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행기의 이·착륙 시 또는 고속 승강기를 탈 때 그리고 높은 지대를 차량으로 올라갈 때 갑자기 귀가 멍하고 때로는 압박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슷한 증상은 가까운 일상생활에서도 또한 쉽게 느낄 수 있다. 즉 코를 풀 때도 순간 귀에서 퍽 하는 소리가 나며 멍멍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게 되면 중이염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글자 그대로 가운데 귀에 염증이 생기는 중이염(中耳炎)은 유병률이 국내 인구의 3%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대표적 귀질환이다. 중이염에 대해 전북대병원 윤용주 교수로부터 들어본다.
▲ 이관(유스타키오관)의 기능은 중이염의 병인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요?
- 코속 깊숙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곳에 작은 구멍이 있는데 이곳에서 귀(중이)로 통하는 작고 매우 긴관 (이관, 유스타키오관)이 시작된다. 평상시에는 닫혀 있지만 연하(삼켜서 넘김)와 하품후 주로 열리고 가끔은 고막을 경계로 외부 (대기압) 와 내부(중이압) 압력의 균형이 깨질 때 압력의 차이 때문에 이관이 억지로 열리게 된다. 이관의 기능은 첫째로 중이에 들어있는 공기를 외부의 새로운 공기로 교환하고 중이와 고막밖의 대기 압력의 평형을 유지시키며, 둘째 중이의 분비물을 배출시키는 통로이기도 하다. 귀가 멍멍해지는 증상은 고막 안, 밖의 압력차이가 발생될 때 이관이 바로 대처를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때는 껌을 씹는다든지 물을 마시어 연하를 수시로 하여 예방 할 수 있다. 세 번째 기능은 콧속 깊숙이 군집되어 있는 많은 병원균이 중이로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이다. 이관기능이 성숙되지 않은 유·소아에서 감기에 걸렸을 때 이관의 방어기전의 손상으로 병원균이 멸균상태의 중이강 내로 역류되어 들어와 쉽게 중이염이 발생한다.
▲ 중이염이란 그리고 그 종류는?
- 중이염이란 중이강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염증성 질환으로 그 분류에 있어 중이염에는 감기와 함께 속발하는 급성중이염, 급성중이염환자의 일부에서 만성화를 일으켜 생기는 질환인 삼출성중이염,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술을 요하는 만성중이염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중이염은 그 분류가 다양하며 명칭의 통일이 없고 급·만성의 판정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에 진단상에 어려움이 많다.
▲ 왜 유·소아에서 중이염이 주로 발생하는지요?
- 급성중이염 및 삼출성중이염은 유·소아에 많아 모든 중이염 환자의 35%가 2세 미만이고 60%에서 4세 미만이다. 이렇게 유·소아에서 중이염의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유·소아에서 상기도 감염의 기회가 높고, 코속 뒷부분 인두부 상부에 림프조직이 많아 쉽게 국소적인 염증을 일으켜 그에 따른 이관의 기능장애가 많으며, 면역성의 미발달, 그리고 해부학적으로 이관이 짧고, 관이 크고, 경사가 거의 없어 쉽게 코 뒷편의 병균들이 중이로 역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태어날 때 엄마로부터 받은 면역 항체가 다 떨어지는 시기인 생후 6개월부터 중이염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1세 전후가 급성중이염의 피크를 이루게 된다.
▲ 급성중이염이란 ?
- 급성중이염은 감기 다음으로 많은 질환으로서 대개 감기 후에 발생되며 수일간 귓속에 심한 통증과 열이 계속된 후 고막에 작은 구멍이 나고 이곳으로 농(귀젖)이 배출되면서 대부분 자연치유 되는 질환으로서 고막은 팽윤되어 있고 발적이 있다. 이러한 비교적 확실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급성중이염은 감기에 가려 조기진단이 안되고 귀에서 농(귀젖)이 흘러나온 후에야 비로소 발견될 수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급성중이염의 환자들이 증상을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유·소아이기 때문이다. 급성중이염의 대부분 환자들이 자연 치유되고 또한 충분한 항생제 요법을 실시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되지만 중이계의 복잡성과 유·소아 이관의 미성숙으로 전체 중이염환자 중 10 %에서 삼출성 중이염으로 진행되어 만성화 경향을 보인다.
