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을 퇴직한 98년. 직장생활 동안에도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지만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여의치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할때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퇴직 후에는 한결 마음이 가벼웠던 것도 사실.
앞만 보고 살았던 그는 퇴직 이후 뒤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즈음 전북불교대학에 입학해 불교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좋은 계기가 됐다. 어린 시절 동네에 있던 암자를 자주 찾았던 인연은 있었지만 정식으로 불교에 입문하게 된 것도 그 당시.
불교대학 생활속에서 그는 '도움만 받고 살아온 시간, 난 남을 위해 무엇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지만 스스로에게 떨어지는 답은 하나였다. '신세만 지고 산 시간'이었다는 것. 어쩌면 도움을 받고 살아왔던 사실조차 새삼 깨닫게 하는 기회였다.
이런 마음 속에서 우연히 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손수레봉사단'소식을 접하게 됐고, 그 길로 봉사단 사무실을 찾았다. 아침부터 때론 밤늦게까지 차량을 이용해 장애인들의 쇼핑과 병원가는 일 등 그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봉사로 6년째를 맞고 있는 강장열씨(63·전주시 송천동).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들의 차량이동봉사로 15인승 특수차량을 운전하게 된 그는 '봉사의 즐거움'속에서 퇴직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일주일에서 2∼3일 정도씩 봉사단을 찾는 그는 아침 9시부터 사무실로 도움을 청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그들의 발이 된다. 거동이 불편한 그들은 차량봉사를 이용하는 날이면 너댓가지 일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기본. 병원에, 시장에, 대형마트, 그리고 가까운 친척이나 학교기숙사에 있는 아이들을 찾아가는 일 등 목적지도 가지가지. 시장보는 날이면 '쇼핑 도우미'가 돼 함께 물건을 고르고 날라주는 역할도 그의 몫이다. 이따금 서울, 부산 등 장거리 운행에 나서는 일도 있다.
수년째 일을 하다보니 이용자들의 생활과 고민도 자연스레 알게돼 이젠 그들과 좋은 말벗이, 그리고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가 되기도 한다.
그는 "봉사라는 말이 쑥스럽다. 실은 도움은 내가 받고 있다. 일하는 동안의 즐거움, 설령 장거리 이동으로 새벽에야 일을 마치는 날도 있지만 고단함을 모르는 행복한 생활”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희망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비장애인들보다 더 따뜻한, 그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스스로를 고개 숙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실업자 일자리만들기 사업으로 인력이 지원되면서 봉사횟수가 줄어들어 다른 봉사활동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남들보다 특별할 것 없는 봉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남을 돕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손수레봉사단 문의 227-0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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