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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칼럼] 녹용유감

녹용은 숫사슴의 어린 뿔을 말한다. 사슴의 어린 뿔을 왜 녹용이라 하였을까? 녹용(鹿茸)의 茸에는 풀이나 꽃이 무성한 형상이 담겨있다. 그래서 음과 훈을 달기를 무성할 용, 허드러질 용, 부들 꽃 용이라 한다. 그렇다면 녹용은 사슴이 기운이 무성하게 솟구치는 부위라는 것인데, 어린 뿔에 무슨 기운이 솟구친다는 말인가?

 

그것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는 순하디 순한 사슴에게 오로지 힘이 있는 부분은 뿔밖에 없고 성장점을 가진 어린 뿔이야 말로 성장촉진에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교미하기 전에 사슴의 양기는 다른 숫사슴과 겨루기 위해 기르는 뿔로 가 있고, 뿔이 다 자란 후에는 사슴의 하체로 옮겨간다는 사실로 인해 기운이 그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녹용에 생식능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효능과 성장을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음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현대의 연구에 의하면 녹용은 면역기능의 강화를 통한 저항력의 증진, 집중력의 강화, 혈액순환개선, 배란 및 정자생성기능 촉진, 빈혈개선의 효능 등이 있음이 밝혀졌고, 골다공중에도 유의한 효과가 있음이 알려졌다. 그 복용형태도 분말이나 달임 약 모두에서 좋은 효과가 있음도 증명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좋은 녹용에 대해 유감을 가진 듯 하는가? 그것은 녹용을 임상에서 활용하는데 민간에 유포된 갖은 속설로 인해 어려움이 따르고, 경제적 여건에 따라 활용의 폭이 제한된다는 서글픔 때문이다.

 

특히 속설 중 첫째는 녹용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인데,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체질에 맞는 아이에게 정규적인 용량을 복용하였을 때 그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머리가 나쁘지 않다면 아이의 머리가 나빠질 일이 아니다. 이런 속설의 뿌리는 후궁들 사이에서 녹용을 탐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째 아이가 먹으면 딴 생각을 한다? 아니다. 오히려 사춘기에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잘 성장할 때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공부에 집중도 잘 된다. 건강하지 못한 신체일 때 성에 대해 기형적으로 탐닉하게 된다.

 

셋째 나이의 절반이나 나이만큼만 첩 수를 정해 먹는다? 역시 아니다. 녹용의 용량은 아이의 나이와 체중, 더 정확히는 체표면적에 따른 일일 투여량이 그램 수로 결정되는 것이지 무조건 첩 수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병이 중하고 허약이 심하면 장기간 복용하여야 하는 것이다.

 

넷째 녹용만 보약이다? 역시 아니다. 녹용 외에 사슴의 다 자란 뿔인 녹각, 인삼, 산약, 황기, 당귀, 구기자, 산수유…보약으로 분류되는 약은 참으로 다양하다.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과한 것을 깎아 주는 약이 보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영양이 과잉하기 쉬운 현대의 어린이나 중년인에게는 더욱 그럴 수 있다.

 

한편, 녹용의 마지막 유감은 이것이다. 오남용 문제, 의료기관 의의 여러경로를 통해 공급되는 녹용, 이것이 정말 유감스러운 것이다.

 

/김동일(우석대 전주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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