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유영국
“산에는 뭐든지 있다. 봉우리의 삼각형, 능선의 곡선, 원근의 단면, 다채로운 색…” 국제갤러리는 지난 9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유영국 20주기 기념전 <Color of Yoo Youngkuk>을 개최한다. 유영국 작고 20주년 기념으로 회화작품 68점과 드로잉 21점, 사진 작품 및 작가의 활동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등 주요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다. 유영국은 근현대사의 격동기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서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일본의 추상미술의 대가들과 교류하며, 20세기 전반의 전위적인 미술이었던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에 깊이 매료된다. 새로운 예술적 기법뿐만 아니라 표현적 다변화를 고심하던 유영국은 ‘오리엔탈 사진학교’에서 수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사진을 통한 새로운 조형 질서를 탐구하며,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 조형 요소를 중심으로, 자연 추상이라는 그 만의 추상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유영국은 1943년 고향 울진에 돌아와 틈틈이 작품활동을 하다가, 1964년부터는 전업 미술작가가 된다. 울진은, 서쪽에는 태백산맥의 험준한 산악이 많고 동해를 향하여 급경사를 이루고, 해안에는 약간의 좁고 긴 해안평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울진은 예술가에게 천혜의 장소이다. 그는 이런 울진의 산을 모티브로, 대담한 구상과 화체(畵體)를 통해 대형 추상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색채를 서서히 쌓아 올리고 두텁게 만드는 등 계산된 구도와 색채를 선택, 비정형(非定型) 추상에서 기하학적 형태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을 기반으로 초록, 보라, 검정을 쓰며, 긴장감과 보색의 조화, 색채의 깊이, 공감각을 동시에 부여하는 등 추상회화 미학의 절정에 다다른다. 지난 2018년에도 ‘유영국 색채추상’전 작품 24점에 대해 필자는 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이번 전시는 90여 점에 달하는 유영국의 뛰어난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그의 작품은 강렬하고 원초적이며 동시에 서사적이고 균형미가 뛰어나게 모던하며 거침없다. 수십 년 앞서간 유영국의 작품은 아무리 보아도 지루함이 없다. 감동적이고 강렬한 작품을 보고 나면 잔상이 뇌리에 남아 있는데, 다른 어느 작가 작품보다 잔상이 강렬하다. 유영국의 원색의 산은, 이 답답하고 지루한 팬데믹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깊고 푸른 바다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