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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의술] 목뼈의 노화에 의한 사지 기능장애

경추성 척수증(頸椎性 脊隨症)이란 목뼈(경추)의 노화 현상에 의해 척추관(신경이 지나가는 척추내 공간)내로 골극(뼈침)이 형성되고 목디스크가 뒤로 돌출되어 척추관내 척수(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신경중추)를 압박하여 나타나는 척수의 기능장애를 말한다. 대개 50세 이상의 남자에게 빈번하고 다리의 강직과 근력 약화로 보행에 이상이 초래되며 팔과 손의 섬세한 움직임에 장애를 가져온다. 척추관의 크기, 골극 형성이 오는 척추증의 진행 정도, 척수에 분포하는 혈류의 장애, 경추의 운동 등이 이 질환을 일으키는데 관여하고 있다. 전북대병원 송경진 교수로 부터 들어본다.

 

▲ 경추성 척수증의 증상은 어떠합니까?

 

- 일반적인 목디스크와 같이 목이 뻣뻣하고 움직이기가 불편하며 통증이 어깨에서 양팔로 내려가기도 합니다. 진행시에는 양손에 장갑을 낀 것같이 둔하고 감각이 이상하며 점차 힘이 없어져 물건을 집기가 힘들고 수저·젓가락 사용조차 불편해집니다. 또한 점차로 양다리에 힘이 없어져 정상 보행이 힘들어지고 강직성 마비가 진행시에는 보행시 무릎을 구부리는 동작이 되지 않아 양다리를 넓게 벌려 다리를 질질 끄는 형태의 보행을 하게 됩니다. 본인은 정상적인 보행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위 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혼자서 보행이 불가능하여 양측에서 부축하거나, 목발 또는 휠체어 보행만이 가능합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는 동작이 정상인의 경우에는 10초에 20회 이상의 정상 동작이 가능하지만 이상이 있는 경우에는 10초에 5회도 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가락을 쭉펴서 붙이고 있으면 4번째와 5번째 손가락이 벌어지면서 손바닥쪽으로 구부러집니다. 이를 수지 도피 징후(手指 逃避 徵候)라 합니다. 단추를 끼웠다 풀었다 하는 동작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팔을 들어올리는 동작이나 수저·젓가락 사용이 불편합니다. 팔관절이나 무릎관절을 손으로 쳐보면 갑작스럽게 위로 튀어오르는 심부건반사의 증가 소견이 보입니다.

 

▲ 증상이 중풍과 비슷하다는데 어떻게 다릅니까?

 

- 중풍은 출혈성 또는 폐쇄성 뇌혈관 질환에 의하며 대개 뇌의 한쪽을 침범하기 때문에 한쪽의 팔다리에만 이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한 안면마비나 언어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또한 뇌혈관의 출혈이나 폐쇄후 수 분 내지 수 일 이내에 발생하고 신경증상은 경미한 두통에서부터 한쪽 팔다리 마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경추성 척수증의 경우에는 증상의 경과가 수 개월 또는 수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양측성으로 나타나며 뇌의 이상 소견이 동반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의식이나 안면마비 등의 장애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양 팔이나 다리에 힘이 없어 물건을 쉽게 떨어뜨린다거나 걸음걸이에 이상 소견이 발생되면 이 질환을 의심해야 되고 이때 통증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서서히 진행되지만 기존의 선천성 척추관 협착증이 있는 환자에서는 사소한 외상이나 목디스크에 의해서도 갑작스럽게 사지의 마비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평소에 목이 불편하고 간헐적으로 양 어깨나 팔이 저리고 아픈 통증이 있는 환자분들은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이 질환의 자연경과는 어떻습니까?

 

- 대부분의 척수증은 서서히 시작되고, 증상의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면서 단계적으로 진행되거나, 갑자기 나빠지기도 하여 증상이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국내외의 문헌에서도 60-70%에서 증상의 악화를, 30%정도에서는 악화되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되고 있읍니다. 즉 경추성 척수증은 증상이 일단 시작되면 자연회복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간의 신경근과 척수에 대한 압박으로 신경 기능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신경이 손상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능한 초기에 진단하여 적절한 치료를 시행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이 질환을 확인할 수 있습니까?

 

- 병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홀히 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정확한 이학적검사와 병력 청취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서서히 진행하므로 초기 증상은 경미한 경우가 많습니다. 개월 또는 수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상기의 병적 증상이 출현하면 병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나타냅니다. 가벼운 염좌나 미끄러지면서 삐끗한 후에 갑자기 사지마비가 생기는 것은 기존의 선천성 척추관 협착증에 목이 뒤로 젖혀지면서 발생된 신전손상(伸展損傷)이{{동반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객관적 사실 확인을 위하여 방사선검사와 근전도검사 등을 시행합니다. 단순방사선검사로 척추관의 협착과 퇴행성 변화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으며 척추관의 협착정도와 신경의 손상정도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자기공명영상(MRI)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MRI는 경추 전체의 측면 영상을 얻음으로써 협착의 부위, 정도, 추간판의 돌출, 척수 및 신경근 압박의 정도 등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줍니다(그림 1). 또한 신경의 압박정도와 관절증의 면밀한 관찰을 위해 척수강 조영술과 전산화 단층 촬영을 실시합니다. 이것은 허리를 통한 약물 주입으로 환자에게 불편을 주지만 수술을 요하는 환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검사입니다. 근전도검사와 전기생리학적검사는 환자의 신경증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 치료는 가능한지요?

