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백리(淸白吏)하면 주저하지 않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시대의 황 희(黃 喜) 정승이다. 장마철 오랜 비에 낡은 지붕에서 빗물이 새기 시작했다. 방이 온통 물로 젖어 있는 것을 보다 못한 정승의 부인이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자 황 희 정승은 “그럼 우산을 가져오시오. 그래도 우리는 괜찮은 편이오. 우산 없는 집이 더 걱정이 되는구려.”라고 말하였다.
또 한번은 겨울철 솜옷이 단벌뿐이었던 황 희가 일찍 퇴궐한 후 부인에게 솜옷을 뜯어 빨게 했다. 밤새에 말려 아침에 입고 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속히 입궐하라는 어명이 내렸다. 황 희보다 부인이 더 당황하여 황 희를 쳐다보며 어쩔줄 모르는데 황 희는 아무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하였다. “뜯어놓은 솜을 그냥 주시오. 옷 속에 둘둘 말아 가면 누가 알아보겠소”하며 관복안에 솜을 말아서 입고 서둘러 입궐하였다고 한다.
당대 일인지하(一人之下) 만인지상(萬人之上)이었던 명재상의 생활이 그러하였던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가 태평하고 안정되려면 먼저 그 시대의 국기(國基)가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사회의 질서가 지켜지며 서로 믿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원동력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위로는 국정을 다스리는 관료로부터 아래로는 지방행정을 보살피는 공무원까지 정신적 자세와 실천행동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체제와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천은 있을지언정 그 임무와 기강에 수반되는 사명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국민의 세금을 받고서 일하는 사람들의 존재위치는 엄연한 공무원으로서 사사(私事)로운 개인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은 공인으로서 기강이 있고 공명정대하게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게 마련이다.
요즘 도내 자치단체장의 뇌물수수와 심지어는 자치단체장의 부인의 뇌물수수로 항간이 떠들썩하다. 아마 그들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법이다”라는 말을 잊고 살아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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