쓴 누군가가 보였다.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수아는 그게 엄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빠, 엄마는 이제 달나라에 가는 거야?” “응.” 아빠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는 가벼운데, 달에 갔다가 휙 하고 날아가 버리면 어떻게 하지?”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약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높이 뛸 수 있다고 책에서 읽은 적 있다. 지금 엄마는 무척이나 가벼우니, 잘못 하다가는 그대로 우주 너머로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 수아는 걱정이 돼서 물었지만,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흥. 아빠는 엄마가 걱정도 안 되나 봐.” 괜히 심통이 난 수아는 아빠의 손을 놓고 무작정 바깥으로 향했다. 이유는 몰랐지만, 이곳에 있는 게 너무 답답했다. 그러다 수아는 병원 휴게실에 도착했다. 텅 빈 휴게실 안은 따뜻한 데다 푹신한 소파도 있었다. “하암.” 수아는 소파에 드러누워 하품했다. 안 그래도 아빠가 아침 일찍 깨워서 졸리던 참이었다. 수아는 꾸벅꾸벅 졸다가 스르륵 잠에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잤을까, 수아는 불연 듯 눈을 떴다. 수아의 눈에 어두컴컴한 휴게실 풍경이 들어왔다. 자는 사이에 밤이 온 모양이었다. 거기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 무서워.” 수아는 어두컴컴한 주위 풍경에 자신도 모르게 와락 겁이 들었다. 어두운 휴게실 안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들이 꼭 무시무시하게 생긴 괴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 엄마!” 그리고 울먹이면서 습관처럼 엄마를 불렀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도 수아가 부르면 항상 달려오곤 했다. “엄마, 나 여기에 있어!” 수아는 어둠 속에서 엄마를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엄마는 수아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수아는 뒤늦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기억해냈다. “맞다, 엄마는 달에 갔지?” 엄마는 오늘 아침 로켓을 타고 달나라로 떠났다. 한 번 가면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지금쯤 분명 지구하고는 멀리 떨어진 우주 어딘가에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엄마 미워! 나만 두고 달에 가고! 다른 친구 엄마들처럼 그냥 지구에 있으면 안 돼?” 수아는 지금까지 꾹꾹 눌러 담아 왔던 서운함에 휩쓸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자신을 여기 두고 우주 보안관을 한다면서 달에 간 엄마가 너무 미웠다. 다른 친구의 엄마들은 달 같은 곳에 가지 않는다. 로켓을 타야 한다며 병원에 누워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나를 두고 달에 가버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수아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다. 그때, 휴게실 창문 너머에서 무언가 수아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아는 깜짝 놀라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엄마?” 거기에는 새하얗고 동그란 달이 떠 있었다. 달은 구름 너머에서 서서히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자 수아의 몸 위로 부드러우면서도 포근한 빛이 쏟아졌다. 꼭 달이 하얗게 반짝이는 은빛 손을 뻗어 수아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것 같았다. 휴게실 안으로 달빛이 쏟아지자, 수아를 겁주던 그림자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수아는 그렇게 온몸으로 달빛을 맞으면서 한참이고 자리를 지켰다. “수아야!” 아빠가 휴게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빠의 몸은 땀으로 가득했다. “아빠!” 수아는 달려가서 아빠의 품에 안겼다. 아빠는 수아를 꼭 끌어안으며 안으면서 말했다. “여기에 있었구나! 한참 찾아 다녔어.” 아빠의 품에서는 씁쓰레한 냄새가 났다. 아빠는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우리 수아, 혼자 여기에 있는 게 무섭지 않았어?” “난 괜찮아. 저기 봐, 아빠!” 수아는 아빠의 품에 안긴 채 창밖 너머를 가리켰다. 거기에는 엄마와 언젠가 함께 보았던 달이 동그란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어찌나 크고 밝은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그대로 코가 닿을 것 같았다. “엄마가 저기서 좋은 망원경으로 날 지켜보겠다고 약속했거든. 엄마가 날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나도 안 무서웠어.” 어쩌면 이미 엄마는 달 위에 도착해 있을지도 몰랐다. 엄마가 말했던 나쁜 외계인들이 엄마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다가 수아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뽑힌 우주 보안관이다. 그런 엄마가 외계인에게 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아마 지금쯤 엄마는 힘을 내서 외계인과 싸우고 있겠지?” 수아는 창을 향해 쪼르르 다가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엄마, 봐봐. 나 아빠랑 잘 있어! 그러니까 나쁜 외계인한테 지지마! 알았지?” 수아는 달 저편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 엄마를 향해 쉬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4.01.01 16:31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소설] 미지의 여행 - 신가람

