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예부터 쌀의 고장이었다. 하지만 전북에서 생산된 쌀들은 품질과 명성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타지역의 쌀에 비해 품질은 우수한데도 낮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타파하기 위해 행정이나 농협 등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북쌀은 왜 제값을 받지 못하며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를 모색하는 세미나가 10일 오후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농협전주농업지도자교육원에서 열렸다. 전북쌀의 명성을 회복하고 제값을 받아 농민들의 소득향상에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취지로 전북농협(본부장 천광석)이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전북대 장재우교수(농업경제학과)는 발제를 통해 전북쌀이 왜 제값을 받지 못해 왔으나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내놓아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장교수는 전북쌀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가격 왜곡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농민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교수는 전북쌀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외적 요인으로 전라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내적 요인으로 유통과정의 장악력 부재를 들었다.
전북쌀이 동일한 미질인데도 경기미나 충청미에 비해 낮은 값에 거래되는 이유중의 하나는 타지 소비자들에게 전라도에 대한 그릇된 역사인식이 불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다소 추상적인 분석이긴 하지만 ’전라도하면 못 살고 나쁜 짓 하는 사람들이며 남을 잘 속인다’는 막연한 인식이 전라도 쌀 값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북쌀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보다 중요하고 결정적 이유는 전북이 미곡 유통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전북은 전국 쌀의 15%를 생산하고 생산량의 28%를 타지에 유통시키고 있지만 유통과정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농가들이 분산출하하면서 타지역 중간상인들에게 끌려다니는 상거래를 하고 있으며 지역 미곡종합처리장이나 일선농협들도 이들의 가격 내리기 농간에 휘말려들어 주도권을 잃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출하 패턴으로 전북쌀끼리 경쟁을 하면서 쌀값을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으며 계절적 가격 변동을 무시한 마구잡이 출하도 가격형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었다.
장교수는 전북쌀이 제대접을 받으려면 판매 및 유통과정에서 중간상들을 장악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전북쌀이 타지역으로 출하되지 못하면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 쌀소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헐값에 쌀을 내지 않겠다는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이와함께 전북쌀만의 일방적인 제값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만큼 전국적인 미가 상승을 유도하면서 전북쌀도 높은 값을 받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출 루트 및 라인의 통합, 브랜드의 대폭 축소, 판매지역의 분산화, 출하시기의 조절 등이 전북쌀 제값받기의 기초 작업으로 제시됐고 궁극적으로는 미질을 기준으로 일반미와 우량미 및 유기미로 분류하여 별도의 유통체계를 갖춰야 한다는게 장교수의 제안.
일반미는 농협이 주체가 된 미곡유통전문법인을 설립해 유통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고 우량미 등은 전자상거래 및 직거래 등을 통한 소량 고가판매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장교수는 “쌀수입의 자유화 및 쌀 소비량의 감소 추세로 장기적으로는 쌀값이 하향 평준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양질미 및 유기미 중심의 소비증가를 유도하여 가격 상승을 꾀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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