 

급성 사지마비나 척수증이 진행되어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초진 상태가 아니면 일단은 보존적 치료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보존적 치료는 경부(목)에 대한 보조기 착용과 진통소염제 등의 약물 복용, 더운 물찜질, 마사지 등의 물리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추부 질환의 치료로 사용되는 경부 견인은 경추성 척수증의 경우에 실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견인으로 인하여 경추부가 과도하게 뒤로 젖혀지고 이로 인해 좁아진 척추관내의 척수가 더 압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는 신경조직의 자극을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주 증상이 경부 동통과 방사통인 경우에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보행장해가 있거나 방사선 진단 소견상 심한 척수의 압박과 함께 신경증상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조기의 수술적 치료를 요합니다.

 

신경 압박 증상이 심하고 진단이 오랫동안 지연된 환자는 척수의 불가역적인 변화로 수술을 하더라도 경과는 좋지않고 단지 더 이상의 진행을 막고 손의 기능이나 보행이 다소 좋아지는 것을 기대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수술적 치료는 증상 발현 후 6개월내지 1년의 초기, 혹은 경미한 척수증 증상일 경우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 잊을수 없는 환자

 

지금으로부터 약 5년전 따뜻한 봄날 40대 중반의 남자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채 외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최근 2개월간의 삶이 죽지못해 사는 정도의 비참한 생활의 연속이었으며 어떻게든 빨리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였다. 환자는 심한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했으며 힘이 없어 일어서기가 힘들고 일어서면 중심을 잡지 못해 바로 주저 앉았다. 양 팔을 부축하여 보행시 다리를 벌리고 질질 끄는 형태의 보행을 하였다. 양 팔의 근력이 많이 감소하여 수저·젓가락을 사용하지 못하고, 단추를 자유롭게 풀지 못하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는 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손가락을 붙여서 쭉 펴지 못하는 수지 도피 증후가 양성이었으며 팔꿈치와 무릎관절에 심부건반사 증가 소견이 보였다.

 

환자는 이러한 증세가 약 2개월전에 물건을 들다가 갑자기 발생되었으며 평소에 혈압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에 이상은 없었다 한다. 안면 마비는 없었고 언어 구사 능력은 정상 이었다. 본인과 주위 사람들이 중풍이라하여 이를 위한 치료로 침, 한약, 물리치료 등을 받았으나 호전 없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어 정형외과로 내원하였다. 병력과 이학적검사상 경추성 척수증을 어렵지않게 진단할 수 있었다. 자기공명영상(MRI) 소견상 선천성 척추관 협착증에 경추부 골극과 목디스크가 동반되어 척수를 심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입원 다음날 수술을 실시하였으며 환자는 수술 후 바로 통증으로부터 해방되었고 팔과 다리의 힘이 많이 회복된 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2주 후 퇴원시에는 혼자 걸어서 퇴원하였다. 수술 후 3개월경에 심부건반사의 증가를 제외한 모든 신경증상이 회복되었으며 환자도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하였다. 수술 후 4개월경에 회사에 복귀하여 다시 버스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회복을 보였다. 환자는 현재도 매 6개월마다 외래로 재진을 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특별한 이상없이 버스 운전기사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있다.

 

그러나 2년전에는 환자의 부인이 유방암으로 진단 후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받았으며 현재까지 주기적인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다. 또한 20세된 이 환자의 아들도 목이 아프고 손이 저리다하여 검사결과 이 환자와 비슷한 방사선 소견(척추관 협착에 목디스크 동반)을 보였다. 다행히 아들은 증상이 심하게 진행되지 않았으나 악화될 위험이 있어 수술을 시행하였으며 수술 후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이러한 온가족에 발생된 일련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환자의 부인 모두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외래를 내원할 때마다 담당의사였던 나에게 깊은 마음의 고마움을 전하는 그 모습이 정말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다워 내 자신도 더불어 정화됨을 느낀다.

 

◈ 송경진 교수 약력 :

 

1955년 전주출생. 전북대 의대 및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1990년 일본 아키다 대학 연수. 1990년부터 전북대 의대 교수로 재직. 1992-1994년 미국 크리브랜드 캐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 척추 연수. 1996년 스위스 척추 수술 상급자과정 수료. 현재 대한정형외과학회·대한척추외과학회 회원, 경추연구회 학술위원, 서태평양정형외과 척추분과회원, 세계정형외과 척추연구학회 회원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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