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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푸른꿈] 전주국제영화제 준비현장 찾아

전주의 문화사를 새로 쓰는 제 1회 전주국제영화제(2000년 4월 28일-5월 5일)가 72일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기간 1년여. 50-60년대 영화제작의 현장이라는 소중한 역사를 갖고 있지 않았더라면 어렵기만했을 전주국제영화제가 이제 21세기를 여는 첫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 전통과 보수적인 문화환경이 여전히 드센 전주에서 가장 현대적인 문화의 상징인 영화가, 그리고 그 축제가 성공할 수 있을까란 물음은 새롭고 알차게 짜여진 축제의 면면들속에서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지금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온통 영화와 영화제를 준비하는 언어와 몸짓으로 가득 차있다. 새로운 출발!을 외치며 모여든 20-30대, 40대의 영화인과 전문가들의 의지와 열정이 어두운 밤을 밝히고 있는 전북은행 16층의 조직위 사무국.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미 활기와 의욕이 넘쳐난다.

 

지난해 전주의 영화사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기획물을 연재했던데 이어 한국영화의 푸른꿈을 실어내는 전주국제영화제를 만나는 기획물을 새롭게 연재한다. 매주 수요일 문화면을 통해 연재될 이 기획물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다양한 정보,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제안, 영화제 준비현장을 찾는다.

 

2월 중순.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이미 영화제가 시작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자막팀은 사무국 한켠 임시로 마련된 회의실에서 자막작업이 한창이고 1월 말 정식 출범한 홍보팀은 하루가 멀다하고 각 언론사에 제공할 홍보물을 만드느라 북새통이다. 1월 중순에 합류한 행정지원팀 역시 쏟아지는 문건과 영화제 관련 지원 작업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2개월여동안 자원봉사자 조직을 준비해온 자원봉사팀은 어제부터 시작된 자원봉사자 선발로 연일 지원자 인터뷰가 진행중이다. 이미 전주영화제 개최 설명회와 올해 영화제의 특별기획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 기자회견을 가졌고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공식 기자회견이 다음초에 있을 예정이다.

 

전주영화제의 그림이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이즈음 전주시민들 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영화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7일에 마감된 자원봉사 모집에는 전국적으로 1천12명이 접수했다. 사무국 관계자들도 높은 접수율에 놀랐을 정도. 첫회를 치르는 영화제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였던 셈이다. 자원봉사자는 영화제의 꽃. 계층도 다양해서 20대부터 주부, 청장년층까지 각 부문에 자원봉사를 맡고 싶다는 신청자가 뒤를 이었다. 조직위는 이번주 각 팀별로 자원봉사자를 선발, 전문교육에 들어간다.

 

“현재 상황으로보자면 영화제 준비 70%정도선에 와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확정되어 수송과정에 있고 일부분은 이미 자막작업이 진행중입니다. 본격적인 홍보가 시작됐고 메인프로그램과 특별기획, 섹션2000 등에 대한 주제별 프로그램이 순서대로 공개되어 갈 겁니다.” 전주영화제 실질적인 운영을 맡고 있는 민성욱사무국장은 영화제 관련 작업 대부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전주영화제 첫회인 올해 초청되는 영화는 140여편. 영미권 유럽 러시아 호주 아시아 영화 등이 전주를 찾아온다. 이들은 메인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는 시네마스케이프(대안의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들), 아시아영화포럼(독립영화의 아시아 친구들 만나기), 새로운 한국영화를 위하여(한국영화를 새롭게 만나는 창), 그리고 섹션 2000의 ⓝ비젼(디지털 영화의 미래), 애니메이션 비엔날레(미래세계의 동화), 오마쥬와 회고전(거장에게 바치는 경배) 등의 각각 다른 색깔의 형식과 내용으로 분류돼 상영된다.

 

특별기획으로 추진하는 디지털 워크숍은 지난 1월에 시작돼 매주 30명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들의 열강이 이어지고 있다. 전주의 영화역사를 정리하는 다큐멘터리 ‘지역영화사-전주’는 변영주감독과 극작가 송길한씨의 열정을 바탕으로 촬영을 끝내고 현재 편집작업에 들어가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6세대 작가 장위엔과 박광수 김윤태 감독이 참여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디지털 기술을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 각 감독들이 크랭크 인 준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각각 30분 정도의 작품으로 완성돼 영화제 기간동안 관객들을 만난다.

 

조직위는 서울과 전주에 사무국을 두고 영화제의 전반적인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전반적인 업무는 전주사무국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프로그램과 관련된 구체적인 작업은 프로그래밍팀이 상주하고 있는 서울 사무국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트래픽(초청영화 수송)도 3월까지는 대부분 완료된다.

 

조직위가 가장 부심했던 것은 예산 확보다. 공식적인 예산은 17억 5천원이지만 디지털 삼인삼색의 운영비까지 포함하면 19억원선. 전주시가 9억원을 지원했으니 공식예산만도 8억5천만원을 확보해야 하는 조직위로서는 재정부담이 만만했을리 없다. 그러나 이즈음 예산확보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전북은행을 비롯, 굵직한 협찬사들이 전주영화제에 가능성을 걸고 하나둘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가 예상하고 있는 관객은 12만명선. 입장료 수입을 최소한 1억원으로 잡고 있지만 협찬사들의 관심이 높아 현재까지 확정된 협찬상황에 조금만 더 노력하면 올해 영화제를 치루는 재정도는 별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제 사무국은 앞에 쌓인 일이 적지 않다. 전주만이 가능한 영화비 제막 사업과 영화의 거리 조성 등 전주영화제를 빛내기 위한 새로운 기획 등 큰 일거리들이 가득 쌓여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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