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구직난이 심각하다는 풍문이 흉흉하게 나돌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자들의 취업난은 국가의 경제 및 교육정책 실패의 구체적 사례로까지 들먹여지고 있다. 또 현정권에 비판적인 보수언론들은 곧잘 이를 선정적으로 부풀려 자신들의 비판논리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우선 소위 3D 업종의 경우 현재에도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구체적인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제조업체의 생산직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대학졸업생들의 경우 사회적 수요와 무관하게 자신들이 지원할 곳의 종류와 기준을 미리 정해 놓고 나머지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말하자면 구직난이 정책 실패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이기보다는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묘한 풍토와 연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연계하여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가 필요 이상으로 대학의 수를 증가시킨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요인이라 하겠다.
또 하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이제 우리도 전업 직장이나 평생 직장의 개념이 통할 수 없는 고도 전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을 근거로 한 파트타임업이 성행할 수 밖에 없으며 경영합리화를 앞세운 구조조정이 지속되는 상황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시킬 것이다.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풍토가 이미 오래 전에 정착된 바 있다. 오후에는 음향기기 전문점에서 판매 일을 하고 저녁에는 플루트 강습을 하는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제 경제난이나 실업대란만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직업에 대한 새로운 개념과 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이에 따른 대처를 해야 한다.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봉건적 사고도 불식해야 하며 파트타임 일도 당당한 직업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괜한 숫자놀음으로 불안심리만 가중시키는 언론의 태도도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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