▲ 삼출성 중이염이란?
- 고막은 정상소견을 보이고 중이강내에 분비물이 고이는 질환으로 주 증상은 난청이다. 보통 통증이나 귀젖을 동반하지 않으므로 발견되는 시기가 늦어 청력장애가 심화되고 이로 인해 언어장애 등 소아의 정신발달에 지장을 가져오며 취학아동의 가장 흔한 난청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이관기능의 장애, 세균감염, 알레르기, 국소적 면역반응 등이 있다.
유·소아의 진단에서 주의할 점은 청력장애가 25 dB미만이므로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표현을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난청이 대개 양측에 발생하고 지속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특히 감기를 자주 앓는 유·소아에서 주의력이 산만하고 목소리가 커지며 TV에 가까이 간다든지 볼륨을 높일 때 우선 청력장애를 의심해야 한다. 학동기의 아이들과 성인의 경우는 귀의 폐색감이나 액체가 움직이는 감각, 압박감 또는 이명을 호소하게된다.
▲ 삼출성중이염의 진단법?
- 일반적으로 증상이 없는 삼출성중이염은 이학적 검사시 우연히 발견된다. 고막소견은 특이하게 광택소견이 없고, 발적도 볼 수 없으며 간혹 저류액의 종류에 따라 호박색 또는 암적색으로 보인다. 고막의 팽창된 소견은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만성으로 오래된 경우에는 팽창이나 고막의 후상부의 함몰을 볼 수 있고 저류액이 장액성인 경우에는 삼출액선이나 기포가 관찰된다.
중이검사로는 순음청력검사와 임피던스청력검사가 필수적이고 순음청력검사에서 경도 내지 중등도의 전음성 난청을 나타내며 팀패노그램(임피던스청력검사)은 대개 B형을 나타낸다.
▲ 중이염의 조기 진단의 중요성은?
- 난청 및 중이질환의 조기발견은 의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교육학적 및 정신심리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유·소아 및 학동기에 높은 유병율을 보이는 삼출성중이염의 조기발견은 난청을 예방하며 언어발달을 가능하게 하고 만성중이염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북미나 서구등 외국의 경우 청력에 대한 선별청력검사(screening hearing test)가 의무화되어 있어서 보건부에서 유아기, 취학 전 아동기, 학동기로 나누어서 집단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청력검사의 목적은 난청아동을 가려내어 현재 진행적인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적인 교육을 가능하게 한다.
▲ 중이염의 치료중 내과적 방법은?
-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것은 항생제이다. 항생제의 선택은 예상되는 원인균, 환자의 나이, 병환기간에 의한다. 삼출성중이염의 치료 목적은 난청의 치료이며 삼출액이 생긴 원인이나 그 성상에 따라 치료가 다르기는 하나 수술적 치료를 하기 전에 적어도 1개월 내지 2개월의 약물요법을 포함한 고식적 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비점막 수축제, 알레르기 치료 및 이관통기법을 하는 것이다. 이중 스테로이드는 삼출성중이염이 알레르기와 연관이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단점으로는 장기적으로 전신적 투여를 하였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유·소아에서 그 사용이 제한되는 점이다. 미국 소아과학회(AAP)가 삼출성 중이염 소아환자 치료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기 이전에 3-4개월간 경과를 관찰할 것을 제안했다.
▲ 중이염의 치료중 외과적 방법은?
- 수술적법으로는 고막절개, 고막절개 및 환기관 삽입, 인두편도제거와 환기관의 삽입이 있으며
소아에서는 편도염이나 아데노이드(인두편도) 비후증으로 이관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구개 및 인두편도를 제거하고 환기관을 삽입해 주는 방법을 많이 하고 있다. 구개 및 인두편도제거 와 환기관삽입술은 2-3일 정도의 입원으로 충분하며 다만 감기와 같은 감염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수술 후 염증발생의 우려가 있어 이 시기의 수술은 피하는 것이 좋다.
