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댐 이설도로는 용담댐 담수와 함께 물속에 가라앉기 시작할, 사라지는 길들을 대체해 닦여지는 길이다. 수몰지 이주민들의 기억 저편에서 서서히 잊혀진채 끝내 물속에 수장되는 여러갈래의 길들에게 받쳐지는 ’헌정(獻呈)도로’다.
사라질 운명의 길들은 이설도로 옆에서 한결 낮아지고 왜소해졌다. 담수후 수위가 설계에 최우선 고려된 이설도로는 높고 위풍당당하다. 지금의 길보다 훨씬 높은 산중턱에 새로운 길들이 건설되고 금강지천을 훌쩍 뛰어넘는 이설도로 교량은 그보다 몇십배나 작아 보이는 낡은 교량들을 거느리고 있다.
어떤 교량의 보폭과 높이는 웬만한 산을 닮아서 용담댐 완공후 댐의 크기와 담수량이 얼마나 대단할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용담댐 담수와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용담댐 이설도로는 진안군 안천면과 상전면, 용담면, 정천면 등 용담댐 수몰지역 전체를 아우르며 건설되고 있다.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수몰지역내에 들어있는 국도를, 전북도는 수몰지 구간의 지방도와 군도·농어촌도로를 각각 맡아 이설도로 건설사업을 발주했다.
용담댐 이설도로는 모두 12개 노선에 총연장 64.4km 길이로 건설되며 여기에는 총사업비 2천8백33억원이 투입된다. 95년 지방도인 안천∼용담간 7.3km와 정천∼용담간 2공구 이설도로 공사가 처음 발주된 이래 지금까지 11개노선이 순차적으로 발주돼 건설공사가 진행중이며 올해 용담면 고무동 진입로의 발주를 마지막으로 남겨놓고 있다.
이미 2개 노선은 공사가 완료돼 개통중이고 올해 정천∼용담간 1·2 공구, 정천∼주천, 구룡∼신괴 등의 노선이 완공 개통될 예정이다.
2001년말 진안∼안천간 도로, 상전∼죽도, 옥천암 진입로 공사가 완료되면 이설도로 전체사업이 마무리 된다. 현재 이설도로 공사의 전체공정은 55%를 기록하고 있다.
용담댐 이설도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구간은 지난 98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발주, 신동아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중인 진안∼안천간 13.2km 구간.
부안∼대구간 국도 30호선상에 놓여있는 이 구간 이설도로 공사는 진안읍 운산리에서 시작해 안천면 백화리까지를 폭 11m, 2차선 도로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보상비 71억원과 시설비 7백10억원 등 총사업비 8백21억원이 투입돼 연장과 사업비 면에서 용담댐 이설도로중 최대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진안∼안천간 이설도로 공사의 백미는 9백50m 길이로 건설되는 월포대교와 5백50m 길이의 용평대교에서 찾을 수 있다. 교각 하나만을 건설하는데 45일, 5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다. 교량 공사비가 진안∼안천간 전체 공사비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다.
진안군 상전면 월포리 월포대교 공사현장. 교량의 하부기초를 이루는 교각설치가 모두 마무리돼 월포대교의 웅장한 골격이 드러나는 이곳은 고난도 교량공사의 진수를 한껏 보여주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월포대교 교각의 위용은 현재 이용되고 있는 금월교와 월포교, 이 일대 농어촌 도로를 압도하고 있으며 용담댐 담수후 개통될 도로가 얼마만큼 높을지를 연상케 하고 있다.
월포대교 교각의 높이는 무려 38m. 아파트 12층 높이에 해당되며 용평대교와 함께 교량 하부시설이 4차선 도로로 설계 시공됐다. 2개의 교각이 나란히 정렬해 18칸을 이루고 있다. 교각 하나로 2차선 통행이 가능하지만 2개를 설치한 것은 장래 4차선 도로확장에 대비한 설계에 따른 것.
신동아측은 교각을 올리는데 슬맆 폼(Slip Form) 공법을 사용했다. 거푸집의 설치와 해체를 반복해가며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일반 거푸집 방식과는 달리 이 공법은 거푸집을 뜯어내지 않은채 유압펌프로 거푸집을 올려가며 철근 조립과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동시에 처리하는 공법이다.
이 때문에 숙련된 기능공들에 의한 24시간 작업이 필수적이고 작업시 안전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공을 맡고 있는 신동아 건설은 고소작업 안전을 위해 공사현장 인근 산꼭대기와 교각 최상단부에 이중으로 피뢰침을 설치하며 지난해 5월부터 매일 24시간씩 공사를 진행, 교각설치를 지난해 10월까지 마무리했다.
전체 교량공정의 70%가 완료된 상태인 월포대교와 용평대교는 교량 상판을 올리는 상부구조 시공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해 있다. 교량이 시작되는 교대설치 지점의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교각 설치후 3개월이 지나도록 상판설치 작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월포대교 상부구조물은 교량 하부의 지형조건과 관계없이 고도의 기계장비가 동원되는 이동식 비계공법(MSS)이 사용될 예정이다. 서해안 고속도로 구간의 금강대교, 노량대교, 올림픽대교 등 초대형 교량공사에 주로 채택된 이 공법은 거푸집이 부착된 이동식 비계를 교각 끝에서 끝으로 이동시켜가며 상판공사를 진행하는 방법.
용담댐 담수가 시작돼 물이 만수위를 기록하면 월포대교와 용평대교는 현재의 교각 바닥으로 부터 34m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다.
이 시점이 되면 진안∼안천간 이설도로를 비롯 지금의 길들을 대체해 건설되는 12개 노선의 크고 작은 이설도로들이 모두 완성돼 도내 동부산간지대의 지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로 10년째 추진되는 용담 다목적댐. 사업비 1조4천1백억여원이 투입돼 도내 5개시군 1백50만명의 주민들에게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할 대역사의 한켠에서는 지도상에서 새로 태어나고 사라질 길들의 엇갈린 운명도 자리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