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반이 밑둥에서부터 흔들릴 정도로 치명적 상처를 입힌것이 97년 IMF사태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 IMF체제가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안겨 준것만은 아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부도·파산, 근로자들의 실직·정리해고와 같은 위기감속에서도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은 계층도 없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만이 앉아서도 고금리(高金利)금융상품에 투자하여 ‘재(財)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한때 25%까지 살인적으로 치솟았던 대출금리를 감당못해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서민가게대출자들도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가 길거리에 나앉을때 이들은 그 희생의 댓가로 형성된 알토란같은 이자수익으로 호의호식하며 IMF위기를 극복(?)해 낸 것이다.
당시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같은데서 ‘금리(金利) 이대로’를 외치며 건배하는 졸부들이 없지 않았던 세태는 지금 돌아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이자 배당등 금융소득이 연간 4천만원이 넘어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부자들이 전국적으로 3만명을 웃돌고, 채권 주식외에 5억원이상 현금을 예금하고 이자수입으로 생활하는 알부자들도 대략 10만명쯤 될것이라는 추정이다.
이들은 그래서 직업은 없어도 먹고살 걱정은 없고 대신 건강이나 부동산·골프회원권값 걱정이나 하는 ‘화려한 백수’로 분류된다.
그런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대에 이르던 금융상품들이 올들어 잇단 수신금리 인하로 평균 6∼7%의 저금리 시대로 돌아서자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던 이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한다.
부동산경기 침체에다 증권시장마저 불안하여 은행에 손을 맡겨놓고 편안하게 ‘이자 따먹기’하던 부자들이 생활고를 걱정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물론 퇴직금 얼마를 받았지만 재테크에 자신이 없어 은행금리에 의존하는 소심한 중산층도 많다. 그들에겐 저금리 체제가 걱정거리가 될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단지 하루 끼니를 걱정하는 빈곤층이나 평균소득에 못미치는 저소득층 또한 많다.
그들에게 이런 ‘가진자들의 배부른 고민’이 과연 어떻게 비쳐질까. 상대적 박탈감이 빈곤층에겐 더 큰 위화감을 준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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