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 및 양판점, 인터넷 쇼핑몰, TV 홈쇼핑등 새로운 유통업태의 급성장에 밀려 기존 유통업체인 가전 대리점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11일 도내 가전업계에 따르면 IMF 이후 매출 급감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온 소형 전자대리점들이 최근 할인점·양판점·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온라인 판매점들의 가격인하 공세에 밀려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면서 아예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
가전 3사 중 LG 전자의 경우 IMF 이전인 96년만 하더라도 90여개에 이르던 도내 전속 대리점이 2∼3년새 50% 이상 줄어들어 현재는 42곳 만이 영업 중이며, 삼성·대우등 다른 가전사들도 각각 10여 곳이 줄어 들었다.
특히, 모 가전사의 경우 현재 영업 중인 대리점 중에서도 20% 가량이 전업 또는 폐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 전통 유통업태의 영역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주에서 모 가전사 전속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 사장은 “대형 할인점·양판점이 출현하지 않았던 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3∼5억원에 이르던 월 매출이 지금은 5백만∼1천만원 정도로 뚝 떨어져 직원들 월급 주기도 빠듯한 실정”이라며 “다른 뾰족한 수가 없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처럼 가전 대리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IMF로 시장이 바짝 위축된데다 지난 해 빚어진 특소세 논란으로 단단히 골병이 든 때문. 여기에 업친데 덮친 격으로 유통혁명을 앞세운 신 유통업태들이 휘두른 ‘가격 인하’ 결정타에 생존 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반면, 양판점·할인점등 대형점들은 지방시장 공략을 목표로 저마다 출점경쟁에 나섰으며 매출면에서도 기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며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이마트는 IMF 기간 동안 도내 수를 늘려 10개 점포 체제를 확립했으며, 뒤늦게 지역시장 공략에 나선 전자랜드 21도 지난 해 11월 익산·군산점을 신설했다. 여기에 최근 출점러시를 보이고 있는 할인점들까지 가세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각 가전사들은 대리점 육성책 모색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점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되면 모든 거래에 있어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LG전자의 ‘탑스 점포 프로그램’과 삼성전자의 ‘가치혁신점포’ 프로그램. 이 두 제도 모두 우량점포에 판매·회계·판촉 등을 측면 지원해 주는 대리점 육성 프로그램으로 나름대로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나 정작 대리점 측에서는 더 이상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인터넷 쇼핑몰 대형 할인점 TV 홈쇼핑등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태가 급성장해 2003년 쯤에는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유통부문와 신흥 유통업간의 소모적인 이해갈등 대신 유통구조를 효율화하는 방안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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