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초하룻날은 한 해가 비롯되는 우리들의 생활의 ‘시작’이요, 그리 출발점이다. 우리는 새로운 생활의 설계와 사업에 대한 구상과 그것이 실천으로 옮아가는 제일보를 내딛게 되는 순간이다. 그 처녀성, 그 순수성, 그리 정결성 - 그 엄숙하고 숙연한 실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 ‘설날 새벽’이다”(박목월(朴木月))
시인의‘나무로 나무로 볼 수 있는 나이의 의미(意味)’의 한 구절이다.
설날이 내일로 다가왔다. 한 해의 첫 시작이며 묵은 해를 정리하여떨쳐 버리고 새로운 계획과 다짐으로 새 출발을 하는 첫날이다. 예로부터 세수(歲首)·원단(元旦)·원일(元日)·신원(新元)등 이라고 부르며 한해의 첫 출발을 축하했다.
설날의 기원은 여러 설(說)이 분분하지만 고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 오며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설날은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온갖 수난을 받았으며, 해방후연 이중과세 시비와 세계화 구호속에 혼란을 겪은 뒤 1985년 명칭도 어색한 ‘민속의 날’로 바뀌는 방황을 거듭하다가 1989년 음력 1월 1일 전후 3일간이 공휴일로 지정되며 확실한 설날로 자리잡았다.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대거 진출한 60년대 이후부터 설날이 되면 고향을 찾아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그리던 가족간의 정을 재확인하기 위해 3천만명이 귀향길에 오르는 ‘민족의 대이동’이 올해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설을 맞는 국민 대부분의 마음은 그렇게 가볍지 만은 않다. 일상화된 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고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대목을 맞은 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하지만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할지라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명절이 되도록 하자. 윷놀이등 설날 민속놀이에 담겼던 협력의 공동체의식을 되살려야 할 때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과시적 소비를 삼가해야 할 것이다. 설날은 신일(愼日)이라 하여 근신 조심하라는 의미도 있어 베품과 나눔의 적덕(積德)이 아쉬운 그믐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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