▲ 환기관삽입 방법은?
- 고막을 절개하여 환기관 삽입은 1954년 Armstrong 이 처음으로 삼출성중이염의 치료(이관 기능을 대신하는 관의 삽입) 에 사용하여 세계적으로 모든 치료목적으로 시행하는 수술중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수술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기관 삽입은 짧은 수술시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적용환자가 유·소아이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해야 한다는 점, 평균 20%에서 농성이루(귀젖)가 발생하여 일부에서는 환기관을 빼야 하는점 그리고 대개 이관은 정상적인 고막의 상피생리작용으로 6개월 이상 유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빠지기 때문에 6개월 안에 중이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다시 삽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인조이관 (환기관) 은 균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도 있지만 나갈 수도 있고 혹시 중이내 분비물 등의 배출구로도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수영장에서 건강한 상태에서 적당한 수영과 목욕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잊을수 없는 환자
아마 10여 년 전쯤의 어느 가을날 오후로 기억된다. 매우 지쳐 보이는 약 20대 후반의 청년이 부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로 들어왔다. 그는 며칠 전부터 지속되는 심한 어지러움증, 청력감소, 두통을 호소하였고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진 상태였으며,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였다.
우리 아들 좀 살려달라고만 말하는 부모를 안정시키며 과거력을 조사해본 결과 이 청년의 오른쪽 귀는 어려서부터 들리지 않았고, 이번에는 왼쪽 귀에 청력장애가 발생하면서 양쪽 귀가 모두 들리지 않는 상태였다. 고막 검사상 왼쪽 고막의 변연부 결손이 관찰되었고 청력손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성 중이염이 의심되어 입원을 결정했다.
입원 후 이 청년은 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유양돌기의 염증을 동반한 만성 중이염의 소견을 보였고, 염증이 외측 세반고리관을 침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그에게는 '현훈'이라는 진단명이 내려졌다.
그는 계속되는 어지러움 탓에 무기력하였다. 아무리 위로하려 해도 이젠 양쪽 모두 들리지 않아 계속되는 고요 속에서 살고 있는 그의 마음에 나의 말은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병세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었고, 의료진에게 비호응적이었으며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치료는 잘 진행되어 염증의 제거와 청력 개선, 합병증의 치료를 위해 수술이 결정되었다. 수술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의 병변은 생각보다 심해 청력손실이나 현훈이 얼마나 회복될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유양돌기의 병변, 육아종 등이 제거되었고, 고막의 성형이 시행되었다. 수술은 무사히 종결되었고, 이제 그의 회복을 기다리게 되었다. 어지러움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그는 기운을 되찾아갔으며, 청력도 완전하진 않지만 회복되어 갔다. 며칠간의 입원치료가 끝나고, 퇴원 및 외래 통원치료가 시작되었다.
서서히 그가 다시 기운찬 20대의 청년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가 외래를 몇 번이나 다녀갔을까? 어느덧 시간은 흘러 그는 어엿한 가장이 되었고, 이제는 그의 아들이 감기에 걸려 외래를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빙긋이 미소가 흘러나왔다.
/전북대병원 윤용주 교수
⊙윤용주 교수 약력
1952년 익산출생. 전주고와 전북대 의대 졸업, 전남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받음. 1985년부터 전북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로 근무. 1987년 6개월간 일본 오사카 시립대 연수, 1990년-1992년 2년간 스웨덴 우메오대학과 읍살라대학에서 중이와 내이 면역형태학 연구. 현재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 대한이과연구회 평의원, 대한청각학회 평의원, 아시아태평양농학회 정회원, Barany Socitey 정회원, 대한분자생물학회 정회원.
⊙전북의 의술 73회는 29일자에 전북대 치과대 신금백교수와 서봉직교수의‘턱관절 장애’가 날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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