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세째주 토요일이 되면 어김없이 70∼80명의 전북출신 명망가들이 그린위에서 모인다. 백발, 또는 반백의 나이지만 힘껏 골프채를 휘두르며 고향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임이 벌써 40년 가깝게 이어지고 있다.
‘모악회(母岳會)’는 60년대 초반 서울에서 활동하는 전북출신 인사들가운데 골프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모임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재경도민회와 어깨를 겨루는 큰 모임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전국적으로 몇개의 골프장만 있었고 서울시내에도 서울컨트리클럽 1곳만 있었을 때였던 만큼 다소 의외의 모임이었다. 물론 전북에도 이리 팔봉 컨트리클럽이 만들어지기 이전이었다.
특히 전북은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뒤에 처지는 상태였던 만큼 신용남(보우신용판매 사장.고창)씨와 유기정씨(중소기업협동조합명예회장.전주) 등이 주축이 돼 출발한 이 모임은 타지역 사람에게는 ‘오기’로 비춰질 만큼 파격적인 출발이었다.
‘모악회’는 전국 최초의 골프를 매개로 한 고향모임이다. 모악회가탄생한 뒤 광주 전남 재경인사들이 주축이 된 ‘무등산 구락부’가 탄생했지만 모악회에 비해서는 한참 동생뻘이 된다.
모악회 운영위원과 경기간사를 맡고 있는 김동선씨(65.군산.서광영상회장)는 “당시 전북은 골프의 불모지였고, 현재도 전국에서 골프장 수가 가장 적은 지역인데도 전국 최초로 이같은 모임이 생겼고, 지금도 가장 모임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이상할 정도”라며 “아마도 전북에도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자존심에서 모임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시 골프 불모지였던 전남에서 태동한 ‘무등산 구락부’와는 매년 서로의 초청으로 두차례씩 교류를 가지면서 호남인의 우정을 다지고 있다.
모악회의 영향을 받아 현재 일부 지역은 시군단위로 재경인사들의 골프모임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모악회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자기 출신지역의 모임구성을 주도해 만들어진 것으로 가장 먼저 군산의 ‘금강회’가 출발했고 익산 ‘마한회’, 김제 ‘벽성회’, 임실 ‘운수회’등이 운영되고 있다.
모악회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이 한때는 전국체전에서 전북대표로 활동한 적도 있다. 전국체전에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선수를 확보할 수 없었던 전북도측이 모악회에 SOS를 보냈고 모악회 인사들이 전북대표선수 유니폼을 입게 된 것.
입상하지는 못했지만 박만용씨(의사), 은종하씨(사업), 홍종우(사업), 김동선씨(사업)등이 이때 경기에 참여한 멤버들로 지금도 모악회의 주축멤버들이다.
모악회는 기본적로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초기에는 입회비가 일반인 10만원, 공직자 5만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일반이 3백만원, 공직자 2백만원으로 상당히 상향됐고 연회비는 5만원이다. 회비가 차이가 나는 점은 공직자의 경우 아무래도 주머니가 가볍다는 점을 감안해서 결정한 사안이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는 기금으로 적립돼 여러가지 보람찬 일에 쓰인다. 지난해에는 익산 남성고를 방문해 교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장학금도 전달했고 소년소녀가장돕기도 했다.
매달 열리는 운동모임은 회원으로 가입한 전북출신 기업인들이 뒷바라지를 한다. 교보생명, 삼양사, 대상(전 미원), 백양, 모나미, 길병원, 상산학원, 박영사, 남성학원 등이 돌아가면 스폰서를 하고 있고 올해는 서로 스폰서를 자청해 벌써 일년 후원자가 꽉 찬 상태다.
모악회 회원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아무래도 과거에는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었던 만큼 재계, 관계, 정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정계의 경우 한때는 양일동통일당대표, 이철승신민당대표 등 두명의 정당의 대표들이 참여했을 정도이고 강철선전의원(군산), 고건서울시장(군산), 김광수의원(무주), 임방현전의원(전주), 전병우전의원(진안), 조남조전의원(익산)등이 참여하고있다.