이제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게 되었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겨우 부여잡고 장난전화가 아니냐는 말만 되풀이 하고 말았네요. 같이 있던 아내가 손을 잡아준 덕분에 벌벌 떨리던 손도 겨우 진정할 수 있었습니다. 제게 올해의 사계절은 따듯한 계절 없이 전부 시린 계절이었습니다. 봄에는 대상포진에 걸려 입원을 했고 여름에는 수술했던 허리디스크가 또 말썽을 부려 입원, 가을에는 목디스크 수술 진단에 겨울에는 식중독으로 응급실까지. 그래서 그런지 수상소식을 아내에게 전하자마자 조용히 속삭이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아팠나보다라고. 그래도 조금씩 썼습니다. 컴퓨터가 없으면 휴대폰으로 썼고 허리와 목이 아프면 누워서 썼고 바쁘면 새벽에 일어나 썼습니다. 이렇게 10년 동안 써보니 제게 습작행위란 마치 영혼의 벗인 느낌인 들어 여전히 타자기에 손을 올릴 때면 설레는 감정들 먼저 달래줘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못했습니다. 시인으로 저명한 이병기 선생의 호를 따라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 멋모르고 쓴 제 첫 소설의 제목까지 정해주신 어머니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고 이 모든 게 사랑이었다는 걸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10년은 묵묵히 써보라는 아내의 조언이 없었다면 지금쯤 글과 어색한 사이가 돼있었을 겁니다. 결혼 후 행복만 전해주는 예쁜 아내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조금씩’의 견고한 힘을 다시 되새겨준 전북일보사에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이 상에 담긴 책임감을 갖고서 좋은 글로 다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가람 씨는 전남대 철학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중도일보에서 지난 2021년까지 기자로 일했으며, 현재 다양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01.01 16:21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시] 알비노 - 최형만

돌아보면 어디서부터 걸었는지 모를 길을 걸었습니다. 열심히 걸어가면 뭐라도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죠. 늦은 나이에 문창과에 들어가면서 바닥부터 다시 걸었습니다. 남들이 노후 자금을 생각할 때 시 한 줄 떠올리는 스스로가 못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역시나 타고난 천성은 버리지 못하는가 봅니다. ‘푸른 하늘’이라는 시제로 시를 쓰던, 이제는 까마득한 유년의 어느 날이 이제야 그 길을 찾은 듯합니다. 이 시를 구상하던 날은 그랬습니다. 무더웠던 여름날 산 중턱의 저수지였어요. 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볼까지 붉었는데 마음은 왜 그렇게 춥던지요. 크리스마스이브에 마침내 제가 사는 이곳에도 첫눈이 내리던 날, 다시 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볼에 닿는 산바람에 가슴이 기우뚱하는데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그토록 가고 싶은 길, 그 길이었습니다. 친구와 지인을 비롯해 감사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신춘문예공모나라」 문학 카페는 제가 수시로 드나드는 집과 같아서 그곳에서 편안했습니다. 더불어 오봉옥 교수(시인)님께서 바닥의 걸음마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축구에 진심인 교수님과 저는 통화를 할 때면 손흥민의 얘기로 한참을 떠들지만,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길 위에 섰음을 압니다. 이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전북일보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름날의 저수지에 내려앉은 그 노을도요. △경남 진해 출생인 최형만 씨는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문단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며 제8회 원주생명문학상, 제14회 중봉조헌문학상, 제13회 천강문학상을 받았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01.01 16:21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동화] 정종균 작가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싸늘한 겨울바람에 벌벌 떨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불현듯 찾아온 기쁜 전화는 당시의 추위가 모조리 날아갈 만큼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동화를 읽으면서 자랐던 제가, 이제는 동화를 쓰는 어른이 됐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격을 느꼈습니다. 사실 처음에 다소 무거운 소재를 고른 건 아닌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모든 이별이 비극으로 귀결되지 않고, 모든 상실이 슬픔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짧은 생애를 살아오면서 배웠습니다. 죽음 역시 삶의 당연한 일부분이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음을 담고자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동화가 각자만의 사정으로 힘든 순간을 거치고 계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영원한 뮤즈이신 어머니, 제 인생 최고의 후원자인 아버지, 그리고 제 첫 독자였던 동생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과분한 달란트를 주신 주님께 감사 말씀 올리며, 언젠가 뵙게 될 그날까지 순종하는 종으로서 창작을 이어갈 것임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정종균 작가는 단국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중이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4.01.01 1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