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그림자가 드리운지 2년여만에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자 고가·사치품 판매가 급증하는등 과소비 풍조가 벌써부터 역력하다.
아직도 ‘IMF실업자’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지난해 호화사치품 수입은 1997년에 비해 70% 이상 늘었고, 수입모피와 의류·골프용품·대형가전제품 등이 날개돋친듯 팔려 나가고 있다. 그런가하면 직장인이나 주부들은 은행빚까지 끌어다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등 위험하기 짝이없는 재테크 열풍이 한창이다.
5일 도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IMF터널 초입때만 해도 경차 인기가 상한가를 달렸지만 최근들어서는 레저용RV차량과 중대형차에게 자리를 내줬다는 것. 매달 5백여대씩 팔려나가던 경차가 지난해하반기 들어서는 2백70여대로 절반가량 급감했다는 것. 이에반해 RV차량 및 2천cc급이상 중대형차 판매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
또한 도내 외제승용차는 1998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봇물처럼 쏟아질 일제승용차를 구입하기 위한 대기수요일뿐 외제승용차 인기가 시들한 것은 아니라는 업계의 분석이다.
고급대형가전제품 및 유명상표 선호도는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도내 고급음식점과 룸싸롱도 손님이 급증, 자리잡기가 힘들 정도다. 값싼 선술집이 매출급감으로 울상을 짓고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양극화현상이 뚜렷하다. 이동전화(휴대폰)가입자는 2명 가운데 1명꼴로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보급률을 이미 앞질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하반기 휘발유소비가 25%나 급증했고, 신용카드 이용액은 사상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는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장감이 풀어지면서 곳곳에서 과소비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과소비망령부활 우려는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공개한 제5회 국민소비행태 및 의식구조 조사결과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제품 및 유명상표 선호도’와 ‘충동구매’가 각각 3.57, 2.93, 2.25(기준치 5점)로 전년 동기(3.09, 2.00, 1.96)에 비해 대폭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이번 조사결과는 점수가 5점에 가까울수록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대 미혼여성층이 충동구매가 가장 많으며 여전히 브랜드와 디자인을 보고 제품을 산다는 층(3.73)이 가격을 중시한다(3.88)는 응답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소보원측은 “대형제품 선호와 충동구매 등의 실태조사는 20세이상 남녀가 자신의 소비의식을 그대로 평가한 것”이라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주춤해진 소비심리가 최근들어 급격히 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설명했다.
이에대해 시민들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리는것 아니냐”면서 “부유층과 일부 중산층의 과소비는 외화낭비에 그치지 않고 계층간 갈등을 야기하는 행위”라며 아직은 과소비를 자제해야 한다는 한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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