재계의 경우 강남형해태그룹고문(전주), 고광직전전북은행장, 고병우동아그룹회장(군산), 고판남세풍그룹회장(작고), 김상하대한상의회장(고창), 김상홍삼양그룹명예회장(고창), 김형주삼안건설기술회장(부안), 서태원백양대표이사(김제),송삼석모나미회장(완주), 신평재교보증권사장(익산), 유기정삼화인쇄사장(전주), 이봉녕전쌍방울그룹회장, 임철수서호레저회장(정읍), 최낙철계성제지회장(임실), 한영대백양회장(정읍), 허진규일진회장(부안) 등 전북출신 재경 유명 기업인들이 망라돼 있고 이길녀길병원이사장(군산)이 홍일점으로 참여하고 있다.
법조계는 회원들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강용구변호사(옥구), 고광우변호사(옥구), 김동정변호사(전주), 김현철변호사(전주), 신오철변호사(익산), 이병용변호사(김제), 이석조변호사(완주) 가 대표적인 멤버들이다.
관계는 김경태전관세청장(고창), 김종건전법제처장관(익산), 조철권전전북지사, 최동섭전건설부장관(남원), 박원철구로구청장(변호사.전주), 박창배증권거래소이사장(익산), 정재석전부총리(장수), 허재영전건설부장관(진안), 황인성전국무총리(무주)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계는 김성민서경학원이사장, 박승중앙대교수(김제), 백창기태양학원이사장(군산), 손태희남성학원이사장(익산), 홍성대상산학원이사장(정읍) 등과 많은 대학교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모악회 회원중에는 골프동호인들사이에서는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박만용회원(전주.의사)은 한양컨트리클럽에서만 4번의 챔피언 경력을 가진 유명인사이고 공병채회원(김제.윤영대표)은 뉴서울CC, 은평CC에서 여러차례 챔피언을 거머쥐었고 한국아마추어선수권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현재 여든이 넘은 나이(82세)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신용남사장은 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한국 초대 아마추어챔피언을 지내는 등 한국 아마추어 골프역사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사람이다.
골프라이터인 최영정씨(69.김제)씨는 조선일보 기자와 체육부장, 신문협회사무국장을 지낸 기자출신으로 골프에 관한 전문가로 통하며 많은 잡지와 신문에 골프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노익장이지만 회원들의 골프실력은 만만치 않다. 박만용씨와 공병채씨가 파플레이를 하며 은종하, 김동선, 임순철(변호사)씨 등이 그 뒤를 잇고 나머지회원들은 대개 핸디 10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들이다. 이철승씨가 핸디 20, 임철수회장이 핸디 18, 송삼석회장이 핸디 10정도라는 후문이다.
◈ 송삼석회장 인터뷰
송삼석회장(71.모나미회장)은 10년동안 회장을 맡았던 임철수대상그룹명예회장 뒤를 이어 6년째 모악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재경전북도민회장을 지낸 그는 재경전북인 모인중 가장 핵심적인 두 모임의 회장을 역임할 만큼 재경전북인들의 믿음을 한몸에 사고 있다.
전주고와 서울상대를 졸업한 송회장은 무역회사에서 문구류를 수입했던 경험으로 회사를 창업해 37년 역사의 모나미신화를 창조한 인물. 현재는 국내 문구산업의 대명사로 통하는 모나미가 보다 큰 그릇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
송회장은 “모악회가 출범할 당시 서울에도 1곳의 골프장만 있었을 정도로 골프가 대중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때”라며 “하지만 모악회는 특수계층의 모임으로서가 아니라 고향사람끼리 자주 만나 이야기하고 단지 골프를 그 매개체로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라고 말했다.
송회장은 “모악회 회원은 모두가 고향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면서 “모악회를 중심으로 많은 재경 전북인사들이 만나 교류하며 전북에 대한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또 모악회서 논의한 결과를 각계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자기 분야에서 활용하거나 반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고향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한때는 열악한 도세(道勢)때문에 매달 하는 모임에 스폰서를 구하기도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고 회고하고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모든 회원들이 적극 참여해 회장으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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