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일정(一定)시기가 되면 관습적으로 행하여지는 전승적행사를 세시풍속이라 하는데 우리 한민족의 세시풍속은 주로 음력 정월달에 많다. 초하룻날 연시제(年始祭)를 시작으로 웃어른께 세배를 한후 윷놀이와 널뛰기 연날리기 등 민속놀이를 하며 정초의 한가로움을 즐긴다.
각 가정에서는 복조리를 사서 벽에 걸고 토정비결을 보기도 하며 첫쥐날(上子日)에는 쥐불놀이, 입춘(立春)날에는 입춘써붙이기, 보름전날에는 볏가릿대(禾竿) 세우기등을 한다. 보름날에는 마을제단에서 동신제(洞神祭)를 지내고 귀밝이술과 약밥을 해 먹는다.
또 동네의 악기(惡氣)를 쫓기 위해 사자놀음과 지신(地神)밟기 들놀음(野游) 매귀(埋鬼)놀음등을 하고 농촌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줄다리기와 횃불싸움을, 어촌에서는 풍어를 기원하는 풍어놀이를 하기도 한다.
이같은 세시풍속들은 농경문화가 꽃피우던 시절 공동체의식을 다지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직간접적인 수단이 됐었으나 정보화사회로 접어든 요즘에는 바쁜 세상살이로 대부분 문헌에서나 찾아보는 전래행사가 됐다. 그러나 세시풍속가운데서 아직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은 친숙한 관례(慣例) 하나가 있다. 바로 덕담(德談)이다.
덕담은 원시종교의 점복사상과 언령(言靈)관념적 심리에서 나온것으로 말에는 영적인 힘이 있어 말한대로 된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덕담은 인간만사 소원성취하라는 뜻의 ‘복많이 받으세요’이다.
그런데 이 덕담은 주위에서 하도 많이 듣다보니 진실이 담긴 인사말처럼 들리지 않고 너무 의례적이라는 느낌을 떨칠수가 없다. 그리고 말의 뜻을 한번만 곱씹으면 어떻게 ‘짓지도 않은 복’을 받으라는건지 황당한 생각까지 든다.
자선(慈善)과 자비(慈悲)를 베풀지 않고 갖은 수단·방법 다 동원해서 남보다 더 많은 지위와 권세와 부를 누리려는 낯두껍고 뱃속검은(厚顔腹黑)사람이 과연 복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적선지가에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라고 했다. 올해는 좋은일 많이 하자는 뜻으로 새해 덕담을 ‘복많이 지읍시다’로 하면 어떨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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